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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3.27 (금)

    [사설] 메타·구글 ‘SNS 중독’ 패소, 강 건너 불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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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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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캘리포니아주 1심 법원 배심원단이 메타와 구글에 청소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중독 책임을 물어 600만 달러(약 90억 원)를 배상하라고 평결했다. 인스타그램(메타)과 유튜브(구글)가 이용자의 중독을 유발하도록 설계됐고 그로 인한 정신·신체적 피해에 책임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법원이 플랫폼 기업들의 콘텐츠 면책 주장을 기각하고 SNS의 알고리즘 자체를 문제 삼은 첫 사례다. 이 평결이 확정되면 배상금의 70%는 메타가, 나머지 30%는 구글이 물게 된다.

    이 평결로 플랫폼은 표현 도구인가, 중독 유발 주체인가라는 오랜 논쟁의 균형추가 무너졌다. 소송을 제기한 20대 여성은 6세에 유튜브를, 9세에 인스타그램을 사용한 후 SNS 중독으로 우울증과 신체장애를 겪었다고 주장했다. 특히 SNS의 무한 스크롤, 알고리즘 추천 등 ‘의도된 설계’가 자신을 중독으로 몰아넣었다는 점을 부각시켰는데 법원이 이 주장을 받아들인 셈이다. 메타와 구글은 평결에 대해 강하게 반발했지만 이대로 법적 판단이 굳어지면 수많은 유사 소송이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

    주요국들은 청소년의 SNS 중독 문제를 심각하게 여겨 규제의 고삐를 바짝 죄고 있다. 호주는 지난해 세계 최초로 16세 미만 청소년의 SNS 이용을 전면 금지했고 말레이시아도 올해 유사한 정책을 도입했다. 일본과 유럽연합(EU) 역시 이용 시간 및 연령 제한 등 규제 방안을 적극 추진 중이고 프랑스는 관련 법안이 하원을 통과해 제도화가 임박했다.

    우리나라도 청소년의 SNS 과다 사용에 따른 일상생활 장애, 정신 건강 악화는 물론 마약·성착취 노출 등의 폐해가 점점 커지면서 이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정부의 한 조사에서는 청소년의 36%가 ‘SNS로 일상에 지장이 있다’고 답했고 47%는 ‘사용 조절이 어렵다’고 호소했다. 하지만 관련 규제는 지지부진하다. 16세 미만의 SNS 이용을 제한하는 정보통신망법 개정안 등이 국회에 발의됐지만 진척이 없다. SNS가 정보 습득이나 소통 등 긍정적 기능도 많지만 그 속에 갇히는 것은 문제다. 이제라도 우리 사회가 청소년 보호를 위한 최소한의 SNS 안전장치 마련에 속도를 내야 할 것이다.

    논설위원실 opinio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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