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경찰이 현지에서 한국인 3명을 살해해 체포됐다가 두 차례 도주한 박왕열을 2020년 10월 검거했다. /'필리핀 스타' 페이스북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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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에서 한국에 마약을 유통하는 등 범죄를 저지른 이른바 ‘마약왕’ 박모(48)씨가 25일 새벽 여객기에 탑승해 국내에 인도되고 있다. 박씨는 살인죄로 현지 교도소에 수감돼 있으면서도 국내에 마약을 유통했는데, 이재명 대통령은 이달 초 박씨를 인도해 달라고 필리핀 측에 요청했다.
법무부는 이날 오전 정부 ‘초국가범죄 특별대응 태스크포스(TF)’가 필리핀 당국으로부터 박씨를 임시인도받았다고 밝혔다. 박씨는 오전 2시 35분 필리핀 앙헬레스를 출발하는 여객기에 탑승했고, 오전 6시 40분쯤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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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카지노’ 모티브 된 ‘사탕수수밭 살인 사건’으로 사실상 종신형
박씨는 2022년 4월 필리핀 법원에서 ‘사탕수수밭 살인 사건’으로 단기 52년, 장기 60년의 징역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었다. 박씨가 52년간 복역하면 가석방을 신청할 수 있고, 가석방되지 않을 경우 60년이 지나면 석방되는 징역형이다. 박씨의 나이를 고려하면 사실상 종신형이다.
사탕수수밭 살인 사건은 2016년 10월 발생했다. 박씨는 같은 해 8월 유사수신 업체를 차리고 150억원 상당의 돈을 가로챈 혐의로 한국 경찰에 쫓기다 필리핀으로 건너온 한국인 3명을 알게 됐다. 세 사람은 박씨의 카지노 도박장(정킷방) 사업에 투자했다. 이들이 사업에 계속 간섭하자 박씨는 A(43)씨와 함께 납치한 뒤 앙헬레스 인근 사탕수수밭에서 총으로 살해했고, 시체는 현장에 숨겼다. 이 사건은 디즈니플러스 드라마 ‘카지노’의 모티브가 됐다.
이후 필리핀에 파견 중인 한국 경찰관과 현지 경찰의 수사로 범행이 드러났다. A씨는 한국 당국에 검거돼 징역 30년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그러나 박씨는 필리핀 마닐라의 외국인 보호소 등에서 두 번 도주했다. 이후 필리핀 경찰에 2020년 10월 다시 검거됐고, 현지 법원으로부터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이재명 대통령과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필리핀 대통령이 3일 필리핀 마닐라 말라카냥궁에서 정상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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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대통령, 필리핀에 인도 요청… “교도소로 애인 불러 논다더라”
박씨는 카지노 도박 외에도 동남아 일대에서 필로폰 등 마약 제조에 관여했고, 한국에 밀수해 판매했다. 국내에 유입되는 동남아산 마약의 절반 정도는 박씨를 거쳤다는 말도 나왔다.
경찰에 따르면 박씨는 마약 유통에 모바일 메신저 텔레그램을 이용했다. 교도소에 수감된 이후에도 텔레그램을 이용해 마약류를 한국에 유입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박씨는 텔레그램에서 ‘마약왕 전세계’ 등의 이름을 사용했다고 한다. 박씨는 텔레그램에서 ‘바티칸 킹덤’이라는 이름을 쓴 A씨에게 마약류를 공급했는데, A씨는 남양유업 창업주 외손녀 황하나씨 등 유명인에게 마약을 공급한 것으로 조사됐다.
박씨 사건은 이달 초 수면 위로 부상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3일 한-필리핀 정상회담에서 페르디난도 마르코스 주니어 필리핀 대통령에게 직접 박씨의 임시 인도를 요청했다. 한국 법무부, 외교부, 국가정보원, 검찰청, 경찰청은 필리핀 당국과 협의해 약 3주 만에 박씨를 임시인도받았다.
이 대통령은 마닐라 시내 한 호텔에서 열린 동포 간담회에서 “한국인 3명을 살해하고 필리핀 교도소에 수감 중이면서도, 계속 텔레그램을 이용해 한국으로 마약을 수출하는 박*열이라는 사람이 있다. 교도소로 애인을 불러 논다고 하더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강윤성 감독이 각본·연출한 ‘범죄도시’. 사진은 주연 배우 마동석. /데이드림 엔터테인먼트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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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서 첫 번째 임시인도 범죄인 사건은 ‘범죄도시2’ 모티브
필리핀이 한국에 임시인도한 박씨는 국내에서 마약 관련 혐의에 대해 경찰과 검찰의 수사를 받은 뒤 재판에 넘겨질 것으로 보인다. 그 뒤 절차는 아직 확정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임시인도는 범죄인 인도를 청구한 국가의 형사절차 진행을 위해 인도 요청을 받은 국가가 자국의 재판 또는 형 집행 절차를 중단하고 청구에 임시로 범죄인을 인도하는 제도다.
앞서 한국은 2015년 1월 ‘안양 환전소 살인 사건’ ‘필리핀 연쇄 납치 사건’을 저지른 김성곤(56)씨를 임시인도 방식으로 국내로 송환했다. 김씨는 2007년 공범들과 함께 경기 안양시 한 환전소에서 여직원을 잔인하게 살해한 뒤 1억8500만원 상당의 현금을 빼앗아 필리핀으로 도주했고, 현지에서도 한국인 관광객을 연쇄 납치하고 강도살인을 저질렀다. 이 사건은 영화 ‘범죄도시2’의 소재가 되기도 했다.
김씨는 2011년 12월 필리핀 경찰에 검거됐다가 탈옥했고, 2012년 5월 다시 검거됐다. 김씨는 총기 휴대 등 혐의로 2014년 5월 단기 4년2개월, 장기 5년4개월의 형을 선고받고 복역하다가 2015년 5월 국내에 임시인도됐다.
국내 수사당국은 김씨를 강도살인 등 혐의로 구속 기소했고, 법원은 김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한-필리핀 범죄인 인도조약에 따르면 임시인도된 범죄인은 국내 재판에서 형이 확정되면 필리핀으로 다시 돌려보내야 한다. 현지에서 형 집행이 종료되면 한국에서 형을 집행한다.
법무부는 김씨가 필리핀에서 두 차례 도주 전력이 있으므로 재송환 과정에서 추가 도주 우려가 있다고 보고, 국내에서 무기징역형을 집행하기 위해 최종 인도를 추진했다. 법무부는 필리핀 당국의 동의를 얻어 작년 1월 김씨의 신병을 최종적으로 인도받았다.
손덕호 기자(hueyduck@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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