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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이 4주 차를 맞았습니다. 이번 기사는 지난 기사<꼬이는 호르무즈 해법, 중동 ‘페트로 파워’가 흔들린다> 연장선이 될 것 같습니다. 중동으로부터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이 일시 차단되면서 한국을 포함한 에너지 분야에서 발생하고 있는, 또 앞으로 발생할 수 있는 일들에 대해 살펴볼 텐데요. 현재 다음 달이 4월이 되면 원유 공급이 뚝 끊길 수 있다는 ‘4월 위기설’이 국내에서 확산하고 있기도 하죠. 눈 앞에 닥친 수급 위기도 분명 큰 문제지만, 그 이후 다가올 상황 역시 녹록하지 않습니다.
경제성 + 공급 안정성 + 설비 적합도 = 중동
‘4월 위기설’은 우리나라가 수입 원유 약 70%, 가스는 약 15%를 들여오는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면서 에너지 수급 절벽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 비롯되고 있습니다. 국제유가, 아시아 액화천연가스(LNG) 가격 급등으로 인한 가격 충격뿐 아니라 실제로 물량 부족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인데요. 봉쇄 직전 호르무즈 해협을 극적으로 빠져나온 유조선 ‘이글 벨로어호’가 이달 20일 입항한 이후로 최소한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원유 공급은 중단되기도 했죠. 정부는 아랍에미리트(UAE) 등 대체 경로를 통한 원유 확보가 이뤄지고 있고, 필요 시 비축유 또한 방출하는 등 대책이 마련돼 있다고 설명합니다. 정부는 또 LNG는 카타르 이외 다른 공급처를 통해 수급 안정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물론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장기화한다면 수급 부족은 더욱 심해질 수 있습니다.그런데 이런 에너지 위기가 발생한 근본적인 원인에 대해서 한 번 살펴볼 필요가 있을 것 같은데요. 즉 중동에 대한 에너지 의존도 문제입니다. 왜 한국은 1970년대와 1980년대 오일 쇼크를 거친 이후에도 여전히 중동 에너지에 의존해왔는가. 많이 알려진대로 경제성과 안정성, 그리고 정유설비 구조 등 크게 세 가지 이유를 들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과거에는 중동 두바이유가 영국 브렌트유,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보다 저렴했습니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2010년 이전에는 WTI가 브렌트유보다 평균적으로 배럴 당 1달러 내외, 두바이유보다는 4달러 안팎으로 높았습니다. 지금처럼 WTI가 가장 저렴해진 것은 미국 ‘셰일 혁명’ 이후라고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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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중동은 운송 기간이 최장 25일로 다른 선택지인 미국(최장 40일)보다 짧다는 큰 장점이 있죠. 우리와 인접한 또 다른 산유국 러시아는 지리적으로 가깝기는 합니다만 냉전 시기, 서방 제재 등 긴 시간 동안 접근하기 어려운 공급처였죠. 운송비 차이는 자연스럽게 중동 에너지의 경제성을 크게 높였고요. 이처럼 중동산 에너지가 한국 입장에서 비교적 높은 경제성, 그리고 장기 계약 등으로 인한 안정성 등을 가진 만큼 국내 정유 설비구조가 중동산 중질유에 맞춰져 있다고 합니다.
전쟁 끝난다고 ‘관성’ 사라질까
그렇다면 이번 전쟁을 계기로 한국의 에너지 중동 의존도를 낮추는 일이 가능해질까요? 미래의 일이기는 합니다만, 도전적인 과제로 보입니다. 한국의 중동 에너지 의존도를 높인 근본적인 요인, 즉 경제성과 안정성, 설비 적합도 등이 변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와 관련해 가장 유력한 에너지 대체 공급처로 떠오른 미국은 좋은 대안이기는 합니다만, 선결 과제가 많습니다.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운송 기간이 중동보다 길다는 점은 큰 숙제로 꼽히고요. 또 미국산 원유가 국내 정유 설비와 적합도가 낮은 경질유인 점은 수입 확대 시 부담으로 작용합니다. 단기간에 달성 가능한 과제가 아니라는 얘기입니다.이 때문에 공공이 아닌 민간 분야에서는 미국산 원유 수입을 확대할 유인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설비 적합성 문제는 우리만 갖고 있는 것이 아닌 듯한데요. 예를 들어 올 1월 미국이 베네수엘라산 원유 확보에 나선 이유도 미국 정유 설비가 중질유에 적합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대체적입니다. 세계 1위 원유 생산국인 미국도 정유 설비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관련 연재 기사: 트럼프는 왜 베네수엘라 원유로 돌아가려 하나>
공급망 다변화 시도에 미국산 원유 수입량은 증가 추세에 올라타 지난해에는 1억 7489만 배럴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습니다. 지난해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관세 압박도 크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아직 충분하다고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그 결과가 이번에 확인된 전쟁 충격파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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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NG의 경우 설비 적합성 등 구조적인 문제는 상대적으로 덜하다는 평가입니다. 현재도 한국을 비롯해 일본, 대만 등 동아시아 국가들이 중동산을 대체하기 위해 미국산 LNG 구매를 서두르고 있기도 하죠. 그러나 역으로 미국산 의존도가 더 높아지는 계기가 될 수 있습니다. 기후솔루션은 국내 우리나라 미국 LNG 수입 비중이 2024년 12%에서 2032년에는 40%까지 급증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중동은 앞으로 더욱 위험해질 수 있습니다. 이번 전쟁이 ‘아시아로 전환(피벗 투 아시아)’에 나섰던 미국 외교 정책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데요. 동아시아포럼은 최근 보고서에서 “미국 군사적 관심과 자원이 중동으로 이동함에 따라 아시아로 전략적 전환을 하겠다는 미국의 (정책적)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고 짚었습니다. 미국의 ‘장대한 분노’ 작전 기간이 예상보다 더 길어질 수 있다는 얘기이며, 이에 따라 중동 지역이 다시 화약고가 될 수 있다는 의미로도 읽힙니다. 전쟁 기간 동안 중동 지역 9개 나라에서 최소 40개 이상의 에너지 자산이 심각한 수준으로 손상된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파티 비롤 국제에너지기구(IEA) 사무총장은 “1970년대 오일 쇼크,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가스 충격을 더한 것보다 심각한 상황“이라고 우려했습니다.
