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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3.22 (일)

    [그때 그 광고]팔도의 '차가운 라면', 새 시장을 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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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리법 교육한 CM송, 새로운 식문화 개척
    계절상품에서 국민라면으로…20억개 팔려
    '모디슈머' 타고 진화…여전한 '비교 기준'


    비즈워치

    /그래픽=비즈워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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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때 그 광고]는 우리나라 식품유통업계의 광고 역사에 한 획을 그은 광고들을 소개하고 그 뒷 이야기들을 펼쳐보는 콘텐츠입니다. 꼴찌 브랜드를 단숨에 1위로 만든 '최고의 광고'부터 잘 나가던 브랜드의 몰락을 불러온 '최악의 광고'까지, '광고의 정석'부터 '광고계의 이단아'까지. 우리의 인상에 남았던 여러 광고 이야기를 나눠 볼 예정입니다. 여러분의 추억의 광고는 뭔가요? 혹시 이 광고 아닌가요.[편집자]



    차갑다

    같은 옷을 입은 두 명의 남성이 식탁에 앉아 면을 비비고 있다. 한 남성은 '오른손으로 비비고, 왼손으로 비비고'라는 노래 가사에 맞춰 능숙하게, 또 다른 남성은 연신 옆사람을 따라하고 있다. 잠시 후 찬물에 헹군 면에 양념 소스를 얹고 두 손으로 면을 비비는 장면이 나온다. 이후 "입맛이 없을 땐 팔도 비빔면을 찾으세요"라는 야쿠르트 아줌마의 대사와 함께 광고는 끝이 난다.

    지난 1984년 공개된 한국야쿠르트(현 hy) 계열사 팔도의 '팔도 비빔면' 첫 광고입니다. 요즘 세대에게 이 광고 영상은 다소 생소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오른손으로 비비고 왼손으로 비비고'라는 가사만큼은 친숙하게 느껴지는데요. 덕분에 당시 광고는 팔도 비빔면을 소비자에게 각인시키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팔도 비빔면이 출시될 때만 하더라도 라면은 뜨거운 국물과 함께 먹는 음식이라는 인식이 강했던 시기였습니다. 끓는 물에 스프를 넣고 면을 익혀서 호호 불어먹는 게 당연하게 여겨졌죠. 이 때문에 출시 초기 팔도 비빔면을 뜨거운 상태로 비벼 먹거나, 아예 국물 라면처럼 팔팔 끓여 먹는 사례도 적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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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팔도 비빔면 더 블루./사진=김아름 기자 armijj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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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팔도는 이 같은 문제를 광고로 풀어냈습니다. 광고의 핵심은 제품을 설명하는 방식이 아닌 '행동을 반복적으로 학습하도록 하는 것'이었죠. 이를 위해 익숙한 멜로디에 면을 비비는 동작을 반복적으로 넣어 조리법을 자연스럽게 녹여냈고요. 찬물에 면을 헹구는 과정을 시각적으로 강조해 소비자가 올바른 조리법을 직접 체득할 수 있게끔 설계했습니다.

    이는 오늘날까지도 '차갑게 비벼 먹는 음식'이라는 비빔면의 인식을 확립하는 계기가 됐습니다. 한 마디로 팔도가 라면 시장에 새로운 식문화를 정착시킨 셈이죠. 특히 이 CM송이 큰 인기를 끌면서 4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비빔면=팔도'라는 공식 역시 깨지지 않는 브랜드만의 자산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장수 브랜드의 비결이 광고 속 조리법에서 나왔다해도 과언이 아니죠.3박자

    흥미로운 건 초기 팔도의 유통 전략입니다. 팔도 비빔면은 과거 더운 날에만 소비되는 계절 상품이었습니다. 냉방 인프라가 부족했던 만큼 여름철에만 수요가 집중됐기 때문입니다. 이에 따라 팔도는 여름 시즌에 맞춰 비빔면을 한정 판매하며 희소성과 계절성을 동시에 강화했습니다. 이 전략은 '더울 때 떠오르는 라면'이라는 강력한 이미지를 형성하는 데 기여했습니다.

    한정 판매에도 불구, 판매량도 어마어마했습니다. 팔도 비빔면은 첫 출시 당시 880만개를 판매하며 시장 가능성을 입증했습니다. 사계절 내내 소비되는 신라면이 출시 첫 해 1500만개의 판매고를 기록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한 수치죠. 에어컨 보급이 일반화되고, 여름철 외에도 팔도 비빔면을 찾는 소비자들이 늘면서 팔도 비빔면은 1990년대 후반부터 연중 판매 체제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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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김아름 기자 armijj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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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팔도 비빔면의 또 다른 성공 축은 액상 스프죠. 팔도는 분말스프 중심이던 기존 라면 시장에서 차별성이 있어야 승산이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에 1983년 '팔도 참깨라면'에 사용한 국내 최초 액상스프 기술력을 팔도 비빔면에 적용했습니다. 특히 비빔면의 황금 비율 소스를 개발하기 위해 연구원들이 전국의 내로라 하는 비빔냉면과 비빔국수 맛집을 직접 찾아다녔다는 일화도 있죠.

    유통 방식도 독특했습니다. 대형 유통망이 아닌 일명 '야쿠르트 아줌마'로 대표되는 영업 조직을 활용했는데요. 이는 소비자와 직접적인 접점을 확대해 제품 체험 기회를 늘린 건 물론 시장 침투와 브랜드 신뢰 형성에 큰 기여를 한 것으로 평가됩니다.여전한 가치

    이렇게 인지도를 차곡차곡 쌓아온 팔도 비빔면은 2010년대에 들어서면서 또 한 번의 변곡점을 맞습니다. 바로 소비자 활용 방식에 주목한 '모디슈머' 전략을 도입한 건데요. 팔도 비빔면에 골뱅이, 참치 등 다양한 재료를 섞어 먹는 레시피가 온라인을 중심으로 확산되자, 팔도는 이를 마케팅과 광고에 적극 반영했습니다. 소비자와 함께 브랜드를 확장해 나가겠다는 의도입니다.

    최근 전략도 유사한 흐름입니다. 팔도는 오리지널 정체성을 유지하면서도 소비자 트렌드를 반영하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식감에 주목해 기존보다 두꺼운 면을 적용한 신제품 '팔도비빔면 더 블루'를 선보였고, 계절별 한정판 에디션도 꾸준히 출시하고 있습니다. 이런 전략에 힘입어 지난해 팔도 비빔면의 누적 판매량은 20억개를 넘어섰습니다.



    팔도 비빔면의 대성공 이후 비빔면 시장은 점차 커지고 있습니다. 현재는 다양한 브랜드와 제품이 경쟁하며 소비자 선택지도 크게 넓어졌죠. 이 때문에 이제는 굳이 팔도 비빔면이 아니더라도 개인 취향에 따라 선호 제품이 분명히 나뉘는 시장이 됐습니다.

    그럼에도 팔도 비빔면은 여전히 시장의 기준점으로 통하고 있습니다. 차갑게 비벼 먹는 라면이라는 하나의 패러다임이 팔도 비빔면 이후 수많은 비빔면 개발의 출발점이 됐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신제품이 출시될 때마다 비교 대상이 되는 것도 팔도 비빔면이죠. 이에 따라 뚜렷한 브랜드 자산과 소비자 경험이 유지되는 한 '오른손으로 비비고, 왼손으로 비비고'라는 카피는 계속 유효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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