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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3.26 (목)

    [렌트노믹스]② 월세 150만원 시대… 개인도 기업도 뛰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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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비즈

    서울 시내의 부동산에 붙은 매매 안내문.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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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0대가 되니 청년들처럼 전세 보증금을 받아 적극적으로 투자하기도 어렵고 월세를 매달 꼬박꼬박 받는 편이 나아요. 세입자를 구하는 과정에서 먼저 월세로 살아도 되느냐고 묻는 사람도 꽤 많았어요.”


    서울 양천구에서 최근 전·월세 전환 계약을 체결한 60대 A씨는 이렇게 말했다. A씨는 전세금을 낮추는 대신 매달 30만원 가까이를 더 받기로 했다.

    전세의 월세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개인과 기업 모두 ‘월세’ 시장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국내 임대 시장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개인은 월세 시장을 다세대주택 등 비(非)아파트에서 아파트까지 확장했다. 그간 임대시장에서 찾아보기 어려웠던 기업도 빠르게 임대 주택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전세사기 등으로 고가 월세에 대한 거부감이 줄자 청년부터 시니어까지 다양한 계층을 대상으로 한 맞춤형 임대주택을 선보이고 있다.

    ◇ 전세 보증금 낮추고 월세 받는다

    개인이 임대하는 시장에서 월세를 받을 수 있는 곳은 빌라·오피스텔 등 비아파트 시장이 주류였다. 그러나 최근 임대차 시장에서 전·월세 매물 실종으로 ‘집주인 우위 시장’이 되면서 아파트 역시 월세화의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전세 매물이 부족한 상황에서 집주인이 전세보다 수익성이 좋은 월세 조건을 내걸고 있는 것이다.

    전체 주택 임대사업자에서 60대 이상 고령층이 차지하는 비율이 큰데, 이들은 전세보증금을 받아 대출을 갚거나 은행에 넣어둔다. 그러나 최근 새롭게 대출을 받기 어려워지고 은행 예적금 금리도 높지 않아 오히려 월세를 받는 편이 수익성이 높아 월세를 선호하고 있다. 젊은 집주인이더라도 신규 대출이 어려운 상황에서 대출을 갚는 대신 월세로 이자를 충당하려는 경우도 있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임대인의 입장에서 은행에 보증금을 넣어도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가 연 2.9~3.0% 정도여서 오히려 월세를 받는 것을 선호한다”며 “전·월세 전환이율이 5% 안팎이기 때문에 훨씬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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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성북구의 아파트 단지 모습.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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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또한, 전셋값이 치솟으면서 전세 보증금을 마련하지 못하는 임차인도 반전세(준월세·준전세)를 찾는 현상이 맞물리면서 월세 시장은 빠르게 커졌다. 새 아파트의 경우 지난해 6·27 대출 규제로 소유권 이전 조건부 전세대출이 금지되면서 집주인이 대출 없는 세입자를 선호하게 된 점도 월세화에 불을 붙였다.

    그러다 보니 임대차 계약에서 월세 거래는 올해 1월 16만9305건으로 1년 만에 38.4% 늘었다. 월세 거래량 비율도 전체 임대차 계약의 68.8%를 차지한다. 특히 아파트의 월세 거래량은 사상 처음으로 전세를 앞섰다. 아파트의 월세 거래량 비율은 올해 1월 50.5%로 전세(49.5%)보다 많았다.

    전세를 월세로 전환하는 비율이 지난해 5년래 최대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서울 아파트 전월세 계약 갱신 건수는 총 9만8480건으로, 전세에서 월세로 전환해 갱신 계약을 체결한 건수는 5187건(전체의 5.26%)이다. 서울 아파트의 평균 월세 가격 역시 올해 처음 150만원을 넘었다. 지난달 서울 아파트 평균 월세는 151만5000원으로 지난해 2월(134만7000원)보다 12.5% 상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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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정서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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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제로 서울 서초구 래미안 원베일리 전용 59㎡는 지난해 전세 보증금 9억8000만원에 임대차 계약을 체결했으나, 갱신 계약을 체결하면서 임대차 조건을 보증금 9억원에 월세 40만원으로 바꿨다. 서울 동작구 건영아파트에서도 기존 전세보증금(7억5000만원)을 4억원으로 깎은 대신 월세 140만원을 받는 계약이 체결됐다.

    ◇ “100만원 월세? OK”… 월세 거부감 덜자 기업 집주인 증가

    기업들은 한국에서 월세 시장이 개화할 것으로 보고 임대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청년부터 시니어까지 ‘맞춤형 임대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기존에는 100만원이 넘는 월세에 대한 거부감이 강했지만, 최근 들어 전세사기 등으로 높은 월세를 감내하려는 수요가 생기자 기업들의 시장 진출이 빨라지고 있는 것이다. 민간임대 시장에서 기업이 참여하는 비율은 여전히 10%를 밑돌지만, 확장세는 빠르다. 주택산업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기업형 민간임대주택 시장 규모는 2026년 현재 약 12조원으로 5년 만에 300%가량 성장했다.

    대표적 기업형 집주인으로 엠지알브이(MGRV)가 있다. 이 회사는 ‘맹그로브’를 통해 도심 내 1~2인 주거 수요에 대응하는 임대주택을 개발·운영하고 있다. 임차인은 임대인을 직접 만나지 않더라도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계약부터 입주까지 한 번에 처리할 수 있다. 현재 영등포구, 성동구, 중구, 동대문구 등 서울 주요 지역에서 건설형 임대주택 프로젝트를 확정하고 인허가, 시공사 선정 등의 개발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특히 이 회사는 캐나다연금투자위원회(CPPIB)와 5000억원 규모의 조인트벤처(JV)를 조성하고 임대주택 공급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엠지알브이는 청년층에 집중한 임대주택뿐만 아니라 시니어를 위한 임대주택도 추진하고 있다. 주거 공간만 제공하는 데 그치지 않고 주거 문화와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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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카101이 운영하는 픽셀하우스 서래마을점. /로카101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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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카101도 기업형 집주인 중 하나다. 로카101은 서울 등 수도권의 낡은 꼬마빌딩을 1인 가구를 위한 기숙사로 만들어 제공한다. 로카101의 기숙사 브랜드 ‘픽셀하우스’는 72개 지점, 1200실이 운영되고 있다. 직접 건물을 매입하기도 하지만, 꼬마빌딩의 소유주와 임대차를 통해 공실을 리모델링하고 운영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임대료는 월 65만~120만원 수준이다. 대신 관리비가 없다는 점에서 1인 청년 가구의 선호도가 높아 공실률이 낮다.

    외국 기업도 국내 임대시장에 발을 들이고 있다.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 미국계 사모펀드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 영국계 자산운용사 ICG, 글로벌 부동산 투자회사 하인즈 등 해외 유수 기업들이 국내 수도권에서 임대주택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김유진 기자(bridg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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