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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글로벌 경제가 살얼음판 같은 벼랑 끝에 섰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대(對)이란 군사 압박이 최고조로 치닫으며 글로벌 에너지 대동맥인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마비된 가운데, 월가와 기업 수장들은 사태 해결의 마지노선으로 향후 '2주'를 지목하며 운명의 카운트다운에 돌입했다.
전문가들은 3월 말에서 4월 초로 이어지는 이 2주 안에 사태가 해결되지 않을 경우, 국지적 안보 위기가 전 세계적인 경제 장기 침체와 전례 없는 에너지 위기로 번질 것이라고 경고하고 나섰다.
◆ 기업과 시장의 공통된 결론: "2주 넘기면 최악의 장기전"
최근 열린 CNBC의 최고재무책임자(CFO) 카운슬 컨퍼런스콜에서 미국 주요 기업 경영진들은 미·이란 전쟁의 장기화 가능성에 극도의 불안감을 드러냈다.
트럼프 대통령이 주말 사이 이란에 "48시간 내 해협을 재개방하라"며 최후통첩을 날렸지만, 사태 종료에 대한 명확한 로드맵은 보이지 않는 상태다.
CNBC는 이에 기업 최고경영진들이 자체적으로 '2주'라는 시한을 설정했다고 전했다.
에너지 리서치 업체 어게인 캐피탈의 존 킬더프 파트너는 "월가 트레이더들의 시각도 기업들과 정확히 일치한다"며 "4월 1일 이후에도 봉쇄가 풀리지 않으면 유가는 새로운 국면으로 재평가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 에너지 업종 CFO는 ▲3월 말 해협 재개방 ▲연중 중반까지 지연 ▲연말까지 봉쇄 지속이라는 세 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하며, "어떤 시나리오로 흘러갈지 예단하기 어려워 결국 최악의 경우를 상정하고 대비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 "유가 100달러가 바닥"…안전자산마저 동반 추락
시장 전반에는 이미 '공포'가 전염되고 있다.
지난주 미국 나스닥 지수가 조정 국면에 진입하고 증시가 4주 연속 하락한 가운데, 통상 위기 시 피난처로 꼽히는 금과 채권 등 안전자산마저 동반 하락하는 이례적인 '패닉 셀링' 현상까지 관측됐다.
항공업계는 직격탄을 맞고 있다.
스콧 커비 유나이티드항공 최고경영자(CEO)는 "국제 유가가 배럴당 175달러까지 치솟는 상황을 전제로 경영 계획을 수립 중"이라며 "2027년까지 유가가 100달러 이상을 유지할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밝혔다.
에너지와 무관해 보이는 IT 기업들도 타격을 피하기 어렵다.
한 IT 기업 CFO는 "유가 급등이 글로벌 경제 성장을 둔화시키면 결국 소비 심리가 위축되고, 이는 고스란히 기업 수요 감소로 이어진다"며 "사태가 얼마나 오래갈지가 관건"이라고 우려했다.
킬더프는 "지금 유가가 그나마 이 정도 수준을 유지하는 것은 사태가 곧 해결될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라며 "앞으로 1~2주 내에 돌파구가 안 보이면 유가 100달러는 고점이 아닌 '새로운 바닥'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 韓·日 등 亞 직격탄…"하루 1000만 배럴 부족, 뾰족한 수 없다"
전문가들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대체 불가능한 구조적 공급 충격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 물동량의 약 20%를 차지하는 핵심 길목이다.
킬더프는 "현재 상황은 하루 1000만~1200만 배럴 규모의 공급이 시장에서 증발한 것과 같다"며 "미국이나 일본이 전략비축유를 방출한다고 해결될 규모가 아니다"라고 단언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동서 파이프라인 등 우회로가 있지만, 처리 가능한 물량은 턱없이 부족하다.
이러한 장기전의 피해는 한국, 일본, 인도 등 아시아 에너지 수입국들에게 집중될 전망이다.
킬더프는 "이들 국가는 전력 시스템을 유지하기 위해 산업 생산 자체를 강제로 줄여야 하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며 "말 그대로 '불을 켜기 위해 공장을 세워야 하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현재 시장 상황을 "마치 재난 영화에서 거대한 해일이 밀려오기 직전 숨을 죽이고 있는 장면과 같다"며 "향후 2주가 세계 경제의 명운을 가를 것"이라고 덧붙였다.
kwonjiun@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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