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노동자는 ‘해고는 죽음’이라고 생각하고, 기업은 정규직을 뽑아 놓으면 꼼짝을 못 하니 비정규직이나 하청으로 대응한다”며 노사 간 악순환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노동자의 일방적 희생을 전제로 한 유연성 확대는 옳지 않으며, 기업 역시 사회 안전망 구축에 역할을 해야 한다고 했다. 작년 노동계와의 만남에서도 언급했던 고용 유연성을 이번에 본격적으로 화두로 꺼낸 것이다.
기업이 경영 현실에 맞게 인력을 탄력적으로 운영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우리는 한 번 고용하면 사실상 해고가 어려워 신규 채용 자체를 꺼리게 된다. 그 결과 기득권 노동자의 보호는 강화되는 반면 청년층의 진입은 좁아지고, 산업 변화에 대한 대응도 늦어지고 있다. 노동자 사정도 다르지 않다. 한 번 일자리를 잃으면 낭떠러지로 떨어지는 것과 같다. 그동안 쌓은 경험과 기술이 쓸모 없어지고, 상당수는 저임금·불안정 일자리로 밀려난다. 이동할 수 있는 일자리 자체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노동 유연성이 고용 불안으로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실제로 양질의 일자리는 상위 10% 기업에 집중돼 있다. 중소기업이나 비정규직으로 이동하면 임금이 절반 수준으로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40대 이후 중장년층 재취업은 대부분 저임금·단기 일자리에 머물고, 청년층 역시 양질의 신규 일자리를 찾기 어려워지고 있다. 잠재성장률이 1~2%대로 정체된 상황에서 일자리 부족은 구조적으로 고착될 가능성이 크다. 이런 상황에선 무엇보다 기업의 운신의 폭을 넓혀주는 것이 중요하다. 미국은 해고가 비교적 자유로운 대신 노동 이동이 활발하고 재취업이 용이하다. 유럽 주요 국가는 해고가 가능하더라도 실업급여와 직업훈련, 재교육으로 취업을 뒷받침한다. 노동자를 보호하면서도 기업이 필요에 따라 인력을 조정할 수 있는 구조다.
이동성이 떨어지면 경제는 활력을 잃고 결국 퇴화할 수밖에 없다. 기업이 정규직을 채용할 유인을 높이고 자유롭게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출발점이다. 그래야 좋은 일자리도 늘어난다. 동시에 재교육 시스템과 사회안전망을 획기적으로 강화해야 한다. 실제 현장에서 필요한 기술을 익히고 취업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설계해야 한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격차를 줄이는 노력도 필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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