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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미국과 이스라엘의 전방위적인 군사 작전으로 전 국토가 초토화되고 고위 지도부가 줄줄이 제거되고 있음에도, 이란이 항복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22일(현지시각) 워싱턴포스트(WP)는 이란이 오히려 전 세계 에너지의 대동맥인 호르무즈 해협을 인질로 잡고 "고통을 극대화하면 결국 미국이 물러설 것"이라는 위험한 '버티기 전략'에 사활을 걸고 있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과 중동 지역 외교관들은 4주 차에 접어든 이번 전쟁에서 이란이 외교적 출구를 철저히 거부하고 있는 배경에는 뚜렷한 계산이 깔려 있다고 입을 모은다.
◆ "가장 비싼 전쟁 만들 것"…호르무즈 쥔 이란의 '고통 극대화 전략'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주말 사이 이란에 "48시간 내 호르무즈 해협을 재개방하지 않으면 발전소를 완전히 파괴하겠다"고 최후통첩을 날렸지만, 이란은 오히려 주변국으로 공격을 확대하며 맞불을 놓고 있다.
이러한 강경 노선의 핵심 무기는 단연 전 세계 연료 수송량의 20%가 통과하는 '호르무즈 해협'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이란 외교관은 부분 봉쇄의 이유에 대해 "공격자들(미국·이스라엘)에게 이번 공격의 대가가 매우 비싸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게 해주기 위한 것"이라며 "우리는 역사상 가장 강력한 군사 초강대국과 홀로 맞서고 있다"고 정당성을 부여했다.
미 워싱턴 싱크탱크 중동연구소의 앨런 에어 선임연구원은 "이란은 경제적 고통을 극대화해 트럼프 대통령을 후퇴시키려는 전략을 쓰고 있다"며 "이란은 아직 자신들의 경고 메시지가 충분히 전달됐다고 보지 않으며, 전 세계가 치러야 할 비용을 계속해서 끌어올리려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 협상 채널 끊긴 이란…단기적으론 "견디면 이기는 것"
미 국방부에 따르면 미군과 이스라엘군은 지금까지 이란 전역에서 1만 5000개 이상의 목표물을 타격했다. 군사 시설과 공공 인프라는 물론, 민간인 사망자만 1200명을 넘어섰다.
특히 지난주 알리 라리자니 이란 최고국가안보회의 사무총장과 알리 모하마드 나이니 혁명수비대 대변인 등 고위 인사 4명이 줄줄이 사망한 것은 오히려 협상 가능성을 완전히 차단하는 결과를 낳았다. 라리자니는 서방과 비공식 채널을 유지하며 러시아를 통해 트럼프 행정부와 접촉을 시도하던 핵심 대화 창구였기 때문이다.
페르시아만 주재 한 유럽 외교관은 "이 정권이 존재하는 한, 그들은 유가와 가스 가격으로 국제 시장을 위협하며 지역에 공포를 조성할 수 있다"며 "그들에게는 미군의 공세를 견뎌내고 통제력을 쥐고 있는 지금 상황 자체가 곧 '승리'다. 이란은 협상에 나설 압박을 전혀 느끼지 않고 있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최근 카타르와 오만이 중재에 나섰으나, 이란 측은 "지난해 '12일 전쟁' 때와 같은 성급한 휴전은 없다"며 미국과 이스라엘의 선제적 공격 중단과 금전적 보상 등 불가침 보장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못 박았다.
◆ 겉은 강경, 속은 타들어가는 지도부…"폭격 멈춘 뒤가 진짜 위기"
이란 지도부는 페르시아의 새해 축제인 '노루즈'를 맞아 결사항전의 의지를 다지고 있다.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의회 의장은 "새해는 적들에게 강력한 타격을 가하는 해가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새로 임명된 모즈타바 하메네이 최고지도자는 서면 성명만 냈을 뿐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부친(알리 하메네이) 사망 당시의 공습으로 중상을 입었다는 미 정보당국의 분석에 힘을 싣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란의 '버티기 전략'이 결국 자충수가 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전직 미 정보요원인 루엘 마크 게레히트는 "이란 지도부는 내부 민심 이반을 몹시 두려워하고 있다"며 장기전에 따른 인프라 붕괴를 우려했다.
그는 "전쟁이 길어지면 이란 내에서 제대로 돌아가는 시스템이 거의 없게 될 것이고, 이는 결국 대규모 민중 봉기를 촉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게레히트는 이어 "이 정권에게 가장 위험한 순간은 미군의 폭격을 버텨내는 지금이 아니다. 폭격이 멈추고 난 이후, 그 폐허 위에서 마주할 현실"이라며 의미심장한 경고를 남겼다.
kwonjiun@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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