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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3.17 (화)

    “위대한 선수도 기록 이전에 인간…스포츠 트라우마, 개인 아닌 시스템 해법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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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킴 부이 IOC 선수위원·로즈마리 퍼셀 濠 멜버른대 교수 인터뷰

    “‘경기력 중심’ 지원 넘어 선수 정신건강 보장 체계로 확대해야”

    헤럴드경제

    로즈마리 퍼셀(Rosemary Purcell) 호주 멜버른대 교수와 킴 부이(Kim Bui)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위원이 지난달 26일 오후 서울 중구 정동1928 아트센터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임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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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선수들이 겪는 신체적, 정신적 외상은 더 이상 개인의 경험에 머물러선 안 됩니다. 글로벌 거버넌스 차원의 핵심 의제로 선수들이 압박 대신 보호를 통해 강해진다는 인식을 새롭게 정립해야만 합니다.” (킴 부이 IOC 선수위원)

    “엘리트 스포츠 선수들이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반드시 이겨야 한다’는 사고 방식에 매몰되지 않고, ‘인간’ 자체로서 가치에 주목할 수 있도록 구조적 시스템을 구축하는 게 글로벌 체육계의 가장 시급한 과제입니다.” (로즈마리 퍼셀 호주 멜버른대학교 교수)

    엘리트 스포츠의 글로벌 패러다임이 선수 개개인의 인내, 희생을 바탕으로 한 성과를 지향하던 데서 선수의 웰빙(well-being)과 성과를 동시에 거머쥐는 방향으로 전환하고 있다. 이 같은 국제적 흐름을 확산하는 데 앞장서고 있는 킴 부이(Kim Bui) 국제올림픽연맹(IOC) 선수위원과 로즈마리 퍼셀(Rosemary Purcell) 호주 멜버른대학교 교수는 지난달 26일 헤럴드경제와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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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킴 부이(Kim Bui)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위원이 지난달 26일 오후 서울 중구 정동1928 아트센터에서 자세를 취하고 있다. 임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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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킴 부이 위원은 2012년 런던·2016년 리우데자네이루·2020년 도쿄 올림픽에 3회 연속 출전한 베테랑 체조 선수 출신 인물이다. 지난 2024년 파리 올림픽에서 IOC 선수위원으로 선출,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글로벌 스포츠 거버넌스 구축을 위해 활동 중이다.

    퍼셀 교수는 호주 조기 정신건강 개입 국가 센터(Orygen)의 연구 책임자로서, 스포츠 정신건강 분야 최고 권위자로서 국제적 지명도를 인정받아 IOC 전문가 자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스포츠 트라우마, ‘개인’ 아닌 ‘시스템’ 문제로
    킴 부이 위원은 ‘스포츠 트라우마’의 발생 요인이 선수 개인 차원에 국한된 게 아니라 시스템적 문제로 확대해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선수 개개인의 스포츠 트라우마 발생 요인은 실패에 대한 두려움, 부상 후 후유증, 평가에 대한 부담 등 개인적 요인만이 보이기 십상”이라며 “좀 더 시선을 넓혀 본다면 ▷순위·기록 압박 ▷신체·심리적 학대 요소 동반 훈련 환경 ▷코치·선수 간 수직적 위계질서 등 시스템의 문제가 선수들이 스포츠 트라우마를 겪을 수밖에 없는 시스템적 책임 요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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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즈마리 퍼셀(Rosemary Purcell) 호주 멜버른대 교수가 지난달 26일 오후 서울 중구 정동1928 아트센터에서 자세를 취하고 있다. 임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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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퍼셀 교수도 스포츠 트라우마 문제를 전적으로 개인 선수에게만 초점을 맞추고, 때로는 그 선수에게 발생 책임을 돌리거나 병리화하는 전통적 접근 방식에 대해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퍼셀 교수는 “‘강인함을 미덕으로 여기는 엘리트 스포츠 문화를 바탕으로 선수 개개인의 회복탄력성 부족에만 집중해 스포츠 트라우마를 유발하는 실제 요인을 살펴보지 않는다면 유의미한 변화는 사실상 불가능”이라며 “선수들의 스포츠 중도 포기와 정신 건강 악화란 악순환은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퍼셀 교수는 처벌, 학대 등 부정적 결과에 대한 두려움 없이 위험을 감수하거나 실수를 할 수 있는 ‘심리적 안전감(Psychological safety)‘을 확보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게 최우선 과제라고도 목소리를 높였다.

