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송치 사건, 보완수사로 범행 밝혀
"범죄 처벌엔 다양한 관점 수사 필요
피해 막기 위해 실체적 진실 밝혀야"
대구지검 김천지청 소속 하성진 검사가 지난 18일 본지와 인터뷰 후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박세영 기자 syp7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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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들어간다."
지난해 12월 4일 부산지검 동부지청 하성진 검사(변호사시험 12회·현 대구지검 김천지청)와 수사관 등 25명의 검찰 인력은 동일한 '콜사인'이 떨어지자마자 일사분란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동부지청은 이날 의료법 위반(대리처방) 사건과 관련해 사무장 병원 실운영자인 의사 A씨 등 관련자들의 주거지와 사무실 7곳을 대상으로 압수수색에 나섰다. 사무장 병원은 비의료인이 면허를 가진 의료인을 내세워 병원을 운영하는 불법 의료기관이다.
이날 압수수색은 오전 8시부터 경기도 고양시와 경북 구미, 부산·울산 등에서 진행돼 오후 8시까지 12시간 넘게 이어졌다. 동부지청이 이같이 대대적인 압수수색을 나서게 된 건 이 사건을 수사한 경찰의 불송치 결정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경찰은 피의자의 일부 진술을 바탕으로 대리 처방·사무장 병원 사건에 대해 각각 불송치 결정을 내렸다. 이후 고발인은 경찰의 수사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대리 처방 사건에 대해 이의신청을 제기했고, 검찰은 사건을 다시 들여다보게 됐다.
하 검사는 직접 보완수사에 착수했다. 하 검사는 수사 과정에서 마약류를 비대면·대리 처방한 사건과 사무장 병원의 범행을 밝혀내 A씨를 지난달 2일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겼다. 범행에 가담한 개설의 B씨와 C씨 등 관련자 5명도 불구속 기소했다. A씨는 형사처벌로 의사면허가 취소되자 B·C씨의 명의를 빌려 사무장 병원을 운영하면서, 건물주 D씨 등의 부탁으로 진찰 없이 마약류 처방전을 발급한 혐의를 받는다.
하 검사는 지난 18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이 사건의 전환점으로 꼽히는 압수수색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하 검사는 "사무장 병원의 경우 공범 간 공동모의가 이뤄질 수 있어 동시에 압수수색이 들어가지 않으면 소문이 10분 안에 퍼진다"며 "이를 막기 위해 관련자들이 인지하지 못한 상태에서 휴대전화 등을 동시에 뺏어야만 증거가 인멸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같은 시간에 모든 팀이 동시에 진입했다. 이를 맞추는 것이 쉽진 않았지만, 동료·선배들의 도움을 받아 주요 핵심 증거들을 찾을 수 있었다"고 했다. 동부지검은 압수수색 당시 사건의 '명의 대여 관계'를 입증할 수 있는 녹음 파일을 발견했다.
A씨 등은 압수수색 과정에서 검찰에 강하게 저항했다. 하 검사는 "애초 경찰에서 불송치한 사건이었기 때문에 관련자들은 끝난 사건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왜 검찰에서 압수수색을 하느냐'며 휴대전화를 던지거나 소리 지르며 욕설하는 이들도 있었다"고 했다.
하 검사는 피의자들이 혐의를 부인하는 상황에서 진술에 휘둘리지 않는 객관적 증거가 필요했다. 그는 사건 관계자들의 유기적 관계에 초점을 맞춰 '대향범'(상대편이 있어야 성립하는 범죄)으로 보고 사건에 접근했다. 하 검사는 이 과정에서 A씨 일당이 진술을 공모한 정황을 포착했다. 이들은 구체적인 내용을 묻는 질문에 당황하는 모습을 보이며 횡설수설했고, 하 검사의 추궁에 결국 허점을 드러냈다.
하 검사는 "명백한 객관적 증거를 제시했을 때 거래처 계약 서류들에 대해선 '시켜서 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면서도 "큰 줄기에서는 남몰래 공모했지만 구체적 진술은 어긋났다"고 설명했다.
하 검사는 피의자들의 진술에만 의존했던 경찰의 수사에 대해서 아쉬움을 쏟아내기도 했다. 그는 "A씨 등의 경우 동종 전력이 있어, 어떻게 하면 사건의 정황을 숨길 수 있는지 이미 알고 있었다. 수사가 어떤 식으로 들어올지 준비를 해놨던 셈이다. 그런데 경찰은 피의자들의 진술만 가지고 불송치를 결정했다. 이는 증거를 확보하려 하지 않았던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사건이 암장될 수도 있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검찰이 두 번이나 보완수사를 요구했음에도 경찰 수사 단계에서 요구 내용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던 점을 꼽으며 보완수사권의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하 검사는 "유죄를 입증할 수 있는 증거 확보 방법을 제시했는데도 경찰 단계에서 제대로 이행되지 못했다. 관련된 문의도 없었다. 결국 실체적 진실을 발견하지 못한다면 피해는 고소인들이 받게 된다. 범죄자에 대한 형사 처벌이 내려지기 위해선 다양한 관점에서 수사가 들어가야 한다. 그 때문에 검찰의 보완수사권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보완수사 요구가 내려진 뒤에도 사건은 경찰에서 10개월 정도 지연됐다"며 "두 번째 보완수사 요구 이후 검찰이 주범을 구속기소하는 데 3개월밖에 걸리지 않았다. 신속히 수사했다면 더 큰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 3개월 만에 기소할 수 있었던 것은 검찰이 의료 범죄에 대해 법적인 판단에 대한 지식이나 노하우가 있었기 때문이다. 검찰은 법리 전문가로 수사의 방향성을 쉽게 잡을 수 있어 범죄를 빠르게 엄단할 수 있었다"고 했다.
하 검사는 불법의료 행위를 계획하는 이들에 대해 경고 메시지를 남기기도 했다. 하 검사는 "불법의료 행위는 병원을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시킨다. 사무장 병원으로 사익을 추구하는 행태는 지속될 수 없다. 결국 부당한 운영 수익은 검찰의 적극 수사로 전부 환수 조치가 될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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