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한 상황에서 서울시가 하루 약 1만t에 이르는 생활폐기물 발생량을 줄이기 위해 ‘시민이 참여하는 감량 캠페인’을 추진하는 흐름은 매우 의미 있는 변화다.
하지원 에코나우 대표 |
서울 시민 1인당 하루 평균 배출하는 생활폐기물은 약 1㎏ 내외에 달한다. 이틀이면 10ℓ 종량제 봉투 하나를 가득 채우는 수준이다. 숫자로만 보면 작아 보일 수 있지만, 서울시 전체로 환산하면 하루 1만t, 1년이면 수백만t의 쓰레기가 쏟아져 나온다. 정책과 시설 확충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이 거대한 문제를 시민의 일상적인 실천으로 풀어낼 가능성이 바로 여기에 있다.
이 캠페인을 두고 “쓰레기 문제의 책임을 시민에게 떠넘기는 것 아니냐”는 일각의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사실이다. 이러한 문제의식이 맹목적인 비난으로 치우치지 않으려면, 행정이 해야 할 몫과 시민이 할 수 있는 몫을 분명히 나누어 보는 균형 잡힌 시각이 필요하다. 직매립 금지에 따른 처리시설 확충, 제도 개선, 예산 확보는 분명 행정의 책임이다.
반면 이미 발생한 쓰레기를 줄이는 생활 습관의 변화는 행정이 대신해 줄 수 없는 영역이다. 따라서 이번 캠페인은 행정이 해야 할 구조 개선과 시민이 할 수 있는 생활 실천을 병행하자는 제안으로 이해하는 것이 타당하다.
전문가의 관점에서 볼 때, 이번 캠페인의 장점은 명확하다. 첫째, 목표가 구체적이다. ‘1년에 10ℓ 종량제 봉투 하나 줄이기’라는 목표는 시민들이 일상에서 변화를 즉각 체감할 수 있게 한다. 둘째, 실천 가능성이 높다. 분리배출을 조금 더 철저히 하고 불필요한 일회용품 소비를 줄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도달할 수 있는 수준이다. 셋째, 정책의 효능감을 공유할 수 있다.
다만, 이 캠페인이 일회성 이벤트로 끝나지 않기 위해서는 몇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서울시는 감량 데이터를 투명하게 공개하여 시민의 참여가 실제 어떤 변화를 만들고 있는지 보여주어야 한다. 또한, 단순히 ‘줄이라’는 구호에 그치지 않고, 생활 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구체적인 가이드를 지속적으로 제시해야 한다. 시민은 정책의 수혜자가 아니라, 도시의 미래를 함께 만들어 가는 파트너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왜 줄여야 하는가’에 대한 공감이다. 쓰레기 감량은 단순한 환경보호를 넘어, 우리가 살아갈 도시의 지속가능성과 직결된다. 매립지의 한계, 처리 비용의 증가, 그리고 기후 위기의 심화는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는 현실이다.
에코나우 대표로서 지난 17년간 시민들과 현장에서 활동하며 깨달은 진리가 있다. 사람은 알게 되면 움직이고, 함께하면 변화를 만든다는 것이다. 지금 서울이 시작하려는 이 변화는 거창한 담론이 아니라 우리의 소박한 일상에서 시작된다.
오늘 내가 버리는 쓰레기를 한 번 더 생각하는 것,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는 것, 분리배출을 조금 더 정확하게 하는 것. 이 작은 실천들이 모일 때 도시는 비로소 바뀐다. 도시의 미래는 거대한 계획서가 아니라, 오늘 우리 손에 들린 종량제 봉투의 무게에서 결정된다.
하지원 에코나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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