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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3.20 (금)

    억울한 HPV 감염… "성관계만이 원인이라는 오해 풀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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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은 노들담한의원 전문의]
    하이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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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PV 감염은 꼭 성관계 때문일까요? 이 질문은 진료실에서 자주 듣게 되는 내용입니다. 특히 HPV에 감염됐다는 결과를 처음 받아든 환자들, 그리고 파트너의 곤지름 진단을 들은 이들이 가장 먼저 떠올리는 감정은 당황스러움, 분노와 의심입니다.

    "배우자가 바람을 피운 걸까?", "최근에 만난 사람이 문제였나?" 이 같은 추측이 이어지면서 관계에 큰 불신을 초래하기도 합니다.

    삽입 성교 없어도 피부 접촉, 간접 매개물로 감염 가능해
    그런데 정말 HPV는 성관계가 아니면 감염되지 않을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HPV는 반드시 성관계(삽입 성교)를 통해서만 전파되는 바이러스가 아닙니다.

    HPV는 피부와 피부 사이의 접촉만으로도 전파될 수 있습니다. 생식기 주변의 피부나 점막끼리의 마찰, 손이나 입과 같은 신체 부위의 접촉, 그리고 간접적으로는 수건, 속옷, 의료기구 등을 통해서도 감염이 가능하다는 연구들이 다수 있습니다. 실제로 성관계 경험이 없는 10대 청소년이나 60대 이상의 고령 여성에게서도 HPV 양성이 발견되는 경우가 적지 않으며, 항문 성교 경험이 없는 환자에게서 항문 곤지름이 나타나는 사례도 임상에서 빈번하게 보고됩니다.

    단편적 설명이 낳은 불안, 근본 원인은 사회적 '성병 낙인'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의료기관에서는 환자에게 HPV 감염 사실을 설명하면서 "성관계 때문"이라는 단편적인 말로 넘겨버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설명은 환자에게 불필요한 불안과 의심을 낳게 하는데 말입니다. 특히 일부 의료인들은 감염 시점이나 경로에 대한 충분한 설명 없이(바쁘다는 이유로) 단정적으로 말하기 때문에, 환자 입장에서는 배우자나 연인을 의심하게 되고, 오해로 관계가 틀어지기도 합니다.

    이는 비단 의료진의 설명 방식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우리 사회 전반에 퍼져 있는 '성병에 대한 낙인', 즉 감염 사실을 곧 도덕적인 결함이나 문란한 생활과 연결 지으려는 문화가 문제의 근본입니다. 이러한 인식이 바뀌지 않는다면, HPV에 대한 오해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입니다.

    하이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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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면역력 저하 등 복합적 요인 작용, 다각적인 설명 병행되어야
    HPV는 주변에 많이 퍼져 있는 바이러스이며, 우리 몸의 면역 상태와 피부 접촉 환경, 개인 위생, 스트레스, 장기간 누적된 생활습관 등이 모두 감염 여부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감염된 이가 반드시 누군가의 잘못으로 옮은 것도 아니고, 감염 사실이 곧 부적절한 이성관계의 증거도 아닙니다.

    따라서 진료실에서는 HPV를 단순히 '성병'으로 단정 지어 말하기보다는, 다양한 전파 경로와 개인별 면역 상태, 그리고 잠복 감염 가능성까지 포함해 설명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래야 환자는 자신을 탓하지 않고, 파트너를 의심하지 않으며, 더욱 건강한 치료 과정으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혹시 최근 HPV 감염 진단을 받고 마음이 혼란스러우시다면, 꼭 명심해주세요. 이 바이러스는 누구나 겪을 수 있는 감염이며, '당신 탓'도 '누구 탓'도 아닌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이제는 그 오해를 내려놓고, 몸의 회복에 집중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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