    킴 부이 위원은 자신 역시 올림픽에 국가 대표 체조 선수로 출전하는 세계적 선수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겪은 스포츠 트라우마의 후유증으로 ‘폭식증’을 겪었다고 털어놓았다. 성과 우선주의로 흐를 수밖에 없는 환경 속에서 자신과 유사한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동료 선수를 수없이 봐 왔다는 게 킴 부위 위원의 설명이다. 그는 “같은 패턴이 반복된다면 이는 개인의 연약함이 아니라 시스템상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는 게 타당한 분석”이라며 “문제에 대해 침묵하고, 시스템적으로 개선하지 않는 것은 인간으로서 선수들의 지속가능성을 저해하고, 이는 곧 스포츠 시스템 전체의 붕괴로 이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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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킴 부이(Kim Bui)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위원이 지난달 26일 오후 서울 중구 정동1928 아트센터에서 열린 스포츠 트라우마와 선수 웰빙 국제심포지엄에서 강연하고 있다. 임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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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韓도 잘 이기는(Win-well) 엘리트 스포츠 시스템 구축해야”
    퍼셀 교수는 선수들이 시스템적으로 스포츠 트라우마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기본적 토대로 ‘트라우마 인지 기반 원칙’을 제시했다. 퍼셀 교수는 4대 원칙으로 ▷경기 성과보다 모든 선수의 신체·심리적 안전을 최우선 가치로 상정 ▷선수·코치·선수 보호자 간 협력적 관계 구축 ▷선수·지도자 간 수직적 권력 불균형 타파 ▷선수 자기 결정권 보장을 꼽았다.

    퍼셀 교수는 “IOC 등 글로벌 스포츠 기구도 선수들의 정신 건강을 지원할 의무를 지니고 있단 점을 당연히 여겨야 한다”면서 “선수 스스로 존중받고 가치 있는 존재라 느낄 때 더 나은 경기력을 발취하고, 지속해서 선수 생활을 이어간다는 점은 이미 연구로 증명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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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즈마리 퍼셀(Rosemary Purcell) 호주 멜버른대 교수가 지난달 26일 오후 서울 중구 정동1928 아트센터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임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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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직접 선수로서 스포츠 트라우마를 경험하고 이겨낸 바 있는 킴 부이 위원은 “스포츠 트라우마를 불러일으키는 문제를 고발하려는 선수들이 (선발 제외 등) 불이익을 받을지 두려워하지 않을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도 시급한 과제”라고 짚었다. 철저히 문제를 제기한 선수의 신변을 보호하고, 비밀을 보장하는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킴 부이 위원은 “목소리를 내도 경력이 위협받지 않는다는 확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최근 국내에서도 스포츠 트라우마를 공식적인 정책 의제로 설정, 법과 제도를 개선하는 등 구조적 해결책을 모색하기 위한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지난달 26일 서울 중구 정동1928아트센터에선 ‘스포츠 트라우마와 선수 웰빙’ 국제 심포지엄이 개최된 바 있다. 이 행사에서 킴 부이 위원은 기조연설자로, 퍼셀 교수는 주요 발표자로 연단에 섰다. 함께 주제 발표를 했던 김혜선 강원대 교수는 ‘한국형 스포츠 트라우마의 개념과 척도’를 발표해 관심을 끌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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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킴 부이(Kim Bui)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위원이 지난달 26일 오후 서울 중구 정동1928 아트센터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임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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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킴 부이 위원은 “위대한 선수의 가치는 메달이나 순위로만 정의되지 않는다는 점을 한국 선수들도 항상 가슴에 새겨둬야 한다”면서 “항상 정신 건강의 중요성에 대해 되새기며, 필요할 때 도움을 요청하는 것을 두려워해선 안 된다”고 했다.

    퍼셀 교수도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승리는 트라우마를 가져올 수밖에 없다. 소속감과 환경과 연결성에 오는 행복이 가져다준 승리를 좇아야 한다”면서 ‘잘 이기는 것(Win-well)’의 가치를 강조했다.

    선수 이후의 삶(The Human Behind the Athlete)
    킴 부이 위원과 퍼셀 교수가 입을 보아 강조한 점은 ‘선수’로서가 아닌 ‘인간’ 자체로 가치를 찾는 일을 은퇴 전부터 꾸준히 할 수 있는 환경과 시스템이 구축돼야 한다는 것이다.

    킴 부이 위원은 선수 생활 중에도 학업의 끈을 놓지 않으며 독일 슈투트가르트대학교에서 생명공학(Technical Biology)을 전공했다. IOC 선수위원으로서 선수들의 목소리를 대변해 스포츠 정책 수립의 최전선에 나서기로 한 점도 ‘선수 이후의 삶(The Human Behind the Athlete)’을 고민한 끝에 나온 도전이자 결과물이란 게 킴 부이 위원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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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즈마리 퍼셀(Rosemary Purcell) 호주 멜버른대 교수와 킴 부이(Kim Bui)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위원이 지난달 26일 오후 서울 중구 정동1928 아트센터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임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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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킴 부이 위원은 “자서전의 제목을 ‘45초(45 Sekunden)’로 지었다. 체조 선수로서 삶을 정리하는 마지막 이단평행봉 경기 시간”이라며 “관객들에겐 아주 짧은 경기의 순간이었지만, 선수들에겐 이후 더 긴 인생의 여정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상기시키고 싶었다”고 했다.

    퍼셀 교수는 “예기치 않게, 자의와 상관없이 은퇴란 현실을 마주한 선수일수록 심리적 충격은 더 클 수밖에 없다”면서 “선수 생애 전반에 걸쳐 진로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스포츠에서 얻은 역량을 다른 분야로 전환하는 방법을 지원해 주는 프로그램이 더 확충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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