에너지, 대체 공급처는 있지만 대안은 없다(?)
전쟁이 마무리되고 중동을 통한 에너지 수급이 다시 안정을 되찾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러나 최소한 오일 쇼크 이후에도 중동 원유 의존도가 여전히 70%라는 점을 반복해서는 안 되지 않을까 하는 고민을 해보게 됩니다. 또 세계적인 에너지 전환기를 맞았지만, 화석연료 활용도는 앞으로 쉽게 꺾이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죠.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세계 각국에서 기후변화 대응 강도가 다소 후퇴하면서 향후 25년 동안 석유와 천연가스 수요가 계속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는데요. 그 동안 ‘소비가 10년 안에 정점을 찍을 것’이라고 예상하던 것에서 화석연료의 수명을 늘려 잡은 셈입니다. 이럴 경우 한국도 국제정세 급변으로 인한 에너지 쇼크를 다시 겪을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이 같은 문제를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에너지 공급망 다변화, 국제정세에 휘둘리지 않을 에너지 자급력 확보 방안에 앞으로 정부와 민간 노력의 초점이 맞춰져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 캐나다는 중동산 대체 공급처가 될 수 있을까
-지난해 트럼프 행정부 관세 압박에 국내에서 캐나다 원유에 대한 관심도가 크게 증가했던 때가 있었습니다. 캐나다가 자국 원유에 10% 관세를 매기겠다고 엄포를 놓은 미국 행정부를 피해 대체 시장을 고려하기 시작했기 때문인데요. 원유 수입처 다변화가 필요한 한국으로서도 이익이 되는 일이었습니다. 캐나다산 원유 수입량은 지난해 454만 배럴로 전년인 2024년(137만 배럴) 대비 200% 이상 급증했습니다.
캐나다 원유는 미국산, 또 사우디산에 비해 가격이 배럴 당 6~8 달러 가량 낮은 것이 장점이고, 무엇보다 미국산과 달리 중질유라는 장점을 갖고 있습니다. 중동산 대체재로서 나름 장점을 갖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우리와 마찬가지로 중동산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일본 역시 중앙아시아나 남미, 싱가포르와 더불어 캐나다산 원유를 대안으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다만 캐나다산 원유 역시 넘어야 할 산이 많습니다. 현재 캐나다의 아시아 수출 경로는 밴쿠버로 이어지는 TMX 송유관 단 하나 뿐이며, 최대 수송량은 하루 90만 배럴에 그친다고 합니다. 또 캐나다 최대(60% 이상) 원유 수출국이 바로 미국입니다. 캐나다 원유 수입을 확대할 경우 미국과 마찰이 생길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습니다. 무엇보다 캐나다 역시 중동과 비교해 운송 거리가 길며, 중동산보다 국내 설비 적합도가 낮다는 한계 또한 있다고 하네요.
-지난해 트럼프 행정부 관세 압박에 국내에서 캐나다 원유에 대한 관심도가 크게 증가했던 때가 있었습니다. 캐나다가 자국 원유에 10% 관세를 매기겠다고 엄포를 놓은 미국 행정부를 피해 대체 시장을 고려하기 시작했기 때문인데요. 원유 수입처 다변화가 필요한 한국으로서도 이익이 되는 일이었습니다. 캐나다산 원유 수입량은 지난해 454만 배럴로 전년인 2024년(137만 배럴) 대비 200% 이상 급증했습니다.
캐나다 원유는 미국산, 또 사우디산에 비해 가격이 배럴 당 6~8 달러 가량 낮은 것이 장점이고, 무엇보다 미국산과 달리 중질유라는 장점을 갖고 있습니다. 중동산 대체재로서 나름 장점을 갖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우리와 마찬가지로 중동산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일본 역시 중앙아시아나 남미, 싱가포르와 더불어 캐나다산 원유를 대안으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다만 캐나다산 원유 역시 넘어야 할 산이 많습니다. 현재 캐나다의 아시아 수출 경로는 밴쿠버로 이어지는 TMX 송유관 단 하나 뿐이며, 최대 수송량은 하루 90만 배럴에 그친다고 합니다. 또 캐나다 최대(60% 이상) 원유 수출국이 바로 미국입니다. 캐나다 원유 수입을 확대할 경우 미국과 마찰이 생길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습니다. 무엇보다 캐나다 역시 중동과 비교해 운송 거리가 길며, 중동산보다 국내 설비 적합도가 낮다는 한계 또한 있다고 하네요.
※석유(Petro)에서 전기(Electro)까지. 에너지는 경제와 산업, 국제 정세와 기후변화 대응을 파악하는 핵심 키워드입니다. [조양준의 페트로-일렉트로] 연재 구독을 누르시면 에너지로 이해하는 투자 정보를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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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0조? 트럼프가 폭격 버튼을 멈추고 ‘5일’을 기다리는 진짜 이유
조양준 기자 mryesandn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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