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관들의 일탈 소식이 하루가 멀다고 들려온다. 판사가 술을 마시고 핸들을 잡는 것도 모자라, 재판을 매개로 금품을 주고받았다는 의혹까지 터져 나왔다. 그런데 정의의 최후 보루인 법원이 정작 내부에서 곪아 터지는 의혹에는 관용을 베푸는 듯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전주지법 근무 당시 고교 동문 변호사로부터 수천만 원 상당의 금품을 받은 혐의를 받는 김모 부장판사 사례가 대표적이다. 김 부장판사는 아들 돌반지, 배우자의 향수, 심지어 아내의 바이올린 교습소 무상 임차까지 챙겼다는 혐의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로부터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구체적인 혐의에도 불구하고 법원은 '소명 부족'을 이유로 영장을 기각했다. "제 식구 감싸기"라는 냉소가 터져 나왔다.
대법원의 태도도 도마 위에 올랐다. 이 사건은 지난해 4월 금품 공여자의 배우자가 직접 수사기관에 고발하며 세상에 알려졌다. 대법원 역시 김 부장판사로부터 경위서까지 제출받으며 감찰에 착수했다. 하지만 대법원이 "들여다보고 있다"며 시간을 끄는 사이 김 부장판사는 전주지법에서 3년의 임기를 마쳤다. 지역 변호사회가 선정하는 '우수법관' 명단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서울중앙지법의 A 부장판사는 지난해 12월 서울 중랑구 사가정역 인근에서 약 4㎞를 운전하다 음주운전으로 적발됐다. 당시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 정지 수준인 0.071%였다. 명태균씨와 김영선 전 의원의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을 심리한 창원지법의 B 부장판사는 면세점 관계자로부터 해외 골프여행 경비를 대납받은 혐의로 벌금 500만원의 약식명령을 선고받았다. 제주지법 부장판사 3명은 2024년 6월 평일 낮술 후 노래방에서 소란을 피우다 경찰이 출동하기도 했다.
헌법 제106조가 규정한 '법관의 신분 보장'은 법관이 외풍에 휘둘리지 않고 소신껏 판결하라는 취지다. 법관 개인의 일탈까지 비호하는 도구가 아니다. 도덕적 권위를 상실한 판사가 내리는 판결을 어느 국민이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을까.
법원도 뒤늦게나마 고민을 시작했다. 대법원은 비위 의혹 판사에 대해 징계 절차가 끝나기 전이라도 재판 업무에서 배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법원행정처가 헌법상 신분 보장 원칙과 충돌하는지 여부를 따져보며 제도적 보완을 고민하는 것은 분명 뒤늦은 자정 작용의 신호탄일 수 있다.
사법부의 권위는 치부를 도려내는 결단에서 시작된다. 내부 비위에 눈감고 '제식구 감싸기'식으로 일관하면 법원 신뢰는 회복 불가능한 수준으로 추락할 것이다. 하나만 생각하라. 쇄신하지 않고 '사법부 독립'을 외친다면 국민이 믿을까를.
변선진 기자 sj@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