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프타 조달 불안에 화학업계 감산…공급망 균열 조짐
폐유 재활용·연료 절감 총력…“마른 수건도 다 짰다”
비축유 풀어도 한계…중소기업부터 타격 현실화
호르무즈 해협 통과하는 유조선. 출처=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파이낸셜뉴스 도쿄=서혜진 특파원】호르무즈 해협의 사실상 봉쇄로 촉발된 원유 시장 혼란이 일본 지역 경제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이 22일 보도했다. 제조업 밀집 지역인 시즈오카현과 석유화학 콤비나트가 위치한 오카야마현을 중심으로 원·연료 조달 불안이 커지고 있다. 중견·중소기업들은 폐유 재활용 등 제한된 대응책 속에서 생존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공업용 유류값 30% 급등 압박
닛케이는 "지역 경제가 호르무즈 해협 위기로 인한 고유가와 조달난으로 인해 시련을 겪고 있다"며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특히 중소기업이 가장 먼저 충격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현재 미국 선물시장에서 원유 가격은 배럴당 90달러를 넘어 이란 공습 이전보다 40~50%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중동발 유조선 감소로 물류 차질도 가시화되고 있다.
시즈오카현 하마마쓰시에 있는 오구스 금속공업소 관계자는 이로 인해 "금속 가공용 오일 비용이 월 100만엔 단위로 증가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회사의 관련 비용이 현재 월 300만엔 수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30% 이상 상승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문제는 비용 전가다. 연료비 상승이 불가피하지만 납품처인 자동차 업체들이 이를 받아들일지 불투명하다.
이 관계자는 “가격 인상이 현실화되기 전에는 협상이 어렵고 전가가 가능하더라도 수개월이 소요된다”며 “당분간은 현금 확보로 버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석유화학 업계의 위기감도 커지고 있다. 석유화학 산업은 원유 정제 과정에서 나오는 나프타를 기초 원료로 사용한다. 유가가 급등하면 원가 부담이 즉각적으로 커지는 반면 전방 산업 수요 침체로 제품 가격에 이를 온전히 전가하기 어려워 수익성이 악화될 수밖에 없다.
이미 미쓰비시케미컬그룹과 미쓰이화학 등 주요 화학 기업들은 나프타 수입 감소를 예상하고 에틸렌 감산에 들어갔다.
오카야마현 구라시키시 미즈시마 콤비나트에 본사를 둔 하기와라공업의 한 관계자는 "범용 제품부터 수급이 막힐 가능성이 있다"며 "불안감이 크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합성수지 가공 제품이 매출의 80% 이상을 차지한다. 폴리에틸렌·폴리프로필렌 등 원료 확보가 핵심인데 향후 가격 상승뿐 아니라 물량 확보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식품용기 업체 마루젠트레이의 시라가미 마사오 회장도 "폴리프로필렌 공급업체로부터 추가 물량 공급이 어렵다는 통보를 받았다"며 "수요가 있어도 생산을 늘릴 수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엔화 약세도 부담이다. 이란 사태 이후 원유 결제용 달러 수요가 급증하면서 환율은 달러당 160엔에 근접했다.
■대응은 '버티기'…재활용·연료 절감 총력
기업들이 대응에 나서고 있지만 한계가 있다고 닛케이는 지적했다.
요코하마의 산와화성공업의 경우 폐유 재활용을 통한 원가 절감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 재활용 제품을 시범 생산해 실제 사용 가능성을 검증 중이다. 다만 원료인 기유(base oil)를 수입하는 한국에서도 생산 차질과 가격 조정 움직임이 감지되면서 부담은 더욱 커지고 있다.
무카이 가즈마 산와화성공업 사장은 "가격 상승분을 일정 부분 감내할 수밖에 없지만 대체 수단 확보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물류업계 역시 연료 절감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일본우편 자회사인 토나미운수는 약 3000대의 트럭 운용 과정에서 급가속·급제동 억제, 공회전 최소화 등 비용 절감 조치를 강화했다.
오히라 유고 토나미홀딩스 경영기획실장은 "이미 할 수 있는 절감은 대부분 시행한 상태"라며 "추가 대책이 마땅치 않고 불확실성 때문에 가격 협상도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지자체 지원 확대…비축유 방출에도 '한계'
지자체도 지원에 나섰다. 요코하마시는 중소기업 대상 특별 경영 상담 창구를 설치했고 야마구치현 역시 코로나19 당시 구축한 지원 체계를 재가동해 자금 조달 지원에 나설 계획이다.
정부는 약 8000만 배럴 규모의 비축유 방출을 시작하고 휘발유 가격 안정을 위한 보조금도 투입했다.
다만 이같은 방법도 한계가 있다. 석유화학 핵심 원료인 나프타가 여전히 수입 의존도가 높기 때문이다. 경제산업성은 중동 외 지역에서의 조달 확대를 전제로 약 4개월간 공급망 유지가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석유 유통 전문가인 고지마 마사토시 모모야마가쿠인대 교수는 "비축유 방출로 휘발유 공급은 안정될 수 있지만 나프타는 구조적으로 수입 의존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닛케이는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지역 경제, 특히 중소기업이 가장 먼저 충격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sjmary@fnnews.com 서혜진 기자
Copyrightⓒ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