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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3.24 (화)

    ‘C’키우려다 A·B갈라치기 변질…유시민이 부른 역설[송종호의 국정쏙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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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이재명과 ABC논란

    지지층 분류, ‘누가 B인가’ 색출로 전환

    ‘성골’유시민 분석…도덕적 위계로 해석

    송영길 참전…단순 논쟁이 정치 충돌로

    단순명료한 구분보다 설명의 ‘연륜’기대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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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시민 작가가 지지층을 분석한 ‘ABC론’이 더불어민주당과 청와대를 넘어 지지층 전반으로 급격하게 확대 재생산되고 있습니다. 지지층을 A·B·C로 나눠 설명한 유 작가의 발언은 본래 A와 B를 갈라치기보다는 균형 잡힌 지지 기반으로서 C를 확대해야 한다는 취지였지만, 현실에서는 “나는 A다, 너는 B다”라는 식으로 지지층을 둘로 가르는 촉매로 작용하는 모습입니다. 지금의 상황을 가장 당혹스럽게 바라보고 있을 인물은 유 작가 본인일 가능성이 큽니다.

    유 작가는 지난 18일 유튜브 방송 ‘매불쇼’에 출연해 “검찰 개혁을 둘러싼 일들을 보며 지금이 고비라는 느낌이 들었고, 공론장에서 남들이 하지 않는 중요한 이야기를 보탤 여지가 있어 시민으로서 책임을 느꼈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검찰 개혁 2라운드 과정에서 나타난 ‘숙의의 부재’를 지적하며, 정부안이 일방적으로 통과될 경우 이재명 대통령을 당선시켰던 ‘내란 극복 정치연합(민주당, 조국혁신당, 시민사회 등)’이 와해될 수 있다는 위기감에서 문제를 제기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당정청 합의를 통해 수정안이 마련됐지만, 이 과정에서 불거진 지지층 갈등을 ABC 구도로 설명하며 논쟁의 불씨를 키운 것입니다.

    ‘ABC 분석’이 판별의 잣대로 전환
    유 작가는 김대중·노무현·문재인 정부를 거쳐 이어진 핵심 지지층을 A, 이익과 생존을 중심으로 움직이는 정치인과 스피커를 B, 그리고 이 둘의 교집합을 C로 규정했습니다.

    그는 “정치는 C가 두꺼워야 안정된다”고 강조했습니다. 마땅하고 옳은 이야기입니다. 그러나 문제는 지지층 분류가 단순한 설명을 넘어 경계선을 확정하는 파생 효과를 낳았다는 점입니다. C를 강조하는 순간 A와 B는 자연스럽게 구분되고, 질문은 “누가 C인가”에서 “누가 A이고 누가 B인가”로 바뀌어 버렸습니다. 결국 ABC론은 분석이 아니라 판별의 잣대로 전환된 것입니다.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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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제로 논쟁은 빠르게 변질됐습니다. C를 키우자는 취지는 사라지고 “이익과 생존을 목적으로 움직이는 B는 누구인가”라는 색출에 혈안이 됐습니다.

    특정 인물을 지목하며 ‘B언주’와 같은 낙인 표현이 등장했고, 지지층 내부에서는 누가 A인지, 누가 B인지 가르는 논쟁이 확산됐습니다. 이해를 돕기 위한 ‘벤 다이어그램’ 설명이 공격과 배제를 위한 도구로 전환된 것입니다.

    특히 유 작가는 B그룹이 ‘뉴이재명’을 내세워 지지층 분열을 유도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새로운 지지층의 유입 자체는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이를 근거로 기존의 전통적 지지층과 선을 긋는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는 주장입니다.

    그는 “A그룹은 전직 대통령들을 모두 존중하기 때문에 단순히 반명으로 몰아 제압할 수 없다”며 “이재명 대통령을 좋아하는 사람들과 전직 대통령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갈라치기하는 망동이 벌어지고 있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너무 A나 B를 편들기보다 균형감을 가진 C를 응원해달라”고 당부했습니다.

    평민당에서 더불어민주당까지 궤적 같이한 ‘성골’
    원론적인 분석이었지만 이 발언이 정치권을 강타한 이유는 분명합니다.

