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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3.17 (화)

    트럼프 참전 압박에 5개국이 맞설 카드 '美 국채 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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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정연 칼럼니스트]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중국·일본·영국·프랑스에 호르무즈 해협으로 군함을 보내 스스로 자국 유조선과 상선을 지키라는 궤변을 늘어놓았다. 미국 에너지부 장관까지 나선 만큼 이는 더 이상 트럼프 개인의 의견이 아니다.


    # 트럼프가 지목한 5개국은 출구전략조차 마련 못 하는 무능력한 미국과 이란에 끌려갈 여유가 없다. 에너지 위기의 피해는 한국과 일본 경제를 초토화하고, 유럽 경제를 반파한 후에야 미국에 도달하는 구조기 때문이다. 5개 나라가 왜 미국 국채를 '최후의 카드'로 고려해야 하는지 자세히 알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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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일 주한 미국 대사관 인근에서 열린 반전 시위. [사진 |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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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란을) 재미 삼아 더 공격할 수도 있다"고 말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패륜적 표현의 실상은 이렇다. 16일 이란의 누적 민간인 사망자는 어린이 최소 206명을 포함해 1330명이다. 이란 군인 사망자는 누적 1122명, 신원 파악이 불가능할 정도로 손상돼 미분류된 사망자도 613명에 달한다.


    이란에서 활동하는 인권운동가통신(HRANA)은 "15일 오후 5시 기준으로 지난 24시간 동안 이란 16개주洲에 모두 165건의 공습이 가해져 사상자 49명이 추가로 발생했다"며 누적 사망자 수를 발표했다.


    정작 '재미 삼아'라는 말이 어울리는 건 미국의 전쟁 준비다. 미국은 정말 아무런 준비 없이 이번 전쟁을 치르고 있다는 사실이 전쟁의 양상이 달라질 때마다 확인되고 있다. 미국은 지상전과 장기전에 대비하기는커녕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한다는 전쟁 시나리오조차 없었다.


    그 증거가 바로 동맹국들에 즉흥적으로 참전을 요구한 행위다. 트럼프는 14일, 크리스 라이트 미국 에너지부 장관은 15일, 한국·중국·일본·영국·프랑스가 전쟁 중인 호르무즈 해협에 군함을 파견해 유조선과 상선을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 트럼프 '군함 요구'에 맞설 패=이란이 이길 수 없는 전쟁에서조차 전멸하지 않을 방법을 찾아낸 건 지난 12일이다. 이번 전쟁으로 사망한 부친의 자리를 이어받았지만, 현재 생사가 확인되지 않는 아야톨라 모즈타바 하메네이 최고지도자는 12일 이란 국영방송에 나와 "호르무즈 해협 폐쇄는 적을 압박하는 수단으로써 계속될 것"이라고 선언했다.


    국제 석유 가격을 급등시켜 세계 경제를 볼모로 잡고, 그 여파로 미국을 압박하겠다는 구상이다. 자국민 희생에는 원래부터 관심이 없었던 이란 집권층이기에 가능한 전략이다.


    그런데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도 '미국 우선주의'로 포장됐지만 실제로는 동맹국들에 민폐만 끼치고 있는 트럼프식 통치관에는 즉각적인 위협이 되지 않았다. 트럼프가 이미 얘기했듯 사실상 현재 세계 1위 산유국인 미국에는 고유가와 에너지 공급망 파괴로 인한 피해가 아시아·유럽을 모두 초토화한 후 가장 늦게 도착할 수밖에 없다. 트럼프에겐 여유가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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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료 | 미국 에너지정보청, 사진 |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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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럼프의 즉흥적 군함 파견 요청은 고유가 피해 당사국들에 강한 압박이 될 수 있다. 하지만 트럼프 1기 무역전쟁이나 2기의 관세전쟁에서처럼 책임을 떠넘기는 물귀신 작전이 통하는 데도 한계가 있다. 중동 석유 공급망이 6개월만 멈춰도, 한국과 일본 경제는 돌이킬 수 없는 영구적인 피해에 노출된다. 이번 전쟁에서 주춤하는 기색만 보여도 미국으로부터 온갖 소리를 다 들어야 했던 영국과 프랑스도 세계 경제 질서의 주축에서 밀려날 위기에 몰린다.


    하지만 트럼프가 이번 전쟁에서 내보인 또 하나의 즉흥적 전략인 '5개국 군함 요청'은 이 5개 나라(한국·중국·일본·프랑스·영국)에는 적어도 하나의 패가 될 수 있다. 미국 경제에 중동발發 고유가보다 더 확실하고, 더 빠른 타격을 줘서 종전을 압박할 수 있는 '최후의 카드'는 미국 국채의 대량 매도다.


