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성 분석 결과 피해면적 11만 6천ha…정부 발표보다 확대
발화 후 60시간 '저풍속' 구간에도 진화 실패
숲가꾸기 간벌지서 수관화 집중… 국회 국정조사 요구
산불 특별법, 개발 위주…이재민 터전잃고 밀려날 우려
■ 방송 : 포항CBS <이슈철가방> FM 91.5 (금 13:05~13:30)
■ 진행 : 주재원 시사평론가
■ 대담 : 김수동 안동환경운동연합 대표
■ 진행 : 주재원 시사평론가
■ 대담 : 김수동 안동환경운동연합 대표
◇ 주재원> 안녕하십니까? 작년 이맘때쯤이었죠. 의성과 안동, 영덕 등지로 산불이 순식간에 번지면서 10만 헥타르가 넘는 삼림이 불에 타고 수많은 사상자와 이재민이 발생했던 사건, 다들 가슴 아픈 기억으로 남아 있을 겁니다. 1년 정도의 시간이 지났지만 대다수 이재민들은 아직도 일상에 복귀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합니다. 경북의 다양한 시민단체와 연구진들이 경북 산불 피해 확산 원인 조사를 실시하고 그 결과를 최근 발표했습니다. 한마디로 산불을 못 끈 것이 아니라 안 끈 것이라는 결론을 내면서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원인 조사에 참여한 안동환경운동연합 김수동 대표와 오늘 이와 관련된 이야기를 좀 더 자세히 나눠보겠습니다. 대표님 안녕하십니까?
◆ 김수동> 예 안녕하세요. 김수동입니다.
◇ 주재원> 반갑습니다. 이번에 지역 시민단체들과 학계에서 작년 경북 산불 피해 확산 원인 조사를 진행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어떤 내용인지 간단하게 설명해 주시죠.
◆ 김수동> 우선 작년 경북 산불은 엄청난 재난으로 다가왔지 않습니까. 보통 사회적 재난이 발생하면 원인 조사를 하고 왜 그렇게 대형 산불로 확산됐는지, 또 피해가 왜 이렇게 많이 발생했는지에 대해 조사하는 것이 당연한 일입니다. 그런데 정부에서는 이러한 원인 조사를 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시민단체가 나서서라도 원인 조사를 하고 이후 재난을 어떻게 최소화할 수 있는 대비책을 만들 것인가 하는 목적에서 조사를 진행하게 됐습니다. 시민단체 4곳이 참여했고 시민 모금도 진행해 조사를 실시했습니다.
◇ 주재원> 작년 산불은 전국적으로도 큰 뉴스였습니다. 그렇게 대규모 산불이 있었음에도 정부 차원에서 구체적인 원인 조사나 분석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말씀이신가요?
◆ 김수동> 원인 조사는 하지 않았습니다. 산불이 끝난 뒤 산림청에서는 곧바로 예산 증액을 요구했습니다. 장비가 부족하다, 인력을 늘려야 한다면서 긴급 예산 확보를 요구했습니다. 사실 산림청장이 사과 한마디 하지 않았습니다.
◇ 주재원> 산불 대응에 대한 사과가 없었다는 말씀이군요.
◆ 김수동> 그렇습니다.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것에 대한 사과도 없었고 원인 조사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시민단체가 나서서 조사하게 된 것입니다. 이런 재난이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목적이었습니다.
김수동 안동환경운동연합 대표. 포항CB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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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재원> 작년 산불은 확산 속도가 매우 빨랐고 피해 규모도 역대 최대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번 조사에서는 피해 규모가 정부 발표보다 더 컸다는 분석도 나왔다고 들었습니다.
◆ 김수동> 피해 규모는 산림 훼손 면적을 말하는데 정부 발표에서는 약 9만 9천 헥타르 정도가 훼손됐다고 했습니다.
◇ 주재원> 대략 10만 헥타르 정도군요.
