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정비 업계에 따르면 서울 주요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지가 잇달아 상가를 짓지 않거나 규모를 크게 줄이고 있다. 서울시 정비사업 정보몽땅을 보면 강남·서초·송파구 등 강남 3구에서 관리처분인가를 받은 재건축 단지 12곳 가운데 9곳이 애초 정비계획에 상가를 포함하지 않거나, 상가 수를 줄여 사업을 추진 중이다.
강남권뿐만이 아니다. 양천구 목동신시가지8단지 재건축 추진위원회는 분양가를 놓고 상가와 갈등을 빚다가 결국 지난달 창립총회에서 상가 제척(배제)을 결의했다. 영등포구 여의도진주아파트 역시 정비구역에서 단지 내 상가를 제외했고, 여의도공작아파트는 상가 면적을 60% 넘게 줄이는 정비계획을 확정했다. 동작구 노량진4구역, 노량진1·3구역 등 재개발 사업지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상가 조합원이 아예 아파트 입주를 택하는 사례도 속속 나왔다. 서울 강남구에서 재건축을 추진 중인 대치우성 1차·대치쌍용 2차의 상가 조합원들은 상가 대신 재건축 조합원 가격으로 아파트를 분양받기로 의견을 모았다. 신규 상가를 짓기로 했던 서울 송파구 잠실우성4차 재건축 조합도 상가 소유주 의견을 반영해 아파트만 짓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상가 소유주는 원칙적으로 신축 상가만 분양받을 수 있지만 조합이 정관에 명시하면 입주권을 받을 수도 있다.
그간 아파트 내 상가는 분양이 잘되면 조합원의 분담금을 낮춰주는 효자였다. 그러나 최근 미분양과 공실이 늘면서 상가는 오히려 조합이 관리비와 세금을 떠안아야 하는 골칫거리가 됐다. 강동구 올림픽파크포레온, 서초구 래미안 원페를라 등 대단지 상가조차도 공실 해소에 어려움을 겪고 있을 정도다.
실제로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전국 집합상가 공실률은 지난해 4분기 10.4%로 2024년 4분기(10.1%)보다 높아졌다. 서울 역시 이 기간 공실률이 9.1%에서 9.3%로 높아지면서 집합상가 공실률이 9~10%에 달했다. 이렇게 코로나19를 거치며 오프라인 소비가 위축되고, 상가 사업성이 회복되지 않자 차라리 상가 대신 아파트를 더 짓는 게 이득이라는 판단이 조합에서 나오는 것이다.
조합 내 갈등으로 사업이 지연되는 걸 막기 위한 이유도 있다. 과거에는 대단지를 만들기 위해 재건축에 회의적인 상가를 여러 우호 조건으로 회유했는데, 이 과정에서 상가 조합원과 아파트 조합원 사이 이해관계가 충돌하면서 소송으로 번지는 사례가 빈번했다. 일례로 서초구 신반포2차아파트는 상가 조합원의 아파트 분양 기준을 완화하는 정관 변경을 두고 일부 조합원이 소송을 제기하면서 사업 일정이 수년간 지연됐다.
정비 업계 관계자는 “상가 수익성이 떨어지다 보니 아파트와 상가 소유주 모두 ‘애초에 상가를 제외하자’는 의견에 동의하는 비율이 늘어나고 있다”면서도 “이 경우 일반 분양 물량이 줄어드는 기회 비용을 감수해야 하기도 하고, 상가 규모가 너무 크면 이해관계 조정이 어려워 마냥 쉽지만은 않다”고 했다.
정민하 기자(mi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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