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청래 대표 팬들은 무슨 퇴적층 같아."
얼마 전 식사 자리에서 만난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 측근 인사가 전한 말이다. 퇴적층이라는 의미는 정 대표의 정치적 궤적과 맞닿아 있다. '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노사모)' 출신 정치인. 2004년 제17대 총선에서 첫 국회의원이 된 이후 컷오프 아픔을 겪기도 했지만, 한 번도 당을 떠난 일이 없다. 그런 모습을 지켜본 당원들이 정치적 기반이라는 의미에서 나온 단어가 퇴적층이다.
민주당은 지금 또 하나의 퇴적 작용을 경험하고 있다. 검찰개혁 후속 입법을 둘러싼 당내 갈등이 일단락된 것처럼 보이지만, 퇴적층에 해당하는 오래된 민주당원과 '뉴이재명'으로 불리는 새로운 지지층은 감정의 골이 패었다.
물밑에서 막판 조율을 이끈 정 대표 행보의 최근 모습이 아쉬운 것도 그 때문이다. 정 대표는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공소청 설치법 협의를 매듭지은 이후 김어준씨 유튜브 방송인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에 출연해 '이심정심(이재명 대통령과 정 대표 마음이 같다는 뜻)'이었다며 자화자찬에 가까운 메시지를 전했다.
유시민 작가가 유튜브 방송인 '최욱의 매불쇼'에 출연해 전했던, 이른바 'ABC론'은 또 하나의 논쟁거리다. 이 대통령 지지층을 A, B, C 등 세 그룹으로 나눈 그의 해석에 따르면 가치를 중시하는 A는 "김대중·노무현·문재인·이재명으로 이어지는 흐름을 지탱해 온 민주당 핵심 코어 지지층"이다. 반면 이익을 중시하는 B는 뉴이재명에 가깝다. C는 양쪽의 교집합이다.
문재인 정부의 검찰개혁 좌초와 윤석열 정부의 '검수원복(검찰 수사권 원상 복구)'을 지켜보고,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의 아픔을 가슴에 품은 이들에게 검찰개혁은 분명 민감한 주제다. 하지만 그런 정서가 분열의 언어를 정당화하는 것은 아니다. 애초에 가치와 이익을 이분법적으로 나눌 수도 없다. 본류라는 인식도, 가치를 중시하는 A라는 수식어도 진영을 가르는 분열의 언어로 활용될 수 있다.
민주당 내부의 퇴적 작용은 저 멀리 2002년 대선 후보 노무현 당시의 '후보단일화협의회(후단협)' 시절에 멈춰있는 게 아니다. 뉴이재명은 새로운 퇴적 작용의 산물인지도 모른다. 자기 이익을 위해 가치를 이용하는 정치인이 있다면 이를 경계해야 하겠지만, 중요한 건 본질이다. 퇴적 작용으로 새롭게 쌓이는 층, 그들과 어떻게 어우러질지에 천착해야 한다.
A에 속한 이들끼리만 두 걸음 전진하려다 두 걸음 후퇴하는 일은 없어야 하지 않겠는가. 숙의하며 함께 반걸음씩 나아가는 것이 품 넓은 집권 여당의 모습이다.
지혜진 기자 heyj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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