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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3.26 (목)

    [기자수첩] 대출 실수요, 누른다고 사라지는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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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비즈



    작년 4분기 상위 대부업체 30곳의 신규 대출 금액이 7955억원까지 치솟았다. 그 이전 4개 분기 동안에는 6000억원대를 유지했는데, 6·27 대책을 시작으로 가계 부채를 관리한다며 대출 수요를 옥죄자 시중은행, 상호금융에서 돈을 못 빌린 사람들이 금리가 비싼 대부업체로 몰린 것이다.

    4년 전인 문재인 정부 때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2022년 1월 당시 정부는 가계 부채 관리를 목적으로 1·2금융권 신규 대출의 문턱을 높였다. 갈 곳 잃은 대출 실수요자들은 이때도 울며 겨자 먹기로 대부업체 문을 두드렸다. 그 결과 2022년 2분기 상위 대부업체 30곳의 신규 대출 금액은 1조243억원을 기록했다.

    4년 전 1조243억원과 작년 4분기 8000억원은 최근 5년 사이 가장 높은 수준이다. 대부업계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 때 있었던 대부업 호황기가 다시 돌아올 수 있다는 기대감이 업계에 생겨나고 있다”고 했다.

    정부·가계·기업 부채를 모두 더한 우리나라 총부채 규모는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6500조원이다. 이 중 가계 부채는 2343조원으로 36%에 달한다. 이 때문에 가계 부채를 줄이자는 정책 방향성에는 대부분의 사람이 동의한다.

    문제는 과거 정부에서 이미 부작용을 확인했던 규제를 현 정부가 답습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출 실수요를 고금리 대부업으로 내모는 것은 오히려 가계 부채의 위험성을 키우는 꼴이다. 만약 정부가 대부업 대출도 틀어막는다면 일부 수요는 불법 사금융으로 갈 것이다.

    대출 수요는 억지로 누른다고 사라지는 게 아니다. 반드시 어딘가에서는 풍선처럼 튀어 오른다. 대출 총량 규제에서 밀려난 실수요를 한꺼번에 눈 밖으로 치워 버리는 건 가계 부채를 관리하는 게 아니라 책임 회피에 가깝다. 차주의 상황을 살펴 실수요자가 더 높은 금리를 부담하지 않도록 하는 핀포인트식 접근이 필요하다.

    최정석 기자(standard@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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