◆ 김수동> 그렇습니다. 10만 헥타르를 넘지 않는다고 발표했는데 저희가 위성 영상을 분석해보니 11만 6천 헥타르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통계 자료를 어떻게 집계하는지, 집계 방식 자체에 대해서도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 주재원> 당시 뉴스를 보면 산불이 급속도로 확산된 가장 큰 이유로 강풍이 지목됐습니다. 강풍 때문에 초기 대응이 어려웠다는 설명이 많았는데, 조사 결과에서는 구조적인 문제가 있었다고 지적하셨습니다.
예를 들어 발화 초기부터 많은 자원이 투입됐음에도 화선 축소가 제한적이었고 약 60시간 동안 저풍속 구간에서도 확산 저지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어떤 차이가 있다고 보십니까?
◆ 김수동> 저는 전문가는 아니지만 조사에 참여했고 오랫동안 환경운동을 해 온 경험을 바탕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산림청은 당시 초속 27m의 강풍이 불었다고 이야기했습니다. 그런데 기상청 자료를 분석해보니 22일 오후 8시부터 25일 오전 11시까지 평균 풍속이 초속 3m 이하였습니다.
◇ 주재원> 바람이 거의 약했다는 말씀이군요.
◆ 김수동> 그렇습니다. 초속 3m 이하면 거의 미풍에 가깝습니다. 그런데도 강풍을 원인으로 설명했습니다. 저희가 2월 25일 최종 보고회를 한 이후 산림청이 반박 자료를 냈습니다. 강풍이 있었다고 주장했지만 그 근거는 과학적으로 제시되지 않았습니다. 저희는 기상청 자료를 분석했습니다. 초속 27m의 강풍이면 헬기가 뜰 수 없습니다. 자동차 운행도 힘들 정도입니다.
◇ 주재원> 사실상 태풍 수준 아닙니까?
◆ 김수동> 맞습니다. 초속 27m면 강한 태풍 수준입니다. 그래서 강풍 때문이라는 설명은 설득력이 없습니다. 설령 순간 풍속이 27m였다고 하더라도 순간 풍속은 몇 초에 불과합니다. 그 몇 초의 바람이 산불을 영덕까지 끌고 갔다고 보는 것은 설득력이 없습니다.
지난 3월 22일 의성에서 시작된 산불이 안동, 청송, 영덕까지 급속히 확산돼 역대 최대의 피해가 발생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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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재원> 단순히 강풍 때문만은 아니라는 말씀이군요.
◆ 김수동> 그렇습니다. 발화가 22일에 시작됐고 25일 오전 11시까지 약 60시간 동안 바람이 거의 없었습니다. 이 60시간은 산불을 충분히 진화할 수 있는 골든타임이었습니다. 3일에 가까운 시간입니다.
그런데 당시 헬기 수십 대와 수천 명의 인력이 투입됐다고 하지만 실제 진화율은 거의 0%에 가까웠습니다. 그렇다면 충분히 진화할 수 있었음에도 못했다는 것은 산불을 못 끈 것이 아니라 끄지 않은 것이라는 합리적인 의심이 생깁니다.
이런 의심의 배경에는 산림청의 산불 대응 정책이 제대로 작동했는지, 산불 예측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했는지에 대한 문제가 있습니다.
◇ 주재원> 조사단에서는 조기 진화가 이루어지지 않은 이유도 분석했습니까?
◆ 김수동> 조기 진화가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산불이 대형 산불로 확산된 것입니다. 강풍이 불기 시작한 것은 25일 오후였습니다. 그 이전 60시간 동안 충분히 잡을 수 있었습니다.
이번 조사에 참여한 황정석 박사는 당시 페이스북 등을 통해 산불이 영덕까지 확산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하지만 대응이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화선을 차단할 저지선도 제대로 구축되지 않았고 주민 대피 역시 충분히 빨리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 주재원> 그래서 조사단에서는 산불을 못 끈 것이 아니라 안 끈 것이라고 표현한 것입니까?
◆ 김수동> 저희 입장에서는 충분히 끌 수 있었음에도 못 끈 것은 안 끈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 주재원> 왜 그런 일이 벌어졌다고 보십니까?
◆ 김수동> 근본적으로 산림청의 산불 대응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산림청이 운영하는 진화 인력은 전문 진화 인력이 아닙니다. 산림청장 역시 산불 진화 전문가는 아닙니다. 그래서 산불 대응 체계 전반을 혁신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소방청과 경찰 등 여러 기관이 참여하지만 지휘 체계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산불 대응을 산림청이나 소방청 중심으로 일원화하는 새로운 시스템이 필요합니다.
