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라인 넘은 에너지 난타전]
이란, 가스전 피격에 전기·난방 위협
전세계 수출 2위 카타르 시설 보복
최소 수개월 이상 생산 전면 중단
사우디 가스 이어 원유시설도 타격
아시아 LNG 현물가 70% 급등
반도체 냉각용 헬륨 수급도 압박
한국 등 초비상…물량 확보 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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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째를 맞은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이 원유 길목인 호르무즈해협을 넘어 액화천연가스(LNG)의 허브인 카타르 산업단지로 번졌다. 사실상 전 세계가 에너지 볼모로 사로잡히는 국면이다. 세계 생산량의 20%를 차지하는 카타르 LNG 시설은 이란의 공격으로 최소 수개월 동안 생산이 전면 중단됐다. 이스라엘이 이란 국민의 생명줄인 이란 최대 가스 시설을 격파한 데 따른 보복전이다.
이란은 자국에 대한 공격이 계속될 경우 ‘중동 에너지 인프라를 완전히 파괴하겠다’고 엄포를 놓은 만큼 앞으로 충격은 더 커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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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현지 시간) 이스라엘은 이란 남부 사우스파르스 가스전과 여기에 연결된 아살루예 천연가스 정제 시설 단지를 미사일로 타격했다. 세계 최대 규모의 해상 가스전인 사우스파르스 가스전은 이란 전체 천연가스 생산량의 약 70%를 차지한다. 이란은 세계 3위의 가스 생산국이지만 서방 제재로 자국에서 만든 가스 90%를 내수용으로 사용한다. 한마디로 이스라엘이 이란 전 국민의 전기와 난방을 끊어놓은 것이다. 앞서 이달 14일 원유 수출의 90%를 차지하는 하르그섬을 공격당한 데 이어 가스전까지 두드려 맞자 이란은 격분했다. 강경파인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는 “이 같은 공격이 반복될 경우 중동 에너지 인프라가 완전히 파괴될 때까지 추가 공격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며 강력한 보복을 예고했다. 이란 내 온건파로 꼽히는 마수드 페제슈키안 대통령도 “전 세계를 휩쓸 통제 불능의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며 격앙된 반응을 나타냈다.
곧바로 LNG 설비가 밀집한 카타르 북부 라스라판 산업단지에 발사한 이란의 보복 미사일도 세계경제에 충격을 유도했다. 라스라판에 대한 이란의 공격은 이튿날인 19일까지 이어졌다.
이곳은 이달 초 이미 이란의 드론 공격을 받아 생산이 전면 중단됐고 카타르는 이를 이유로 불가항력(포스마주르)에 따른 공급 중단을 선언한 바 있다. 연간 LNG 생산량이 7700만 톤으로 세계 2위인 카타르에서 LNG 생산이 멈추자 그 여파로 아시아 LNG 현물 가격이 전쟁 직전 대비 최대 70%까지 뛰었고, 유럽과 아시아 사이에는 물량을 먼저 확보하기 위해 경쟁까지 벌어지고 있다. 수입 LNG에서 카타르산 비중이 15%를 차지하는 한국도 원전과 석탄발전 비중을 높이는 비상 조치를 단행했다. 가스 액화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헬륨 가스 역시 수급 압박이 커졌다. 헬륨은 반도체 웨이퍼 냉각에 필수이며 카타르는 전 세계 헬륨 생산 물량 1위다. 우드맥킨지의 톰 마르제크-만서 유럽 가스·LNG 담당 이사는 “라스라판에 대한 공격은 세계 천연가스 시장이 가장 우려하던 상황”이라고 짚었다.
카타르뿐 아니라 아랍에미리트(UAE) 합샨 가스 시설, 밥 유전이 미사일을 맞아 가동이 중단됐고 사우디아라비아 동부 가스 플랜트에도 이란 드론이 날아들었다. 사우디 서부 홍해 연안에 있는 아람코·엑손모빌 합작정유시설(SAMREF) 역시 이란 드론 공습을 받았다.
에너지 난타전에 국제유가는 이달 9일 이후 다시 장중 110달러대로 치솟았다. 브렌트유는 이날 한때 배럴당 112달러보다 높아졌고 서부텍사스산원유(WTI) 또한 100달러 가까이 급등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트루스소셜에서 “이란이 또 카타르 LNG 시설을 공격하면 사우스파르스 가스전 전체를 폭파할 것”이라고 엄포를 놓았다. 이와 동시에 미국은 사우스파르스 가스전 공격을 전혀 알지 못했다며 이스라엘과 선을 그었다. 이란이 카타르를 공격하지 않는 한 이스라엘도 이란 에너지 인프라를 더 이상 겨냥하지 않겠다며 확전을 자제시키는 모습도 보였다. 11월 미국 중간선거를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이 유가발(發) 인플레이션을 극도로 경계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유가를 낮추기 위해 여러 방안을 내놓고 있지만 이렇다 할 효과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캐럴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미국 내 항구 간 물자 운송을 미국 선박으로만 하도록 하는 ‘존스법’ 적용을 두 달 동안 면제했다고 밝혔다. 외국 선박도 미국 항만 간 운송 시장에 진입할 수 있게 해 운송비를 낮춰 결국 미국 내 기름값 인하를 유도하겠다는 계획이다. 세부적으로 석탄, 원유, 석유 정제품, 천연가스, LNG, 비료 등이 면제 대상 화물이다. 유가를 낮추기 위해 제정된 지 100년도 넘은(1920년 제정) 법의 일시 우회로를 터준 것이다.
앞서 이달 12일 미 재무부는 ‘러시아의 전쟁 자금을 채울 수 있다’는 우려에도 러시아산 원유 및 석유제품의 판매를 한 달간 허용하기도 했다. 시장에 원유 공급을 늘려 가격 하락을 유도한 조치였다. 아울러 11일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사상 최대인 총 4억 배럴의 전략비축유를 방출하기로 결정했지만 유가는 계속 상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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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양준 기자 mryesandno@sedaily.com워싱턴=이태규 특파원 classic@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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