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익명 기반 '사이버 고해실' 확산
채무·트라우마까지 고백 이어져
전문가 "불법 행위 정당화 우려도"
편집자주
Z세대(1990년대 후반~2010년대 초반 출생자)는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 속에서 문화와 트렌드를 주도하며, 사회 전반에서 새로운 기준을 만들어가는 세대로 주목받고 있다. [세계는Z금]에서는 전 세계 Z세대의 삶과 가치관을 조명하며, 그들이 어떻게 사회를 변화시키고 있는지를 들여다보고자 한다.
중국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익명으로 고민과 죄책감을 털어놓는 이른바 '사이버 고해실'(Cyber confession room)이 확산하고 있다. 가족이나 친구에게 말하기 어려운 비밀을 익명성에 기대 공유하며 답답함을 해소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이 실제 인간관계를 악화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허영심에 가짜 명품 샀다"…中 SNS서 고해성사 쏟아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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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 SNS에는 '고해실' 형태의 게시물이 유행하고 있다. 매체는 "젊은 층이 가족이나 친구에게 감정이나 두려움을 털어놓기보다는 온라인 공간에 의존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며 "결혼, 도박, 학업 및 직장 스트레스 등 특정 주제를 중심으로 한 고해실이 등장했고, MBTI 성격 유형이나 별자리를 바탕으로 자신의 '어두운 면'을 성찰하는 공간도 생겨났다"고 전했다.
고해실 참여 방식은 간단하다. 이용자들은 텅 빈 방 사진을 배경으로 한 라이브 방송에 접속해 댓글이나 채팅으로 자신의 고민을 익명으로 남기면 된다. 겉보기에는 단순한 빈방 사진에 불과하지만, 고민을 공유하면 불특정 다수가 댓글로 공감이나 조언을 남기는 공개형 온라인 고백 공간인 셈이다. 관련 콘텐츠는 누적 조회 수 5000만 회 이상을 기록하며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이 공간에서 공유되는 내용은 다양하다. 기숙사에서 냄새가 강한 음식인 '뤄쓰펀'(우렁이 쌀국수)을 3일 연속 먹어 룸메이트를 울게 했다는 사연부터, 졸업 논문을 한 달 가까이 미뤘다는 이야기, 허영심 때문에 가짜 루이비통 가방을 사서 자랑했다는 고백까지 이어진다.
이와 함께 채무 문제나 트라우마 등과 관련된 무거운 사연도 적지 않다. 한 이용자는 학교를 몰래 자퇴한 뒤 등록금과 생활비, 대출금 등을 게임에 사용했다고 밝혔다. 이후 어머니 사망 보험금으로 빚을 갚았다고 털어놔 비판받았다.
또 다른 이용자는 어린 시절 부모에게 혼날까 두려워 길고양이를 차고에 숨겨두었다가 결국 굶어 죽게 했다고 고백했다. 그는 "정말 미안하다. 지금 가진 모든 것을 포기해서라도 고양이가 천국에서 행복하고 건강하길 바란다"고 적었다. 이에 한 누리꾼은 "이해한다. 나도 실수로 반려동물을 떠나보낸 적 있다"며 "(이 경험은) 평생 괴로움으로 남는다"고 답했다.
이 같은 현상은 2021년 미국 인플루언서 '니키(Niki)'가 라이브 방송에서 고해성사 형식을 차용한 콘텐츠를 선보이면서 확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중국 누리꾼들이 이를 변형해 자체적인 '고해실' 콘텐츠를 만들어내며 유행으로 자리 잡았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온라인상 고백이 '용서'를 구하는 행위라기보다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줄 상대를 찾는 데 의미가 있다고 분석했다. 오프라인에선 타인의 시선을 의식해 속마음을 드러내기 어려운 반면, 익명성이 보장된 온라인 공간에서는 보다 자유롭게 감정을 표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리제 장쑤성사회과학원 연구원은 일부 이용자들이 불법 행위까지 '고백'이라는 방식으로 정당화하려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운영자 실명 등록과 콘텐츠 관리 등 제도적 장치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왕사오레이 난징사범대 교수는 "익명 공간에 대한 의존이 현실의 대면 관계를 악화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韓서도 AI에 고민 상담 확산…"익명성·편의성이 장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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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성을 기반으로 한 온라인 상담·소통 방식은 국내에서도 확산하는 모습이다. 실제로 익명성에 기대 인공지능(AI)에 고민을 털어놓는 사례도 적지 않게 나타나고 있다. 한국리서치가 지난해 4월 발간한 'AI 기반 심리상담에 대한 인식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향후 심리적 어려움을 겪을 경우 전문 상담사를 찾겠다는 응답은 56%, 챗 GPT 등 AI 상담 서비스를 이용하겠다는 응답은 40%로 나타났다.
또 AI 기반 심리상담 서비스에 대해 ▲다른 사람의 시선이나 평가 없이 편하게 고민을 털어놓을 수 있다는 점(47%) ▲원하는 시간과 장소에서 상담이 가능하다는 점(41%) ▲익명성이 보장된다는 점(35%) 등에 대한 기대가 큰 것으로 조사됐다.
허미담 기자 damd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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