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용 페달 로봇'. 실내 자동차 성능시험이 고되고 위험한 탓에 인력 대신 성능시험을 하는 로봇이다. 다만, 이 로봇은 수입산이어서 가격이 너무 비싸다는 한계가 존재했다. '운전용 페달 로봇' 대신 인력을 그대로 투입하는 현장이 줄지 않은 건 이 때문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국내 한 스타트업이 가격은 싸고, 성능은 좋은 '운전용 페달 로봇'을 내놨다. 함의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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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자동차업계의 화두는 단연 휴머노이드 로봇이다. 자동차 제조공장이 차세대 로봇의 실전성을 검증하는 플랫폼이 되고 있어서다. BMW그룹은 2024년 8월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州 스파르탄버그 공장에 피규어 인공지능(AI)의 휴머노이드 로봇인 '피규어 02'를 시험적으로 투입했다. 이후 지난해까지 10개월간 주 5일ㆍ하루 10시간 교대근무 체계로 운영했다.
이 성과를 바탕으로 올해 2월엔 독일 라이프치히 공장에도 헥사곤 로보틱스의 휴머노이드 로봇인 '이온'을 배치해 여름부터 본격적인 시범 운영을 시작할 예정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테슬라는 약 1년 전부터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프리몬트 공장에 자체 생산한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를 투입해 실전 데이터를 쌓았고, 올해 2월부터는 텍사스주의 오스틴 공장에 옵티머스를 투입해 본격적인 훈련에 돌입했다. 모델S와 모델X를 생산하던 프리몬트 공장의 일부 라인은 '옵티머스' 양산 기지로 전환하기로 했다. 테슬라는 이 공장에서 연간 100만대의 옵티머스를 생산할 계획이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1월 열린 미국소비자전자제품전시회(CES 2026)에서 자회사인 보스턴다이내믹스의 '아틀라스'를 선보인 이후, 2028년까지 3만대의 '아틀라스'를 생산해 미국 조지아주 신공장인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에 투입한다는 계획을 잡고 추진 중이다. 처음엔 부품을 배열하는 단순 업무에 넣지만 2030년에는 조립 공정에도 투입할 예정이다.
이대로라면 우리는 머지않은 미래에 휴머노이드 로봇이 만든 자동차를 탈지 모른다. 가성비 좋고, 안전성이 검증된 일꾼이 24시간 쉬지 않고 공장을 가동하는 시대가 곧 도래할 거란 얘기다. 시대적 흐름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면서 새로운 영역을 개척해야 할 중요한 시점이기도 하다.
이런 상황에서 눈길이 가는 영역이 있다. 바로 자동차 시험 영역이다. 모든 자동차는 양산형으로 출시하기 전에 일정한 실내 공간에서 여러 장비를 활용해 각종 시험을 거친다. 실내에서 안전성과 환경성을 시험하는 거다. 전기차의 경우, 시험 결과가 보조금 책정의 기준이 되기도 한다. 실외에서 직접 도로를 주행하며 종합적인 성능을 테스트하는 건 그다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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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으로 실내 시험은 '섀시 다이나모미터'라는 장치를 통해 이뤄진다. 섀시 다이나모미터는 차체가 고정된 상태에서 자동차의 바퀴만 구동하도록 하는 방식으로 각종 성능을 시험하는 장치다. 구름 기능이 있는 롤러 위에 자동차를 올린 후, 사람이 직접 운전석에 앉아 다양한 운전패턴을 구사하면서 여러 특성을 도출하는 거다.
문제는 실내 시험실이 완벽하게 안전하지는 않다는 점이다. 예컨대 자동차를 다양한 장치를 활용해 고정한 후 각종 시험을 진행하지만, 고속으로 운전을 할 때 자동차가 롤러 위를 벗어나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한다. 자동차에서 유해가스가 배출되는 경우도 있다. 이 때문에 시험 중에는 대개 시험실 내 출입을 금지한다.
게다가 연구자의 업무 강도는 매우 높은 수준이다. 운전석의 연구자는 시험에 끝날 때까지 운전석을 벗어날 수 없고, 중간에 시험을 중단해서도 안 된다. 몇시간씩 집중을 해서 시험을 해야 하기 때문에 화장실 출입도 불가능하고, 음식도 운전을 하면서 먹어야 한다.
이렇게 시험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정확한 기준에 따라 시험을 진행해야 시험의 신뢰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특히 연비는 각종 보조금의 기준이 되거나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홍보자료가 되기 때문에 논란의 여지를 없애기 위해선 어쩔 수 없는 상황이기도 하다.
따라서 연구자에게는 상당한 숙련도가 요구되며, 그 연구자가 받는 스트레스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최근엔 다양한 전기차의 등장으로 저온에서 배터리 방전 시까지 운전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이처럼 위험하고 고된 작업인 만큼 사고도 종종 발생한다. 실제로 2024년 11월 현대차 울산공장에 있는 시험실에서 3명의 연구자가 시험차의 배출 유해가스에 질식해 사망하기도 했다.
결국 업계에선 이 업무를 로봇으로 대체할 필요성이 높아졌고, 이에 따라 사람 대신 자동차 성능을 시험해주는 '운전용 페달 로봇'이 등장했다. 하지만 지금도 현장에선 연구자가 직접 시험을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운전용 페달 로봇은 죄다 독일산이나 일본산인데, 가격이 너무 높아서 사람이 대신하고 있다는 얘기다. 더구나 우리 현장에 맞게 설계된 제품이 아닌 만큼 설치나 수리 등에서 불편한 게 한두가지가 아니었다.
이런 상황에서 2024년 11월 에스피엘티(SPLT)라는 스타트업이 자동차 성능시험을 수행하는 '차세대 운전용 페달 로봇'을 개발ㆍ상용화했다. 인하대 교원창업기업(이대엽 교수팀)으로 출발한 이 스타트업이 개발한 차세대 운전용 페달 로봇은 일단 무게가 약 12㎏으로, 시험실 간 이동이 매우 편하다. 설치에 따른 부작용도 거의 없고, 태블릿으로 원격 제어도 할 수 있다. 원격 제어를 통해 다양한 정보를 실시간으로 통보하기 때문에 각종 활용도를 극대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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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AI를 적용했기 때문에 시험을 진행할수록 진화를 거듭한다는 장점도 갖고 있다. 저온 특성도 뛰어나 영하 15도에서도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숙련 연구자의 시험을 뛰어넘는 수준의 정확도를 보였다. 무엇보다도 외국산 페달 로봇 대비 가격이 30~40% 더 낮다. 값은 싸고, 성능은 더 뛰어나다는 뜻이다.
물론 차세대 운전용 페달 로봇 시장은 세계로 넓혀도 그리 크지 않다. 다만, 자동차 선진국을 자처하는 대한민국에서 해외산을 대체하고, 성능은 더 좋은 차세대 운전용 페달 로봇을 보급하고 있다는 건 매우 자랑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현재 차세대 운전용 페달 로봇은 국내 자동차 성능시험의 기준을 제시하는 국립환경연구원 모빌리티환경연구센터에도 납품됐다. 확실한 검증을 통과한 셈이다. 그런 만큼 국내의 모든 자동차 시험연구원을 비롯한 해외 자동차 시험 현장에도 널리 보급돼 우리의 기술을 자랑하는 매개체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K-페달 로봇은 과연 어디까지 뻗어나갈 수 있을까.
김필수 대림대 교수
autoculture@hanmail.net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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