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영국 원자재 리서치 기업 패스트마켓에 따르면 전날 국제 시장에서 유럽 암모늄 파라텅스테이트(APT) 기준 텅스텐 가격은 1미터톤단위(MTU)당 2250달러(약 340만원)를 넘어서며 신기록을 경신했다. 텅스텐 가격은 지난해 2월 이후 1년 동안 557% 급등하고 있다. 같은 기간 금은 47%, 구리는 25% 올랐다.
텅스텐은 금속 중 가장 밀도가 커서 스마트폰 진동 모터부터 장갑차 관통 무기, 미사일 안정화 장치 등에 폭넓게 쓰인다. 현대 군수 산업과 첨단 기술 분야 전반에 없어서는 안 될 자원이다. 텅스텐 가격 상승세에 불이 붙은 주된 요인도 세계 각지에서 무력 충돌이 격해지면서 방위산업 부문 수요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조지 헤펠 BMO캐피털마켓 애널리스트는 “수십만 대에 달하는 드론과 요격 미사일이 끊임없이 오가는 21세기 현대전에서 텅스텐이 차지하는 비중이 더 커졌다”고 짚었다. 그는 “최근 12년간 수많은 희귀 광물 시장을 지켜봤지만 지금처럼 극도로 공급이 부족한 시장은 본 적이 없다”고 했다.
무기 생산량을 폭발적으로 늘려야 하는 각국 정부와 방산업체들이 앞다퉈 웃돈을 주고서라도 텅스텐 확보에 사활을 걸면서 시장 내 남아있던 잉여 재고는 빠르게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영국 런던 소재 연구기관 프로젝트블루 소속 재닌 르 루 연구원은 블룸버그에 “중동 분쟁이 최근 가격 급등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며 “올해 헬리콥터와 전투기, 탄약 등 군사 관련 텅스텐 소비가 최소 12% 늘어난다”고 예상했다.
러시아 도네츠크 인민공화국 중앙부대 소속 알렉산더 자하르첸코가 군사 훈련장에서 저격총을 겨누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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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는 폭발적으로 늘고 있지만 텅스텐 공급은 지난해부터 급격히 뒷걸음질 치고 있다. 전 세계 텅스텐 생산을 사실상 독점한 중국이 본격적인 자원 무기화 행보에 돌입한 결과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 통계를 보면 중국은 2024년 전 세계 텅스텐 채굴량 8만5000톤 중 79%를 차지했다. 특히 중국산 텅스텐은 막대한 보조금을 등에 업고 전 세계 시장에 저가 물량을 쏟아냈다.
그러나 베이징 당국은 지난해부터 환경 보호와 광석 품질 저하 등을 명분으로 채굴 할당량을 대폭 줄였다. 여기에 지난해 2월 이후 중국 정부가 미국 무역 전쟁을 이유로 텅스텐 수출 통제까지 시행했다. 패스트마켓은 수출 통제 시행 이후 중국산 텅스텐 해외 출하량이 단숨에 전년 대비 40%가량 줄었다고 했다. 서방 첨단 기업들은 저가 중국산 텅스텐을 대신할 수입로를 찾아 천정부지로 치솟는 수입 비용을 고스란히 감내해야 하는 위기에 놓였다.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산 핵심 광물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범정부 차원에서 총력을 기울이는 중이다. 하지만 미국은 지난 10년 동안 자국 내에서 텅스텐을 상업적으로 채굴한 적이 한 번도 없다. 관계자들은 수십 년에 걸쳐 무너진 미국 내 자체 생산 기반이 단기간에 복구되긴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샌드빅이나 세라티지트 같은 유럽 주요 엔지니어링 기업들은 버려진 폐기물에서 텅스텐을 모아 재활용하는 방식으로 간신히 공급 부족분을 메우려 시도하고 있다. 하지만 한계가 뚜렷하다.
중국 산둥성 옌타이 항구에서 보크사이트를 운반하는 선박을 하역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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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룸버그는 전문가를 인용해 “미국 등 전 세계 산업계가 스페인이나 호주 같은 우방국을 중심으로 텅스텐 채굴 규모를 늘릴 수는 있겠지만, 서방 국가에서 실제 유의미한 생산 물량이 쏟아져 나오려면 최소 2년 이상 소요된다”고 했다. 지금 닥친 구조적 공급 부족 사태가 단기 처방으로 쉽게 해결되지 않는 상태고, 당분간 역사적인 높은 가격대가 유지될 가능성이 짙다는 의미다. 방산 기업들은 대규모 자금 압박을 안고 값비싼 텅스텐을 대량 구매하거나 납 등 성능이 떨어지는 저렴한 대체 소재를 새로 연구해야 하는 진퇴양난에 빠졌다.
일각에서는 단기적인 가격 과열을 우려하는 경고 목소리도 나왔다. 글로벌 텅스텐 거래 시장은 전체 규모 약 160억달러(약 24조원)로, 구리 시장에 비하면 5% 수준일 만큼 협소하다. 런던금속거래소(LME) 같은 주요 거래소를 거치지 않고 공급자와 수요자 간 직접 거래로 은밀하게 이루어져 가격 투명성이 극히 낮고, 작은 충격에도 변동성이 심하게 요동친다. 원자재 전문가들은 텅스텐 가격이 당분간 추가로 오를 가능성이 농후하지만, 지나치게 높아질 경우 장기적으로 수요가 줄고 대체재 연구를 가속하는 부메랑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전했다.
유진우 기자(oj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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