또 하나는 우리나라 산림 구조의 문제입니다. 작년 산불은 수관화 형태로 진행됐습니다. 수관화가 되면 헬기나 사람이 접근하기 어렵습니다. 이런 산림 구조 문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진화가 어려웠던 측면도 있습니다.
지난해 3월 발생한 산불로 피해를 입은 영덕군 영덕읍 석리 마을. 영덕군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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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재원> 알겠습니다. 또 한 가지 이번 조사 보고서 내용 가운데 산림청의 숲 가꾸기 사업이 오히려 산불 확산 위험을 키웠다는 지적도 나오더라고요. 이건 어떤 내용입니까?
◆김수동> 이게 굉장히 쟁점이 되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생각하면 숲의 땔감, 즉 연료가 적으면 탈 것이 없지 않느냐는 논리를 이야기합니다. 그래서 산림청에서는 숲 가꾸기를 하면 연료가 줄어들기 때문에 산불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하지만 실제 조사 결과를 보면 수관화가 진행된 지점 대부분이 숲 가꾸기를 했던 지역이었습니다.
◇주재원> 대표님, 숲 가꾸기라는 게 나무를 더 심어서 숲을 풍성하게 만드는 개념은 아닌 거죠?
◆김수동> 우리나라 숲 가꾸기 형태는 소나무 단순림으로 만드는 방식입니다. 소나무 외의 나무들은 잡목으로 취급해서 모두 베어버립니다. 활엽수들도 제거합니다. 그러면 소나무 단순림이 되면서 바람의 통로가 잘 만들어집니다. 그렇게 되면 수관화 현상이 일어나고 불씨가 비산하면서 진화가 어려운 상황이 됩니다. 이것은 문헌이나 탁상공론이 아니라 실제 현장 조사를 통해 확인한 결과입니다. 저희가 1050개 지점을 조사했습니다. 조사 결과 수관화 발생률이 큰 차이를 보였습니다. 침엽수림 간벌 지역에서는 54.2%에서 수관화가 진행됐고, 간벌하지 않은 지역은 4.9%에 불과했습니다. 또 산림 능선 지역에서는 간벌 지역이 63.7%, 간벌하지 않은 지역은 8.3%였습니다. 이 결과를 보면 간벌은 모든 지형과 식생 유형에서 산불 강도를 심각하게 증폭시키는 요인으로 나타났습니다. 이것은 실제 현장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나온 이야기입니다.
◇주재원> 결국 소나무 중심의 침엽수 위주 숲 가꾸기가 산불 확산 요인으로 작용했을 수 있다는 분석이신데요. 이런 문제점과 논란에 대해 국회 차원의 국정조사 같은 검증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을 것 같습니다.
◆김수동> 그래서 저희가 국정조사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번 조사 결과를 보면 지금까지 산림청의 산불 대응 정책과 산불 이후 산림 정책이 전혀 엉뚱한 방향으로 진행돼 왔다고 생각합니다. 국정조사를 통해 우리 산불 대응 정책과 산림 정책을 새롭게 마련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주재원> 산불이 발생한 지 이제 거의 1년이 됐습니다. 조사 과정에서 산림 복구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도 확인하셨을 것 같은데요?
◆김수동> 지금 진행되는 복구를 보면 위험목 제거라는 이름으로 도로 주변 25m에서 50m 구간의 산을 벌채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산불 지역을 여러 곳 돌아보니 어떤 지역은 산을 완전히 민둥산으로 만들어버린 곳도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또 다른 문제가 생깁니다. 지난해 산청 산사태 문제도 임도 때문에 발생했습니다. 벌채를 하려면 길을 만들어야 하지 않습니까? 그러면 산을 절개하게 됩니다. 불에 탄 나무라도 몇 년 동안은 뿌리가 땅을 잡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나무를 베어버리고 운반을 위해 길까지 만들면 토양이 약해집니다. 이렇게 되면 올여름 장마철에 산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것이 바로 2차 피해입니다.