    5개국은 미국 국채의 질서 있는 대량 매도를 가장 마지막 선택지로 공유할 필요가 있다. 미국 재무부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미국 국채의 해외 보유량 자료를 보면, 다른 나라가 보유한 미국 국채는 9조2709억 달러어치다. 5개국은 해외 보유 미국 전체 국채의 3분의 1 이상인 3조2445억 달러어치를 외환보유고 형태로 소유하고 있다.

    ■ 1년 전 캐나다발 해프닝=시계를 1년 전으로 되돌려 보면, 왜 미국 국채 대량 매도가 종전으로 가는 지름길인지 쉽게 알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캐나다는 미국의 51번째 주가 되는 것이 더 나을 것"이라고 발언한 후 불어닥친 후폭풍으로 양국이 철강·알루미늄 관세와 수출 전기 요금 할증료 부과를 말로만 주고받던 2025년 3월 10일. 이날 미 국채 시장에는 이상한 소문이 돌았다.


    캐나다가 미국 국채를 대량 매도할 것이라는 얘기였다. 미 국채 가격은 이런 소문만으로 급락했고, 이에 따라 국채 수익률은 치솟았다.

    결과적으로 이는 잘못된 정보였다. 캐나다 주정부 중 한곳이 이날 달러로 표시된 지방정부 채권을 발행한다고 밝힌 사실이 잘못 전해진 해프닝이었다. 하지만 이미 미국 10년 만기 국채 가격은 급락했고, 이에 따라 10년물 수익률은 하루 만에 0.3%포인트 이상 급등한 4.322%를 기록했다.


    그러자 미국과 캐나다는 관세도 할증료도 부과하지 않기로 하며 금융시장을 안심시켰다. 캐나다가 보유한 미국 국채 규모는 2025년 12월 기준 4681억 달러다.


    그렇다면 두 나라가 당시 국채시장 투자자들의 눈치를 봐야 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10년물 장기 국채 금리는 그 나라 시중금리와 대체로 일치하는 경향이 있어서다. 국채는 미리 정해놓은 표면금리가 있다.


    그런데 이 국채는 시장에서 사고팔 수 있다. 그래서 국채의 표면금리가 같아도 대량 매도세가 이어져 국채 거래가격이 하락하면, 이 국채의 수익률은 높아진다. 장기 국채의 수익률이 높아지면, 대출이나 저축의 기준이 되는 시중금리도 오른다.


    중앙은행이 호황기에 물가 상승을 우려해 기준금리를 높일 때처럼, 시중금리의 상승도 시장에 인위적인 경기침체를 만든다. 쉽게 말해 미국 장기 국채를 상당 기간 대량 매도해 가격을 낮추면, 수익률이 높아지면서 미국의 실제 시중금리가 높아지고, 이는 곧 경기침체로 연결된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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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료 | 미국 재무부, 참고 | 2025년 12월 기준, 사진 |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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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 국채 대량 매도 플랜=다만, 트럼프의 참전 호출을 받은 5개국은 명확한 일정을 갖고 미 국채 대량 매도 계획을 세워야 한다. 사실 일정은 이미 나와 있다. 우선 한국의 액화천연가스(LNG) 법정 비축일인 9일이다. 이때쯤 중국을 제외하더라도 4개국은 재무장관 회담 일정을 의논해 볼 수 있다. 주제를 특정할 필요도 없다. 재무장관들이 모일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미국 경제를 압박한다.


    미국 국채 매도의 첫 번째 데드라인은 일본의 LNG 비축량이 바닥을 드러낼 3주다. 한국의 민간 석유 비축량이 동나기 시작할 약 100일이 두번째 데드라인이다. 한국의 석유 비축량은 대략 208일분이지만, 민간 비축량은 그 절반 정도다(국제에너지기구).


    중동 지역 에너지 공급망이 완전 파괴 수준으로 타격을 받으면 재가동에 걸리는 시간만큼인 최대 2~3개월은 마지막 데드라인이라고 봐야 한다. 이를 넘기면 대량의 미국 국채를 시장에 내다 팔아 미국 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다.


    종전 이후 트럼프와 미국의 뒤끝까지 생각하기에는 4개국, 특히 한국과 일본은 여력이 없다. 에너지 공급의 완전 중단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에서 석유나 LNG 비축량을 모두 사용한다면, 그 나라의 모든 산업 생산이 멈추는 정도로 끝나지 않는다. 두 나라 경제는 다시 회복하기 힘들 수도 있다.


    지난 팬데믹 기간에서 확인했듯 한 번 끊긴 공급망을 재가동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경제가 완전히 망가질 만큼 길다. 트럼프의 파렴치한 군함 파견 요구라는 압박에 맞설 최후의 카드 하나 정도는 숨겨둘 필요가 있다.

    한정연 더스쿠프 칼럼니스트

    jeongyeon.han@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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