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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서울 여의도 켄싱턴호텔에서 열린 '바다와미래 오찬포럼'에서는 해운산업 공동행위에 대한 법·제도 개선 필요성이 논의됐다. 해운업계는 글로벌 시장 구조 변화를 근거로 공동행위 필요성을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내 선사들이 공동운항 등 협력 없이 글로벌 선사와 경쟁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고려해운 회장인 박정석 한국해운협회장은 "유럽 선사 중심으로 해외 정기선 시장 과점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며 "중국과 일본은 선사 통합과 정책 지원을 통해 국가 전략산업으로 육성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공동행위를 엄격히 제한해 글로벌 경쟁력을 저해하는 방향은 옳지 않다"며 "모든 해운강국은 해운을 전략·기간산업으로 인식해 선사들 공동행위를 제도적으로 허용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장금상선 금창원 사장은 "해운산업은 전 산업 물류에 영향을 미치는 기반 산업이다. 공동행위로 타 산업에 피해가 발생한 적 없다"며 "산업 구조상 막대한 비용이 투입되는 만큼 유엔무역개발회의에서도 공동행위를 인정했다"고 부연했다.
정기선협약은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가 1974년 채택한 정기선 시장 공동행위를 규정한 국제조약이다. 이 협약을 통해 일률적·공통적 운임률을 제공하는 행위를 원칙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현행 법 체계를 둘러싼 갈등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절차를 준수하지 않은 공동행위를 담합으로 보고 규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해운업계는 해운법에 따른 정당한 공동행위로 공정거래법 적용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다.
앞서 2022년 공정위가 에버그린·고려해운·HMM 등 국내·외 23개 해운사를 대상으로 운임 합의 등 공동행위를 이유로 시정명령을 내리고 총 962억원 과징금을 부과했다. 이에 불복한 해운사들이 소송에 나섰다. 서울고등법원에서는 공정위 제재 권한이 없다고 판단했지만 대법원은 사건을 파기 환송했다. 해당 사건은 서울고등법원에서 재심리 후 다시 판결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다.
강일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해운사 공동행위는 독점화를 위한 담합이 아니라 산업 안정성을 위한 협력 모델"이라며 "공정거래법 적용을 일률적으로 판단하기보다 해운법 제29조 취지를 살리고 산업 특성을 반영한 법 집행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공핵 이론'을 언급하며 대규모 고정비 산업에서는 일정 수준의 협력이 시장 안정과 사회적 후생에 기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과 유럽 등 주요 국가도 대규모 장치 산업의 협력 행위를 경제적 효과 측면에서 유연하게 판단하는 방향으로 규제 체계를 발전시키고 있다는 설명이다.
강 변호사는 "정기선 시장은 막대한 초기 투자와 높은 수요 변동성을 가진 산업"이라며 "파괴적 경쟁을 막고 생존을 위해서라도 협력적 공동행위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해양수산부도 공동행위 필요성에 공감했다. 김한울 해양수산부 항만물류기획과장은 "해운 공동행위는 충분히 필요하고 소비자에게도 도움이 된다는 점에 이견이 없다"며 "공정거래법 적용 배제 방식에 대해서는 공정위와 협의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조승환 의원(국민의힘)은 "해운산업 현실을 반영하면서 공정한 시장 질서를 함께 고려한 합리적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며 "국회 차원에서 실질적인 입법과 정책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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