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돈 농촌진흥청장이 정부세종청사 농식품부 기자실에서 '더 커가는 농업, 함께 행복한 농촌'을 실현하기 위한 '농업과학기술 인공지능(AI) 융합 전략'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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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도 이제 '경험'이 아니라 '데이터'로 진단하는 시대가 열렸다. 농가 경영 상태를 수치로 분석하고 다른 농가와 비교해 개선 방향을 제시하는 방식이 현장에 도입되기 시작했다. 생산 중심이었던 농업 관리가 비용과 수익까지 포함한 '경영 관리'로 확장되고 있다.
농촌진흥청은 농산물소득조사 데이터를 기반으로 전국 5300농가의 경영성과를 분석한 '경영개선 처방전'을 제작해 배포했다. 단순 통계에 머물렀던 농업 데이터를 실제 경영 판단에 활용하는 구조로 전환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통계에서 '경영 진단'으로…데이터 활용 구조 전환
이번 처방전은 총수입, 경영비, 소득 등 핵심 경영지표를 분석하고 이를 평균 농가 및 상위 농가와 비교해 경영 개선 방향을 제시하는 방식이다. 생성형 인공지능(AI)을 활용해 농가별 경영진단 결과를 정리하고 주요 점검 항목을 직관적으로 제시한 것이 특징이다.
농산물소득조사는 1977년부터 이어져 온 대표적인 농업 경영 통계다. 작목별 소득과 생산량, 가격, 투입비용, 노동시간 등을 종합적으로 조사해 농업 경영 구조를 보여주는 기초 자료로 활용돼 왔다.
특히 총수입과 경영비뿐 아니라 종자·비료·농약비, 노동투입시간 등 세부 항목까지 함께 조사돼 농가 경영을 입체적으로 분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러한 데이터는 그동안 정책 수립과 보상 기준 마련 등 공공 영역에서 활용돼 왔다. 다만 조사에 참여한 농가가 자신의 데이터를 직접 활용하는 구조는 제한적이었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앞으로는 이러한 한계를 데이터와 AI로 극복할 수 있다. 조사 데이터를 농가에 다시 제공해 경영 상태를 스스로 점검하고 개선 방향을 설정할 수 있는 것도 가능하다. 정보 수집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실제 경영 개선으로 이어지는 구조를 만든 것이다.
생성형 AI기반 농산물소득 처방전 화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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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용·가격 변수 커진 농업…데이터 기반 대응 필요
농자재 가격 상승과 농산물 가격 변동, 인력 부족 등으로 농업 경영 환경은 빠르게 변하고 있다. 농가가 생산뿐 아니라 비용과 수익 구조까지 함께 관리해야 하는 상황이다.
농업 경영은 생산량과 판매 단가, 비용이 동시에 영향을 미친다. 생산을 늘려도 비용이 함께 늘어나면 소득이 오히려 줄어드는 구조다. 하지만 개별 농가가 이러한 요소를 종합적으로 분석하기는 쉽지 않다.
처방전은 이러한 부담을 줄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 동일 작목 농가 내 소득 순위를 제시하고 상위 농가와의 격차를 통해 현재 위치를 파악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생산과 비용 구조를 함께 분석해 농가가 자신의 경영 상태를 한눈에 점검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단순 수치 제공을 넘어 농가의 현재 경영 위치를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데 초점을 맞췄다.
생성형 AI는 이 과정에서 핵심 역할을 한다. 개별 농가 데이터를 동일한 형식으로 정리하고 주요 지표를 비교·해석해 경영 진단 결과를 자동으로 생성한다. 이를 통해 데이터를 이해하기 쉬운 형태로 제공할 수 있게 됐다.
이 같은 방식은 농업에서도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을 가능하게 하는 기반으로 평가된다. 경험과 직관에 의존하던 경영 판단을 데이터로 보완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된 셈이다.
현장에서는 다른 농가와의 비교를 통해 자신의 경영 위치를 파악할 수 있다는 점에서 활용도가 높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보다 세밀한 비교 기준과 구체적인 개선 설명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시된다.
농촌진흥청은 처방전 고도화와 함께 맞춤형 상담 연계를 강화할 계획이다. 유사 규모 농가 비교 기능을 보완하고 경영진단 결과를 기술 지도와 연결해 활용도를 높인다는 방침이다.
또 농산물소득조사 데이터를 다양한 경영 지원 서비스로 확장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농가가 지속적으로 자신의 경영 상태를 점검하고 개선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이번 사업은 농업 데이터 활용 범위를 '생산'에서 '경영'으로 확장한 사례다. 통계를 넘어 농가 의사결정에 직접 활용되는 단계로 진입했다.
농촌진흥청 관계자는 “데이터 기반 경영지원 체계를 통해 농가가 스스로 경영 상태를 점검하고 개선 방향을 설정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라며 “농가소득 향상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정책을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밝혔다.
박효주 기자 phj20@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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