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수학반 25%로 신입생 4명 중 1명
정규반 줄고 기초수학 급증 ‘중위권 붕괴’
선택형 수능에 수학 전범위 학습 약화 영향
사탐런 확산히며 과학·수학 학습 동반 약화
서울대도 AI튜터 도입해 수학 기초 보완 나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올해 서울대 공대에 입학한 A 씨는 입학 직후 예상치 못한 안내를 받았다. 미적분과 기하 개념이 부족해 ‘기초수학’ 수업부터 다시 들어야 한다는 통보다. 수능 성적으로는 최상위권에 올랐지만 대학 수업을 따라가기에는 기초가 부족하다는 평가였다.
서울대 자연계열 신입생 4명 중 1명이 이처럼 기초수학 과정을 배정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미적분·기하 등 수학 전 범위를 고르게 학습하지 않아도 상위권 대학 진학이 가능한 입시 구조가 자리 잡으면서 그 부담이 대학 입학 이후 기초학력 저하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27일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강경숙 조국혁신당 의원실이 서울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6학년도 자연계열 신입생 대상 ‘수학 특별시험’에서 하위 수준인 기초수학 배정 비율은 25%(499명)로 집계됐다. 대면시험 기준으로 전년 14%(297명)보다 11%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서울대는 자연과학대학·공과대학·농업생명과학대학 등 이공계 신입생을 대상으로 입학 직후 수학 특별시험을 실시한 뒤 고급수학, 정규반, 기초수학, 미적분학의 첫걸음 등 4단계로 수업을 배정한다. 기초수학은 일반 수업을 바로 따라가기 어려운 학생을 위한 보충 과정이고 ‘미적분학의 첫걸음’은 그보다 더 낮은 최하위 단계다.
기초수학 수강 비율은 2022학년도 12%(194명)에서 2023학년도 22%(304명)로 증가한 뒤 2024학년도 12%(270명), 2025학년도 14%(297명) 수준을 유지하다가 2026학년도 들어 25%(499명)로 급등했다. 반면 정규반 수강 비율은 2025학년도 71%(1457명)에서 2026학년도 66%(1331명)로 감소했다.
상위권 비중도 줄었다. 고급수학 수강 비율은 2022학년도 18%(293명)에서 2023학년도 11%(149명), 2024학년도 8%(159명)까지 낮아졌다가 2025학년도 13%(262명)로 일시 반등했지만 2026학년도에는 다시 9%(173명)로 떨어졌다. 2022학년도와 비교하면 비율은 절반 수준으로 감소했고 인원도 100명 이상 줄었다. 같은 서울대 합격자 집단 안에서도 상위권 규모가 줄고 학력 편차는 커진 셈이다.
입시 전문가들은 2022학년도부터 도입된 선택형 수능의 영향을 주요 원인으로 꼽는다. 현재 수능은 미적분·확률과통계·기하 가운데 일부 과목만 선택해도 상위권 대학 진학이 가능한 구조다. 과거에는 자연계 학생들이 수학 전 범위를 고르게 공부해야 했지만 지금은 미적분 중심으로 준비해도 합격이 가능한 상황이다. 서울대 역시 정시에서는 미적분 또는 기하 중 하나를 선택하면 지원할 수 있고 수시에서는 미적분·기하 등이 권장 과목일 뿐 필수는 아니다.
한 대형 입시학원 입시전략실장은 “선택형 수능 도입 이후 미적분 중심으로 준비해도 상위권 대학 진학이 가능해지면서 수학 전 범위를 깊게 공부하지 않는 경우가 늘었다”며 “문·이과 통합 수능 체제에서는 시험 난이도를 과거 자연계 수준으로 유지하기 어려웠고 2024학년도부터 킬러 문항이 줄면서 변별력도 약해졌다”고 말했다. 이어 “기하 등 다른 영역은 상대적으로 소홀히 하는 방식이 일반화됐다”며 “기하는 공간 개념과 추론 능력을 요구하는 과목인 만큼 학습이 부족하면 대학 수학을 따라가기 어려울 수 있다”고 덧붙였다.
여기에 과학탐구 대신 사회탐구를 선택하는 이른바 ‘사탐런’이 확산되면서 과학 학습 강도도 낮아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과학Ⅱ 과목이 성취도 평가로 전환된 2015 개정 교육과정까지 겹치며 난도가 높은 과목을 기피하는 흐름이 이어졌다는 것이다. 이치우 비상교육 입시평가소장은 “선택형 수능과 통합 수능 체제가 자리 잡으면서 수학과 과학을 전 범위에 걸쳐 깊게 공부하지 않아도 상위권 대학에 진학할 수 있는 구조가 됐다”며 “미적분 등 일부 과목 중심의 준비 방식이 일반화되면서 대학 입학 이후 기초수학을 다시 수강해야 하는 학생이 늘어난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흐름에 대응해 서울대도 신입생 간 기초학력 격차를 보완하기 위한 대응에 나섰다. 서울대 공과대학은 기존 기초학습 지원 프로그램에 올해 처음으로 인공지능(AI) 튜터를 도입해 ‘SPLIT(Self-Paced Learning & Tutoring)’ 수학·물리 학습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신입생은 미적분·기하·확률과통계 가운데 학습 영역을 선택한 뒤 진단평가를 거쳐 개인별 수준에 맞는 학습 경로를 제공받는다. 영상 강의와 문제 풀이, 유사 문제 반복 학습을 결합한 자기주도형 방식으로 행렬과 기초 선형대수학 등 대학 수학의 기초 내용도 함께 다룬다. 프로그램은 이달 17일부터 6월 7일까지 무료로 운영된다.
신서희 기자 shshin@sedaily.com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