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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3.18 (수)

    신흥·개도국 “美국제법 위반·유럽 침묵…세계 이끌 자격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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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로벌사우스 “우리한텐 인권 침해 문제 삼더니”

    “정작 베네수·이란서 美 군사행동엔 아무말 못해”

    닛케이 “분노·불신 회복불가…세계질서 붕괴 중”

    제3차 대전·핵전쟁 우려속 “핵확보 시도 늘어날 것”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이 시작된 지 3주째에 접어든 가운데, 신흥국·개발도상국들로 이뤄진 ‘글로벌사우스’에서 서방에 대한 분노와 불신이 돌이킬 수 없을 수준으로 높아지고 있다는 우려가 잇따른다.

    이데일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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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맨날 국제법 위반이라던 유럽, 美엔 아무말 못해”

    니혼게이자이(닛케이)신문은 16일 이번 이란 전쟁과 관련 “불과 2주 남짓 불과한 시간에 세계를 극도로 나쁜 방향으로 떠밀고 있다”며 “진흙탕 싸움이 세계 각국에 혼란을 일으키는데 그치지 않고 글로벌사우스에서 서방에 대한 분노와 불신을 회복할 수 없는 수준으로 고조시키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 5~7일 인도 뉴델리에서 국제전략대화 ‘라이시나 다이얼로그’가 열렸다. 미국, 유럽, 신흥국 등 약 110개국에서 정부 관료 및 전문가들이 참석했다. 닛케이는 “현장에서 가장 깊은 인상을 남긴 것은 신흥국들이 트럼프 행정부를 바라보는 시선이 예상보다 훨씬 냉담하고 혹독했다는 현실”이었다고 전했다.

    대부분의 불만의 화살은 미국과 유럽은 물론 아시아 내 미국 동맹국들을 향했다. 평소에 미국과 합심해 국제법 위반, 인권 침해 등과 관련해 신흥국들을 훈계해온 행태가 도마 위에 올랐다. 정작 트럼프 행정부가 ‘대놓고’ 국제법을 위반하고 있음에도 비판은 커녕 아첨하거나 관대한 태도를 보이고 있어서다. ‘이중 잣대’라는 불만이 터져나온 배경이다.

    닛케이는 “이 같은 반발이 단순한 감정의 분출에 그친다면 그나마 낫지만,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과 유럽이 구축해 온 세계 질서 자체에 대해 신흥국들이 ‘연서장’을 내미는 분위기까지 생겨나고 있다”고 우려했다.

    수브라마냠 자이샨카르 인도 외무장관은 “전후 질서는 서방이 서방을 위해 만든 틀”이라며 “수천년에 이르는 인도 역사에서 보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기간은 겨우 1%에 지나지 않는다. 그런 질서가 영원히 계속된다고 생각하는 것이 되레 이상하다. 역사는 앞으로 나아간다”고 일갈했다.

    신흥국, 서방에 대한 분노·불신…“회복불가 수준”

    기존 질서에 대해 신흥국이 이의를 제기하는 흐름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나 세계은행(WB), 국제통화기금(IMF) 등 국제기구에서 자신들에게 더 많은 중요 보직을 배분하라며 개혁을 요구해 온 역사가 있다.

    그러나 현 시점에서 고조되는 신흥국의 반발은 차원이 다르다는 진단이다. 국제법을 지키지 않는 미국과, 이를 막지 못하는 다른 서방 국가들은 더 이상 질서를 주도할 자격이 없다는 분노가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브라질의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대통령은 지난 1월 미국의 베네수엘라 공격을 두고 “국제법을 명백히 위반했다”고 맹비난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시릴 라마포사 대통령도 미국 등 서방이 벌이는 이란 공격을 “국제법과 유엔 헌장에 반한다”고 비판했다.

    주목해야 할 점은 이러한 비판 뒤에 ‘미국조차 태연히 어기기 시작한 국제법을 어떻게 지킬 것인가’라는 중대한 질문이 담겨 있다는 것이다. 이대로 서방과 글로벌사우스 간 갈등이 깊어지면 국제 정치 운영은 한층 어려워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기후변화, 에너지, 식량 등 전지구적 과제에 대한 대응도 늦어질 수밖에 없다.

    이번 라이시나 대화에서 또 하나 눈에 띈 점은 아시아와 중동 신흥국 참가자들과 개별적으로 대화했을 때 글로벌 정세 향방에 대해 예상보다 훨씬 강한 위기감을 드러냈다는 사실이다.

    인도네시아의 디노 파티 잘랄 전 주미 대사는 “이란에 대한 격렬한 공격이 계속되는 가운데 무슬림 인구가 많은 일부 아시아 국가들에서 종교적 연대감이 반미 감정을 한층 부추길 수 있다”며 “이런 흐름은 아시아 내부 분열을 더욱 심화시킬 우려가 있다”고 경고했다.

    제3차 대전·핵전쟁 우려속 “핵확보 시도 늘어날 것”

    제3차 세계대전이나 핵전쟁 우려가 강해지는 것 아니냐는 걱정도 나온다. 인도 싱크탱크 ‘글로벌 인도 인사이트 연구소’의 마니시 찬드 최고경영자(CEO)는 “베네수엘라 대통령의 구금과 이란 지도부의 살해로 미 행정부가 어디에 군사행동의 레드라인을 설정하고 있는지가 갈수록 불분명해지고 있다”며 “세계 각지에서 분쟁이 격화하는 가운데 중동 전쟁에서 핵무기가 사용되지 않더라도 가까운 장래 유사한 상황에서 미국이 핵공격을 선택할 위험이 있다”고 꼬집었다.

    핵 사용 위험에 대한 불안은 잘랄 전 대사에게서도 제기됐다. 미군의 재래식 전력은 대부분 국가를 압도하기 때문에, 지역 분쟁에서 핵에 의존해야 할 국면이 현실적으로 상정되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신흥국들 사이에서 전쟁 확대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현실을 가볍게 볼 수는 없다는 지적이다.

    그는 “미국에 대한 불신이 극에 달하면 안전 보장을 위해 중국과의 우호를 강화하려는 나라들이 늘어날 것이고, 새롭게 ‘핵 카드’를 손에 넣으려는 국가들이 등장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내다봤다.

    실례로 사우디아라비아는 지난해 9월 핵보유국인 파키스탄과 상호방위조약을 체결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 협정에 핵 협력까지 시야에 두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된다.

    닛케이는 “우크라이나 침공을 계속하는 러시아를 억제하기 위해 서방이 글로벌사우스에 협력을 요구해 왔지만, 이제는 서방이 트럼프 행정부의 ‘폭주’를 제어할 수 있는지 여부가 되레 글로벌사우스의 엄격한 평가 대상이 되고 있다”며 “이번 주 미국을 방문하는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에게도 이러한 시선이 쏠리고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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