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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3.17 (화)

    "공장 돌릴수록 손해"…韓 석화, 호르무즈 리스크에 '이중 압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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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스웨이

    그래픽= 뉴스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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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스웨이 고지혜 기자]

    중국발 공급 과잉에 시달리고 있는 국내 석유화학 업계가 원료 수급 불안이라는 또 다른 악재를 맞았다. 중동 전쟁 여파로 호르무즈 해협 물류 차질 우려가 커지면서 업계 안팎에서는 가동률이 추가로 하락할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16일 롯데케미칼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회사의 지난해 기초화학 사업부문 가동률은 63.93%를 기록했다. 이는 2021년 83%에서 2022년과 2023년 76%, 2024년 72% 등으로 점진적으로 하락하다가 지난해에 들어 큰 폭으로 떨어진 수치다.

    LG화학의 석유화학 사업부문 가동률 역시 지난해 78.1%를 기록했다. 2021년 91.9%에 달했던 것과 비교하면 상당폭 낮아진 수준이다. 중국과 중동에서 대규모 석유화학 설비 증설이 이어지면서 범용제품 공급과잉 압력이 커진 탓이다.

    다만 올해 가동률은 이보다 더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올해 2월부터 이어진 중동 전쟁으로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면서 석유화학 제품의 원재료 공급망에 차질이 빚어졌기 때문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해상 원유 교역량의 약 27%가 통과하는 핵심 해상로다. 특히 한국은 지난해 기준 전체 원유 수입의 약 70%가 중동산이며 이 가운데 95% 이상이 해당 해협을 통해 들어올 정도로 중동산 원유 의존도가 높다.

    나프타의 상당 부분 역시 이 해협을 거쳐 수입되는데, 해협 봉쇄 여파로 물류 차질이 발생해 원료 수급 불안이 커졌고 나프타 가격도 급등했다. S&P Global에 따르면 지난달 이후 나프타 가격은 약 50% 상승해 톤당 875달러 수준까지 치솟았다.

    문제는 원료 가격은 급등하는 반면 경기 침체로 화학제품 판매가격은 크게 오르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생산할수록 손실이 커지는 '역마진' 구조가 심화되면서 국내 기업들이 가동률을 높이기 어려운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이미 중국발 공급 과잉으로 어려움을 겪던 국내 업체들로서는 이중고에 직면한 셈이다.

    이 때문에 국내 석유화학 기업들은 우선 불가항력을 고객사에 통지하고 비상 대응에 들어갔다. 업계 1위인 여천NCC가 고객사에 불가항력을 통보한 데 이어 LG화학, 롯데케미칼, 한화솔루션 등도 일부 제품에 대해 불가항력 가능성을 알렸다. 불가항력 통보는 공급망 차질 등으로 계약된 물량을 정상적으로 공급하기 어려울 경우 고객사에 미리 알리는 조치로, 통상 공급망 상황이 심각한 비상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해협 봉쇄가 장기화될 경우 '연쇄 셧다운'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정유사와 달리 석유화학 기업들은 통상 1~2개월치 나프타만 비축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해협 봉쇄가 길어질 경우 원료 재고가 더욱 빠르게 소진된다. 석유화학 설비는 한 번 가동을 중단하면 재가동까지 수주 이상이 걸리기 때문에 실제 셧다운이 발생할 경우 공급 차질은 물론 수익성에도 상당한 타격이 불가피하다.

    이에 정부는 지난 12일 국가 비축유 방출과 함께 국내 생산 납사의 수출 물량을 국내 공급으로 전환하는 방안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해외로 나갈 물량을 국내 공장에 우선 공급해 원료 고갈을 막고 수급을 안정화하겠다는 취지다.

    다만 현장에서는 정부 조치만으로 상황을 반전시키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납사 가격 급등과 제품 가격 약세로 마진이 크게 줄어든 상황에서 원료 공급 지원만으로 가동률을 유지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원료 수급이 일부 해결되더라도 근본적인 수익성이 뒷받침되지 않는 한, 기업들의 가동률 하락과 구조조정 흐름은 당분간 막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고지혜 기자 kohjihye@newsw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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