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하겐 호이바흐 SAP SCM부문 CMO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하겐 호이바흐 SAP 공급망관리(SCM)부문 최고마케팅책임자(CMO)는 지난 19일 ‘SAP 커넥트데이’ 방한을 계기로 조선 팰리스 서울 강남에서 국내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공급망관리(SCM) 전략 전반을 소개했다.
그는 “지정학적 긴장, 전쟁, 원자재 부족, 노동력 변화가 동시에 벌어지면서 공급망 담당자들이 매일 소방관처럼 대응에 쫓기고 있다”며 “리스크를 조기에 식별하고 탄력적으로 대응하면서도 비용 효율을 높이는 것이 핵심 과제”라고 말했다. SAP는 세계경제포럼(WEF)과 공동 개발한 ‘공급망 불확실성 지수’를 올해 다보스 포럼에서 발표하기도 했다.
SAP는 SCM 솔루션만으로 전 세계 7000여 고객사, 27개 산업군을 다루고 있다. 연매출은 약 20억유로(약 3조4800억원)로 SAP 최대 수익원 중 하나이며 전 세계 공급망 70% 이상이 SAP 시스템과 연결돼 있다. 호이바흐 CMO는 “이 규모만큼 AI를 공급망에 실질적으로 활용해야 할 책임이 SAP에 있다”고 강조했다.
◆지정학 리스크도 실시간 대응… AI 에이전트 ‘쥴’이 여는 자율 공급망=SAP의 AI 전략은 세 개 계층의 긴밀한 연동에서 출발한다. 가장 하단에는 제품 설계부터 제조·구매·계획·물류·설비 관리까지 6개 SCM 도메인이 하나의 비즈니스 네트워크로 통합된 애플리케이션군이 위치한다.
중간 계층에서는 SAP 내외부 데이터를 의미적으로 정렬한 ‘데이터 프로덕트’가 각 도메인의 정보를 통합해 인사이트를 제공하고 그 위에 ‘비즈니스 AI’가 전 프로세스에 걸쳐 실질적인 문제 해결을 수행하는 구조다. 호이바흐 CMO는 이를 ‘플라이휠’로 표현하며 “세 계층이 동기화돼야 비로소 효과를 발휘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생명과학 분야 고객 사례를 들어 이 구조를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인슐린 펌프를 제조하는 이 기업은 공급망 곳곳에서 알람이 올라와도 어느 협력사가 얼마나 영향을 받는지 파악하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여기에 ‘미국이 중국산 부품에 관세 200%를 부과한다’는 변수가 더해지자 SAP AI는 1~3차 협력사 전체를 자동으로 시각화하며 영향 범위를 즉시 파악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단 기업 입장에선 AI 예측이 얼마나 신뢰할 수 있는지는 여전히 과제다. 최근 이란을 둘러싼 중동 긴장 고조처럼 예기치 못한 지정학적 충격이 언제든 공급망을 흔들 수 있기 때문이다. 호이바흐 CMO는 “그런 상황에서도 과거 유사 사례 데이터가 출발점이 된다”고 말했다. 2021년 수에즈 운하 ‘에버기븐’ 사태 당시 운송 경로 변경 데이터가 이미 SAP 안에 쌓여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폭스바겐·GM을 덮친 반도체 공급 부족도 마찬가지다. SAP는 코로나19 당시 축적한 데이터를 토대로 대응 전략을 제시할 수 있었다.
실시간 리스크 산출도 같은 원리다. 컴플라이언스·협력사·물류 관련 데이터는 대부분 SAP 시스템 안에 있고 여기에 외부 데이터를 더해 AI 알고리즘이 리스크 수준과 최적 전략을 함께 계산한다. 그는 “완벽하지는 않지만 유사 사례가 쌓일수록 시스템은 학습하고 제안의 질이 높아진다”고 덧붙였다.
◆ SCM 자율화 시대, 공급망 전문가는 ‘오케스트레이터’로 진화=AI가 전략 수립과 실행까지 담당하면 공급망 전문가 역할은 어떻게 달라질까. 호이바흐 CMO는 “기획·물류·생산 등 각자의 영역에서 깊이를 쌓던 스페셜리스트 역할은 점차 줄어들고 전체 공급망을 조율하는 역량이 더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SAP가 SCM 분야 상위 기업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자체 조사에서도 같은 방향의 변화가 예측됐다는 설명이다. 그는 “모든 공급망이 한꺼번에 자율화되는 건 아니며 과도기에는 사람이 결과를 검증하고 피드백하는 역할이 계속된다”며 “그 반복을 통해 AI가 학습하고 신뢰도가 높아지는 구조”라고 덧붙였다.
AI 에이전트의 부상으로 기존 엔터프라이즈 소프트웨어가 설 자리를 잃을 것이라는 시각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AI가 아무리 발전해도 자재 정보, 공급업체 정보처럼 기업 운영의 근간이 되는 데이터 모델은 전사적자원관리(ERP) 시스템이 제공하는 기반 위에서 작동할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그는 “AI가 굳이 처음부터 이를 재구축할 이유가 없다”며 오히려 AI 기반 맞춤 개발이 확대될수록 엔터프라이즈 소프트웨어 활용 범위도 함께 넓어질 것이라고 봤다.
한국 고객사에 대해서는 “제조 강국인 만큼 공급망 부담도 그만큼 크다”면서 “AI가 모든 문제를 해결하진 못하지만 리스크를 줄이고 효율을 높이는 데 SAP가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로 함께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방한에 이어 오는 4월20일 독일 하노버에서 개막하는 하노버 메세 2026에도 연사로 나서 AI 기반 공급망 전략을 발표할 예정이다.
- Copyright ⓒ 디지털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