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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3.26 (목)

    美 사모대출런 남일 아냐…차기 한은 수장 신현송의 해법은 [Pick코노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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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韓 비은행권 자산 GDP의 2.4배

    담보 가치 떨어질땐 유동성 위기

    한은, 직접 조사·감독 권한 없어

    관계기관 공조가 성패 핵심 변수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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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사모대출펀드가 글로벌 금융시장의 새로운 불안 요인으로 부상한 가운데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가 강조해온 ‘그림자 금융’ 리스크 경고가 재조명되고 있다. 시장에서는 그가 비은행 금융기관을 중심으로 한 유동성 위기가 현실화할 가능성을 선제적으로 지적해왔다는 점에서 그의 문제의식에 다시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특히 신 후보자가 그간 비(非)은행 금융중개(NBFI) 부문에서의 레버리지 확대와 유동성 취약성을 지속적으로 지적해온 만큼, 향후 한국은행의 정책 대응이 단순한 통화정책을 넘어 금융감독 체계 전반의 개편 논의로까지 확장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신 후보자의 생각은 그가 지금까지 발표해온 논문과 공개 강연 등을 통해 간접적으로 읽어볼 수 있다. 가장 최근의 공개 행사인 2월 미국 프린스턴대 강연에서 그는 “기업이나 가계의 자금 조달 체계가 구조적으로 변화(rewiring)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과거에는 기업이나 가계가 은행으로부터 돈을 빌렸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증권사와 자산운용사 등 비은행권(NBFI)을 통한 조달 비중이 급격히 늘었다는 지적이다.

    실제 2024년 말 기준 국내 NBFI 자산은 명목 국내총생산(GDP)의 약 2.4배인 6213조 원에 이른다. 이 중 머니마켓펀드(MMF), 채권형 펀드, 증권사 환매조건부채권 매매(레포) 자금 등이 가장 취약한 고리로 지목되고 있다. 미국에서도 투자자들의 자금을 모아 기업개발금융회사(BDC)의 형태로 기업들에 직접 돈을 빌려준 사모대출이 대표적인 그림자 금융으로 성장했다.

    이 같은 구조 변화의 가장 큰 문제점은 금융기관들끼리 서로 자산과 부채를 공유하면서 리스크 전이 경로가 과거보다 더 복잡해졌고 이 과정에서 기존 은행 중심의 감독 체계에 구멍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돈을 빌려주면서 담보로 잡은 자산 가격이 떨어질 경우 여러 기관이 동시에 자산을 팔면서 유동성 위기가 나타날 수 있다는 게 신 후보자의 지적이다. 그는 이 같은 현상을 ‘보이지 않는 뱅크런’으로 규정했다.

    이미 미국에서는 모건스탠리와 블랙록과 같은 초대형 투자은행(IB)들에도 투자금을 돌려달라는 고객들의 환매 요청이 빗발치고 있다. 이들은 사모대출펀드를 만들 때 분기별로 5%씩 환매가 가능하다는 조건으로 유동성을 약속해 투자자들을 모집했는데 최근 인공지능(AI) 확산에 따른 산업구조 변화가 공포심리를 자극하면서 약정 이상의 환매 수요를 감당하지 못해 위기설이 확산하는 상태다.

    한국도 이 같은 위험에서 자유롭지 않다. 실제로 2022년 레고랜드 사태는 비은행발 유동성 충격이 얼마나 빠르게 시장 전반으로 번질 수 있는지를 보여준 사례였다. 최재원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신 후보자는 뱅크런과 금융위기 전파 메커니즘을 오랫동안 연구해온 학자”라며 “한국은 은행권은 비교적 견조하지만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발행어음, 종합투자계좌(IMA) 등 비은행권의 위험도가 상대적으로 크고 구조적으로 유동성 충격에 취약한 만큼 관련 리스크에 대한 쓴소리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생산적 금융 확대로 비은행 금융의 규모가 폭발적으로 커지고 있어 향후 경기 국면에 따라 금융시장 전반으로 리스크가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물론 한은이 감독 체계를 직접 수술하기는 쉽지 않다. 애초에 한은은 비은행권을 직접 조사·감독할 권한이 없어 레포나 MMF를 직접 통제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그간 한은은 관계 기관이 참여하는 거시경제금융회의(F4)를 통해 정책 공조를 시도해왔지만 최근에는 이마저도 동력이 약화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한 한국은 중앙은행보다 재정경제부와 금융 당국의 영향력이 큰 구조인 만큼 신 후보자가 관계 기관과의 정책 공조를 얼마나 실질적으로 이끌어내느냐가 비은행권 리스크 관리의 성패를 가를 핵심 변수로 꼽힌다. 김상래 경희대 경제학과 교수는 “신 후보자의 경우 국제기구와 학계에서 축적한 신뢰와 분석력이 있는 만큼 이를 활용하면 금융 당국과 시장에 상당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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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용적 매파’ 한은 총재 후보 신현송, 누구인가

    김혜란 기자 kh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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