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금토큰·원화코인 논의 본격화에 은행권 역할 확대 가능성
청약 대금 예치·거래대금 결제 구조 새 쟁점으로
이 기사는 2026년03월25일 00시22분에 마켓인 프리미엄 콘텐츠로 선공개 되었습니다.
[이데일리 마켓in 원재연 기자] 원화 스테이블코인 논의가 빨라지면서 토큰증권(STO) 시장에서도 결제·정산 주도권을 둘러싼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자본시장 혁신을 내세운 STO 제도화가 실제로는 은행권 지급결제 인프라를 넓히는 쪽으로 흐르고 있다는 시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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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가상자산 업계에 따르면 최근 시장에서는 원화 스테이블코인과 예금토큰 논의가 빨라지면서 STO 시장에서도 은행권이 결제·정산 인프라를 먼저 가져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금융위가 이달 초 토큰증권 협의체를 꾸리면서 결제를 별도 분과로 떼어 논의한 데 이어, 이후 증권업계의 스테이블코인 유통·결제 관련 의견까지 다시 수렴하자 업계 안팎에서는 당국도 이런 기류를 의식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증권업계가 예민하게 보는 대목은 발행 자체보다 자금 관리 구조다. 현재 공개된 가이드라인을 보면 STO가 제도화되더라도 투자자 자금이 발행사 운영계좌로 바로 들어가기는 쉽지 않다. 금융당국은 조각투자 가이드라인과 사업재편 원칙에서 투자자 예치금을 외부 금융기관에 별도 예치하거나 신탁하도록 요구해 왔다. 이 기준을 적용하면 STO 청약 대금도 증권사 투자자 명의 계좌나 신탁계좌, 은행 분리예치 계좌 등 외부 금융기관 계정에서 먼저 관리될 가능성이 크다.
이 때문에 최근 금융위가 토큰증권 협의체에서 과제로 제시한 ‘온체인 결제’에도 업계의 시선이 쏠린다. 온체인 결제는 증권과 결제수단을 같은 블록체인 위에서 처리하는 방식이다. 지금처럼 토큰증권의 권리부만 디지털화하고 대금은 기존 예금계좌 이체로 따로 처리하면 거래가 체결된 뒤에도 납입 확인과 배정, 환불 절차가 별도로 남는다.
반면 예금토큰이나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결제수단으로 들어오면 증권 이전과 대금 지급을 하나의 구조 안에서 함께 처리할 수 있게 된다. 업계가 원화 스테이블코인과 예금토큰 논의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배경이다.
특히 2차 거래 단계에선 은행의 역할이 더 커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거래대금이 일반 예금계좌 이체에 머무르면 STO는 증권만 토큰화된 시장에 그칠 수 있다. 하지만 예금토큰이나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결제수단으로 도입되면 투자자 자금 입금과 거래대금 결제, 환불, 상환 전 과정에 은행권 인프라가 연결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은행은 단순 실명계좌 제공기관을 넘어 결제자산을 발행하고 전환·상환하는 역할까지 맡게 된다.
프로젝트 한강 2단계와 원화 스테이블코인 논의가 증권업계에 부담으로 읽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한국은행이 올해 예금토큰 상용화 기반을 넓히고 원화 기반 디지털 지급수단 논의를 이어가면 STO 거래대금 결제에도 은행권 인프라가 들어올 가능성이 커진다. 자본시장 혁신을 내세운 STO 제도화가 실제로는 은행의 지급결제 영역을 넓히는 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은행권에서는 NH농협은행이 이러한 흐름에 맞춰 가장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농협은 지난 1월 아톤, 뮤직카우와 함께 원화 스테이블코인 기반 STO 청약·유통 프로세스 개념검증(PoC)을 마쳤다. 해외 투자자가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해 K팝 저작권 STO에 청약·투자하는 상황을 가정해 청약부터 정산까지의 전 과정을 점검한 것이다. 이후 자체 스테이블코인을 가상 발행해 청약·배정·청산 과정을 다시 설계하는 후속 실증도 추진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은행이 단순히 계좌를 제공하는 수준을 넘어 STO 거래 자금 흐름과 정산 절차까지 직접 들여다보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반면 증권 쪽 STO 유통 인프라는 아직 제자리조차 잡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금융위가 지난달 KDX와 NXT에 조각투자 장외거래소 예비인가를 내주긴 했지만, 예비인가 단계인 만큼 법인 설립과 전문인력 확보, 거래시스템 구축, 본인가 취득 같은 후속 절차가 남아 있다. 실제 NXT도 올해 4분기 시장 개설을 목표로 관련 절차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KDX는 여기에 임원 선임 작업도 아직 마무리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한 STO 업계 관계자는 “최근 논의는 어떤 자산을 토큰화할지보다 그 거래대금을 어떤 방식으로 결제할지가 더 중요한 국면으로 옮겨가고 있다”며 “원화 스테이블코인과 예금토큰이 제도권 안으로 들어오면 은행은 단순 계좌 제공기관이 아니라 결제 구조를 설계하는 쪽으로 올라설 수 있어 업계도 긴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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