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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3.26 (목)

    [박용후의 '싹수있수다'] 한국 AI의 승부수는 '규모'가 아니라 '구조'다-모티프(Motif)가 보여준 새로운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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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자신문

    인공지능 경쟁을 이야기할 때 사람들은 흔히 “누가 더 큰 모델을 만들었는가”를 먼저 묻는다. 수천억 개의 파라미터, 수만 장의 GPU, 천문학적인 투자금이 마치 성공의 절대 기준처럼 여겨진다. 오픈AI나 구글 같은 글로벌 빅테크들은 이러한 '규모의 경제'를 앞세워 거대한 성벽을 쌓아왔다. 그러나 이 거대한 성벽이 항상 정답일까? 최근 국가대표 AI 프로젝트에 선정된 모티프(Motif)는 이 질문에 전혀 다른 관점으로 답하고 있다.

    모티프의 진짜 경쟁력은 단순한 벤치마크 성능이 아니라, AI를 바라보는 설계 철학에 있다. 기존의 흐름이 '더 거대하게(Go Big)'였다면, 모티프는 '더 본질적으로(Go Core)'라는 방향을 택했다. 실제로 이들은 상대적으로 제한된 자원과 시간 속에서도 글로벌 대형 모델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성능을 증명해냈다. 이는 단순한 기술적 승리가 아니다. AI 경쟁의 본질이 더 이상 자본의 크기나 물리적 물량 공세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는 산업적 선언이다.

    그 핵심에는 '구조의 혁신'이 있다. 대부분의 기업이 기존 트랜스포머(Transformer) 구조 위에서 성능을 덧칠하는 데 집중할 때, 모티프는 아예 모델의 설계 방식 자체를 근본적으로 재해석했다. 이는 자동차 산업에 비유하자면 기존 엔진을 튜닝하는 수준이 아니라, 엔진의 작동 원리 자체를 다시 설계한 것과 같다. 같은 연료를 쓰더라도 구조가 바뀌면 연비와 출력이 완전히 달라지듯, 모티프는 설계의 변화가 어떻게 성능과 비용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는지를 몸소 보여주었다.

    이 지점에서 모티프의 존재감은 더욱 뚜렷해진다. 현재 글로벌 AI 산업은 이른바 '비용의 벽'에 부딪혀 있다. 모델이 비대해질수록 학습과 운영 비용은 기하급수적으로 치솟고, 이는 곧 수익성 악화로 이어진다. 빅테크조차 감당하기 힘든 이 문제를 모티프는 '효율의 구조화'로 풀어냈다. 더 많은 자원을 쏟아붓는 대신, 적은 자원으로도 최적의 결과를 내는 '고효율 아키텍처'를 통해 비용 구조 자체를 혁신한 것이다.

    이것은 단순한 기술적 선택을 넘어선 전략적 전환이다. 과거에는 '누가 더 많이 가졌느냐'가 경쟁력이었다면, 앞으로는 '누가 더 영리하게 설계하느냐'가 승부를 가른다. 자본과 데이터 규모 면에서 불리할 수밖에 없는 한국 AI가 선택해야 할 가장 현실적이고 강력한 해법이 바로 여기에 있다. 규모의 경쟁이 아닌, 구조의 경쟁으로 판을 바꿔야 한다는 뜻이다.

    또한, 모티프의 역할은 개별 기업의 성과에 그치지 않는다. 이들은 컨소시엄이라는 거대한 생태계 속에서 전체 시스템을 움직이는 '엔진 설계자' 역할을 수행한다. 데이터, 인프라, 연구기관이 유기적으로 결합하는 구조의 중심에서 모티프는 핵심 동력을 제공한다. 이는 AI 산업이 이제 단일 기업의 대결이 아니라, '핵심 설계자'를 중심으로 한 생태계 단위의 경쟁으로 진화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결국 모티프의 진짜 가치는 '방식의 전환'에 있다. AI를 만드는 방법이 바뀌면 시장의 판도가 바뀐다. 운영 비용이 낮아지면 AI는 더 넓은 산업 현장으로 빠르게 스며들 수 있고, 이는 곧 국가 경쟁력으로 직결된다. 기술은 결국 성능이 아니라 '확산의 깊이'에서 승부가 나기 때문이다. 모티프는 바로 그 확산을 가능케 하는 토대를 설계하고 있다.

    우리는 지금까지 AI를 '얼마나 똑똑한가'라는 지능의 관점으로만 바라봐왔다. 그러나 앞으로의 경쟁은 '얼마나 효율적으로 널리 쓰일 수 있는가'라는 구조의 문제로 이동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모티프는 단순한 유망 스타트업을 넘어, 한국 AI 전략이 나아가야 할 이정표와 같다.

    승부는 크기(Size)가 아니라, 구조(Structure)에서 결정된다. 모티프가 던진 이 단순하고도 강력한 답이 대한민국 AI의 새로운 길을 열어줄 것이라 믿는다.

    박용후 | 관점디자이너(Perspective Designer)

    대한민국 1호 관점디자이너이자 피와이에이치 대표. 카카오, 우아한형제들 등 국내 유수의 혁신 기업들의 전략 고문으로 활동하며 '관점의 전환'이 기업의 운명을 어떻게 바꾸는지 증명해왔다. 모두가 '보는 것'에 집중할 때, 그 이면의 '가치'를 설계하며 세상의 고정관념을 깨는 날카로운 통찰을 공유한다. 고정관념을 파괴하는 시각으로 현재와 미래를 연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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