    화자가 유시민이기 때문입니다. 그는 지역주의가 극심했던 1987년 대선 당시 영남 출신임에도 김대중 전 대통령을 지지했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대선후보시절 후단협으로 후보 지위가 흔들릴때 개혁적국민정당(개혁당)을 주도해 정권재창출에 힘을 보탰습니다.

    민주당 계열 정치의 역사와 궤적을 함께해온 인물로 유 작가를 빼고는 이야기가 안될 위치에 있는 인물입니다. 평화민주당에서 더불어민주당으로 이어지는 계보 속에서 상징적 정통성을 갖는, 이른바 ‘성골 중의 성골’로 평가받는 셈입니다. 그런 인물이 B그룹을 규정하는 순간, 그 분류는 중립적 설명이 아니라 도덕적 위계로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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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나마 주말을 지나며 잦아들 기미를 보이던 논쟁이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가 논란의 한복판에 뛰어들며 불씨를 되살렸습니다. 지난 15일 국회에서 열린 ‘뉴이재명을 논하다’ 토론회에 참석해 주목받은 송 전 대표는 지난 22일 경향신문 유튜브에 나와 “제가 친문 세력과 싸우면서 당 대표가 됐다”며 “(이 대통령이 2022년 대선 당시) 후보가 된 후에도 (친문 세력으로부터) 끊임없는 공격을 받으면서 (제가) 머리에 망치 테러를 당하기도 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이재명을 반대하고, 저를 반대했던 친문 세력 상당수가 선거 운동을 안 했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B그룹에 대한 판별의 반대편에서 A그룹을 향한 적계심이 표출된 것입니다. 즉 송 전 대표는 논쟁의 성격을 단순한 인식 차이에서 정치적 충돌로 바꿔놓았습니다.

    유 작가의 ABC론은 앞서 설명했듯이 C를 중심으로 한 정치연합의 확장을 목표로 했습니다. 그 경계 위에서 정치인들이 참전하며 갈등이 증폭되는 양상입니다.

    이질적 B그룹 반복적 결합이 키운 민주당
    민주당은 갈등을 녹이며 이질적 집단인 B그룹을 결합시켜 성장해온 정당입니다.

    양김의 분열과 3당 합당을 거치며 부침을 겪었던 김대중 전 대통령은 평화민주당을 재야 인사(김근태 등)를 영입하고 ‘젊은 피(우상호, 임종석 등)’를 수혈하는 한편 경제계(정세균 등)인사까지 포함시키며 새천년민주당이라는 집권여당으로 만들었습니다. 다양한 층위의 당내 구성원을 묶으면서도 내부 논쟁을 통해 ‘중산층과 서민의 정당’이라는 지향점도 확립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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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같은 배경에서 2002년 대선 과정에서 구 민주당 인사들 입장에서는 유 작가 주도의 개혁당 세력이 B그룹으로 보였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열린우리당 창당과 정권 재창출 실패 이후 분당과 합당 과정을 거치며 보수정당에서 넘어온 손학규 전 대표와 시민사회의 박원순 전 서울시장까지 또 다른 세력을 흡수했던 민주당의 역사가 있습니다

    사실 유 작가의 ‘벤 다이어그램’이 갈등 상황을 의도했을 가능성은 크지 않습니다. 하지만 국회의원과 장관을 지내고 수십년 정치평론을 해오며 민주당의 이데올로그 역할을 해왔던 그가 세력과 지지층, 유권자를 특정해 구분할 때 갈등으로 이어진다는 것을 몰랐을지는 의문입니다.

    유시민 “열린우리당이 민주당 출신자들로만 구성된 게 아니다”
    국회의원 시절인 2004년 유 작가는 자신의 홈페이지에 “열린우리당이 민주당 출신자들로만 구성된 게 아니다”라고 썼습니다.

    당시 게시글도 2026년 C그룹을 넓히자고 주장한 것과 같은 맥락으로 읽힙니다. 결국 출신을 구분짓고 지지층을 분류해 ABC그룹으로 단순화 시켜서 설명하기 보다 평화민주당에서 더불어민주당까지 치열한 내부토론과 조정을 통해 당을 성장시켰던 그 과정을 설명하는 친절한 ‘연륜’이 이제는 유 작가에게 요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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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종호 기자 joist1894@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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