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매드 댄스 오피스’ 조현진 감독 인터뷰
영화 ‘매드 댄스 오피스’ 조현진 감독 스틸. 엔케이컨텐츠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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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멩코를 출 땐 꼬인 스텝도 춤이 된다. 영화 ‘매드 댄스 오피스’를 관통하는 미학이다. 극중 완벽만 쫓던 공무원 국희는 계획에 없던 플라멩코를 배우며 경로를 이탈한 삶까지 힘껏 끌어안는 사람이 된다. 늘 서툴게만 보이던 연경은 플라멩코 특유의 긍정과 수용 아래 반짝인다. 끝까지 엉성하지만 한 걸음 한 걸음 진심으로 내딛는 이들의 스텝은 결코 우습지 않다.
‘매드 댄스 오피스’는 국희와 연경만의 서사가 아니다. 두 인물은 조현진 감독, 조 감독의 친구들, 더 나아가 지금을 사는 이들을 표상한다. 최근 쿠키뉴스와 만난 조 감독은 “사실 외부에서 보는 제 이미지가 국희랑 되게 비슷하다. 사람들이 ‘왜 그렇게까지 하냐’고 할 정도로 열심히 일하는 편”이라며 이야기의 출발점을 고백했다.
“의지가 강한 게 아니라 두려운 거예요. 국희와 연경은 종이 한 장 차이예요. 겉으로 드러나는 삶의 방식이 다를 뿐, 둘 다 내면에는 불안이 있어요. 이야기를 쓸 때 친구들을 많이 떠올렸어요. 다들 열심히 살면서 스스로 그렇지 않다고 여겨요. 일이 풀리지 않으면 자책하면서 정신과에 가서 약을 먹고요. 좌절하고 끝날 것이 아니라 어찌 됐든 같이 살아 나가면 좋겠는데 어떤 미래를 바라보면서 가야 될지 많이 고민하면서 작업했어요.”
영화 ‘매드 댄스 오피스’ 스틸. 엔케이컨텐츠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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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멩코의 재미는 엇박에서 온다. 비틀리고 밀리는 박자 속 발버둥 같은 몸짓도 즐기는 순간 춤이 된다. 기술보다 ‘기세’에 가깝다. 조현진 감독은 스페인에서 마주한 플라멩코 공연에서 이를 실감했다. 뮤지컬 영화를 만들려면 직접 춤을 춰봐야 한다고 믿는, 성실한 조 감독이 플라멩코에 매료된 것은 완전한 우연이 아니었다.
“7년간 플라멩코를 배웠어요. 뮤지컬 영화를 만들고 싶은 꿈이 있어요. 춤이 나오는 영화를 만드는데 내가 안 춰보면 진정성이 떨어지지 않을까 생각에 뭐라도 배워보려고 하다가 플라멩코가 걸렸어요. 예쁘게 추려고 하지 않고 기세로 밀어붙이는 에너지가 있어요. 동작 하나하나에 땀이 팍팍 튀기고요. 플라멩코를 추면 내게도 저런 순간이 있을 수 있을까, 궁금증이 생겼었죠.”
‘매드 댄스 오피스’의 제작 과정도 정박과 거리가 멀었다. 7년 전 쓴 시나리오가 관객을 만나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 플라멩코는 브레이크 댄스로, 워맨스는 로맨스로 바뀔 뻔한 위기(?)도 있었다. 조현진 감독은 “개봉 전까진 늘 ‘개봉 못 하면 어떡해’ 하다가 개봉 이후에는 아침마다 문득 감동이 밀려온다”며 털어놨다.
“솔직히 진짜 쉽지 않았어요. 전달하고자 하는 바가 확실했고 한국 상업영화가 소구하는 외피를 씌우는 것을 거부했어요. 그러다 보니 충분한 예산을 확보하지 못했어요. 욕심은 진짜 큰데 여건이 너무 안 좋았죠. 현장을 떠올리면 절로 ‘우리 너무 바쁘고 힘들었다’는 생각이 들어요. 다들 주어진 환경에서 어떻게든 하려고 필사적이었어요. ‘지금 못 찍으면 이 장면 없이 개봉할 거야’라는 마음으로 사력을 다했던 것 같아요. 그런 상황에서 아무도 포기하지 않는 모습이 신기했어요.”
출연진도 한마음 한뜻이었다. 주연 국희 역의 염혜란, 연경 역의 최성은을 비롯해 우미화, 박호산, 백현진, 아린 등 모든 배우가 영화의 메시지에 깊이 공감했다. 그렇지 않았다면 한정된 예산 내에서 성사되기 어려운 라인업이다. 그러나 조현진 감독은 함께해준 이들에게 공을 돌렸다.
“혜란 선배한테 너무 감사해요. 처음 글 쓸 때부터 ‘이 사람이다’라고 했어요. 설명하긴 어렵지만 선배는 악역이나 세속적인 역할을 해도 정이 붙는 분이잖아요. 계속 인물이 알고 싶어서 따라가고 싶게 하는 에너지가 너무 필요했어요. 무엇보다 ‘염혜란과 연기할 수 있다면’이라며 합류한 분이 많아요. 제작사 대표님도 이 작품을 너무 만들고 싶어 하셔서 대표님이 가능하게 하신 부분들도 있어요. 모두의 힘으로 탄생한 영화입니다.”
영화 ‘매드 댄스 오피스’ 조현진 감독. 본인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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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드 댄스 오피스’는 조현진 감독의 첫 장편 영화다. 앞서 조 감독은 단편 영화 ‘옥상 탈출’(2012), ‘무서워서 크게 부르는 노래’(2019)를 만들었다. 전자는 외계인이라고 주장하는 여자가 자살하려는 여고생을 막으면서 펼쳐지는 이야기고, 후자는 소리가 색으로 보이는 주인공이 병원에서 탭댄스를 추는 판쵸가 내는 소리를 그리는 내용이다. 세 작품 모두 조 감독의 따뜻한 시선과 유쾌한 발상이 돋보인다.
“전 사람이 사람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믿는데요. 동시대 친구들 얘기를 계속하고 싶어요. ‘무서워서 크게 부르는 노래’는 ‘무섭다고 감추고 있을 게 아니라 소리를 질러서 남들은 미쳤다고 해도 나랑 비슷한 생각을 하는 친구들이 다가올 거다’라는 생각에서 출발했어요. 이 부분이 ‘매드 댄스 오피스’와 비슷한 것 같아요. 서로 단절돼 있을 땐 서로 괴물처럼 보이지만 마음을 열면 살아갈 힘을 얻거든요. 현실에서 정말 보기 드물다고 해도 영화에선 구현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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