◆김수동> 그래서 복구라는 이름이 오히려 2차 피해를 불러오는 정책이 될 수 있습니다. 산불 이후 정책을 처음부터 다시 검토해야 합니다. 저희는 지난해 산불 이후 두 가지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하나는 대형 산불 피해 확산 원인 조사이고, 또 하나는 고운사 사찰림 자연 복원 프로젝트입니다. 고운사에 약 70만 평 규모의 사찰림이 있는데, 산림청에서 베라고 하더라도 베지 않고 자연에 맡기겠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5개 단체가 함께 모금해 자연 복원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불탄 나무를 그대로 두는 것입니다. 불탄 나무가 그 자리에서 썩으면서 이후 자연적으로 생겨나는 식생의 자양분, 즉 거름 역할을 합니다. 하지만 이를 베어내면 토양을 불안정하게 만들고 자연 복원을 방해하게 됩니다. 이 부분은 앞으로 우리 조림 정책을 다시 돌아봐야 할 중요한 지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주재원> 자연의 회복력을 믿고 어느 정도 지켜보는 시간도 필요하다는 말씀이군요.
◆김수동> 독일 사례를 보면 죽은 나무를 그대로 두면 그것을 매개로 새로운 생물들이 자라날 수 있는 기반이 됩니다. 큰 나무가 죽으면 그 자리를 기다렸다는 듯이 다른 작은 나무와 다양한 식생이 자라날 수 있는 기회가 만들어집니다.
◇주재원> 이재민 문제도 짚어보겠습니다. 당시 수천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는데요. 피해 보상과 지원은 어떻게 이뤄지고 있습니까?
◆김수동> 정확한 보상 상황은 제가 모두 알지 못하지만 지난해 산불 특별법이 만들어졌습니다. 경북·경남·울주 산불 피해 지원 특별법인데, 저희는 그 법의 문제점을 계속 지적했습니다. 수정이 필요하다고 했지만 그대로 통과됐습니다. 이 특별법은 피해 구제와 보상이 가장 우선이 돼야 합니다. 또 훼손된 산림을 복원해야 합니다. 하지만 실제 법 내용을 보면 피해 보상은 구체적이지 않고, 오히려 불탄 숲을 개발할 수 있는 방향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산림을 개발하면 어떤 문제가 생깁니까? 마을 공동체가 파괴됩니다. 그리고 개발 이익은 결국 개발업자에게 돌아갑니다. 산불 피해를 입은 주민들은 개발 이익을 얻기보다는 오히려 그곳에서 밀려날 수 있습니다. 또 다른 2차 피해를 입는 것입니다. 특히 산림투자 선도지역으로 지정되면 토지 강제 수용도 가능하고 골프장이나 콘도 같은 시설도 공익 사업으로 추진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사업이 과연 공익 사업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까? 본래 그곳에 살던 주민들이 삶을 회복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줘야 하는데, 개발로 인해 오히려 주민들이 더 내몰리는 상황이 될 수 있습니다.
산불로 전소된 영덕의 주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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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재원> 많은 이재민들이 삶의 터전을 잃은 만큼 그분들이 원하는 보상과 회복이 이루어져야 할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이런 대형 산불을 막기 위해 앞으로 어떤 대책이 필요하다고 보십니까?
◆김수동> 가장 중요한 것은 원인 조사입니다. 산불이 발생하면 왜 대형 산불로 확산됐는지, 어떻게 대응했는지를 정확하게 분석해야 합니다. 그 진단에 따라 대응 체계를 만들어야 합니다. 기후 변화로 산불이 대형화될 가능성은 분명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 산불은 대부분 자연 발화가 아니라 사람의 실수에서 시작됩니다. 따라서 원인 조사를 통해 대응 체계를 제대로 마련한다면 대형 산불 확산을 충분히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주재원> 이러한 대형 산불이 다시는 반복되지 않기를 바라며, 이번 조사 결과를 토대로 우리 산림을 어떻게 보존하고 관리할지 국가 차원의 마스터플랜이 마련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오늘 안동환경운동연합 김수동 대표와 이야기 나눴습니다. 대표님 고맙습니다.
◆김수동>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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