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태종현 중앙대병원 비뇨의학과 교수
‘침묵의 암’으로 불리는 신장암, 초기엔 대부분 무증상
종양 제거 못지 않게 정상적인 신장 조직 보존이 중요
영상 소견과 종양 크기·위치 따라 조직검사 생략하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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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장(콩팥)은 우리 몸의 노폐물을 걸러내고 수분과 전해질 균형을 조절하는 중요한 장기다. 신장암은 신장 실질에서 발생하는 악성 종양으로, 대부분 신세포암을 의미한다. 신장암은 상당히 진행될 때까지 특별한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아 ‘침묵의 암’으로 불린다. 최근에는 건강 검진 시 초음파나 컴퓨터단층촬영(CT) 검사를 통해 우연히 발견되는 경우가 늘어나는 추세다. 신장암을 조기에 발견하면 완치를 기대할 가능성이 높다. 종양의 크기가 비교적 작고 신장에 국한돼 있을수록 신장을 모두 떼어내는 대신, 암만 제거하고 신장을 살리는 부분 신절제술을 우선적으로 고려한다.
진료실에서 만나는 환자들 중 상당수는 “암이 의심되면 먼저 조직검사를 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라고 묻는다. 하지만 신장암은 다른 장기에 발생하는 암과는 조금 다르다. CT나 자기공명영상(MRI) 검사에서 전형적인 신장암의 모습을 보이고, 종양의 크기와 위치를 고려했을 때 수술이 가장 적절한 치료라고 판단되면 조직검사 없이 바로 수술을 진행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신장 종양 생검은 모든 환자에게 일률적으로 시행하는 검사가 아니라, 치료 방침을 실제로 바꿀 가능성이 있을 때 선택적으로 고려한다. 조직검사가 도움이 될 수는 있지만 항상 최종적인 답변을 주지는 않기 때문이다. 바늘로 종양의 일부만 채취하는 검사의 특성상 종양 내부의 이질성이나 채취 부위에 따라 암세포를 놓칠 가능성이 존재한다. 실제 체계적 문헌고찰에 따르면 신장 종양 생검의 비진단률은 약 14%였고, 음성 생검 후 수술한 환자 가운데 36.7%가 실제 악성인 것으로 확인됐다. 다른 문헌들에서도 음성예측도가 양성예측도만큼 높지 않아, 음성 결과만으로 암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일부 보고에서는 위음성 가능성이 15~20% 안팎으로 언급돼 있다. 조직검사를 하더라도 수술이 필요할 가능성이 높으며, 암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면 처음부터 수술을 시행하는 것이 더 합리적일 수 있다는 의미다. 다시 말해 신장암에서는 수술이 가장 확실한 치료이자 최종 진단이 되는 경우가 많다.
물론 모든 경우에 조직검사를 생략하는 것은 아니다. 고령이거나 기저질환이 많아 당장 수술보다 추적관찰이 더 적절한 경우, 고주파 열치료나 냉동치료 같은 비수술적 국소치료를 계획하는 경우, 영상 소견이 전형적이지 않아 다른 질환과의 감별이 필요한 경우에는 조직검사를 시행한다. 즉, 신장암에서 조직검사는 선택적으로 시행하며, 모든 환자에게 반드시 선행돼야 하는 검사가 아니다.
조기에 발견된 신장암은 단순히 종양을 없애는 것 뿐 아니라, 정상 신장 조직을 최대한 보존하는 것이 중요하다. 장기적으로 신기능 저하와 만성 신질환 위험을 줄여야 환자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신장암 수술의 성패는 ‘얼마나 크게 떼어내느냐’보다 ‘얼마나 정교하게 절제하고 얼마나 신장을 잘 살리느냐’에 달렸다.
이 지점에서 로봇수술의 장점이 분명해진다. 신장 부분절제술은 출혈을 조절하기 위해 혈관을 일시적으로 차단한 상태에서 종양을 제거한 뒤, 남은 신장 조직을 빠르고 정교하게 봉합해야 한다. 그만큼 난이도도 높다. 로봇수술은 입체적인 시야와 자유도 높은 기구 조작을 바탕으로 이러한 과정을 보다 섬세하게 수행하는 데 유리하다. 특히 암을 완전히 제거하면서도 정상 신장 조직은 최대한 보존해야 하는 부분 신절제술에서 로봇은 치료의 정밀도를 높여주는 강력한 도구다. 최소침습적 접근 방식은 수술 이후 회복과 입원 측면의 장점도 기대할 수 있다.
결국 신장암 진료에서 중요한 것은 획일적인 원칙이 아닌, 개별 환자에게 맞는 최선의 선택이다. 어떤 환자에게는 조직검사보다 수술을 먼저 진행하는 것이 가장 안전하고 합리적일 수 있다. 영상검사상 신장암이 강하게 의심되고 수술이 가장 적절한 치료라고 판단된다면 조직검사 없이 수술을 진행하는 것은 결코 성급한 판단이 아니다. 반면 어떤 환자에게는 조직검사가 치료 방향을 정하는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다. 신장암은 증상이 없다고 해서 안심할 수 있는 병이 아니다. 동시에 증상이 없는 초기 단계에서 발견되면 충분히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는 암이다. 그래서 더더욱 정확한 영상 판단과 정교한 수술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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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경진 의료전문기자 realglasse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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