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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3.27 (금)

    제네릭 약가 8%P 내린다… 계단식 인하로 건보재정 2.4조 절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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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약가제도 14년만에 전면 개편

    혁신형 49%·준혁신형 47% 우대

    올해부터 2036년까지 점진적 인하

    건강보험 재정 지속 가능성 확보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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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가 오리지널 의약품 대비 제네릭(복제약) 약가 산정 기준을 현행 53.55%에서 최저 45% 수준으로 낮춘다. 2012년 일괄 인하 이후 14년 만의 전면 개편이다. 정부의 이번 결정은 건강보험 재정 효율화와 제약업계의 연구개발(R&D) 투자를 독려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특히 약가 인하를 통해 확보한 재정 여력을 신약 급여 확대나 필수의약품 공급 안정에 활용하고, 제약사들이 단순 제네릭 판매에서 벗어나 R&D 투자 확대에 나서도록 유도하겠다는 전략이다.

    보건복지부는 26일 제6차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약가제도 개선안을 의결했다. 개편안에 따르면 일반 제약사의 제네릭 약가는 오리지널 대비 약 45% 수준으로 조정된다.

    환자의 부담도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삼진제약의 항혈전제인 플래리스정(75㎎)은 현재 1정당 1077원 수준이다. 현재 오리지널 대비 49.5% 수준인 플래리스정에 이번 개편안이 적용되면 약 978원 수준으로 낮아져 1정당 약 99원 인하된다. 건강보험 본인 부담률(의원 외래 기준 30%)에 따라 환자가 체감하는 감소액은 1정당 약 30원 수준이다. 하루 1정 복용 기준 한 달 약값은 기존 9693원에서 9000원으로 줄어 약 700원 부담이 감소한다.

    복지부 관계자는 “제네릭 약가 인하는 관련 고시 개정을 거쳐 빠르면 올해 10월 시행할 예정”이라면서 “이번 개편을 통해 국민의 약품비 지출 부담을 합리적인 수준에서 완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이번 약가 개편은 단일 조치가 아니라 장기간에 걸친 ‘단계적 인하’ 구조로 설계됐다. 정부는 1단계로 2012년 이전 등재 의약품을 대상으로 2026년부터 2032년까지 약가를 순차적으로 낮춰 최종 45% 수준까지 조정하고 약 1조 1000억 원의 재정 절감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이어 2단계에서는 2013년 이후 등재 의약품을 대상으로 2030년부터 2036년까지 추가 인하를 진행해 1조 3000억 원 규모의 재정 절감을 추진한다. 모든 약가 인하가 완료되는 2036년부터는 매해 건강보험 재정 약 2조 4000억 원을 절감할 수 있게 된다.

    이번 개편의 핵심은 단순한 약가 인하가 아니라 ‘차등 구조 설계’에 있다. 일반 제약사의 제네릭 약가는 오리지널 대비 45% 수준으로 낮아지지만, 혁신형 제약기업은 4년간 49%, 새롭게 도입된 준혁신형 제약기업은 3년간 약가 47% 적용 등 우대를 받는다. 약가 인하라는 큰 틀 속에서도 연구개발(R&D) 투자 여력이 있는 기업에는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을 인정해 혁신 유인을 유지하겠다는 전략이다.

    혁신형 제약기업은 최근 3개년 평균 의약품 매출액이 1000억 원 이상인 기업의 경우 의약품 매출 대비 R&D 투자 비중 7% 이상, 1000억 원 미만인 기업은 9% 이상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정부는 업계의 부담을 고려해 3년간 유예기간을 두기로 했다. 특히 준혁신형 제약기업은 매출 1000억 원 이상 기업의 경우 의약품 매출 대비 R&D 투자 비중 5% 이상, 1000억 원 미만 기업은 7% 이상을 만족해야 한다.

    정부가 이처럼 강도 높은 개편에 나선 것은 국내 제네릭 시장의 구조적 문제 때문으로 분석된다. 국내 제네릭 약가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대비 약 2배 수준으로 평가된다. 반면 시장 구조는 복제약 중심으로 고착돼 전체 급여 의약품의 약 80%가 제네릭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약가 인하와 함께 시장 구조 자체를 바꾸는 장치도 동시에 도입했다. 대표적인 것이 ‘계단식 약가 인하’ 기준 강화다. 이는 동일 성분 제네릭이 일정 수 이상 등재될 경우 약가를 추가로 낮추는 제도로, 기존에는 20번째 제품부터 적용되던 기준을 13번째 제품부터로 앞당겼다. 또 ‘다품목 등재 관리’ 개념도 새롭게 도입된다. 동일 성분 제네릭이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신규 진입 제품에 불리한 약가 구조를 적용해 시장 진입 자체를 제한하는 효과를 노린 것이다. 시장 내 경쟁을 ‘양적 확대’에서 ‘질적 경쟁’으로 전환하겠다는 의도다.

    복지부 관계자는 “제네릭 중심의 고비용 구조를 개선하고 신약 개발을 촉진하는 동시에 약품비 증가 속도를 관리해 건강보험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겠다”면서 “산업 경쟁력과 재정 안정이라는 두 목표를 동시에 달성하는 것이 이번 개편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규제는 그대로인데…가격만 선진국 수준 강요”


    제약업계는 반발하고 있다. 정부는 건보 재정의 지속 가능성을 내세우고 있지만, 제약 업계는 고도화된 규제 환경은 방치한 채 약가만 인하하는 ‘비대칭적 규제’라며 우려를 쏟아냈다.

    특히 규제 비용과 보상 체계의 심각한 불균형에 현장의 불만이 집중되고 있다. 그간 정부는 제네릭 난립 방지를 위해 생물학적 동등성 시험 의무화를 전 성분으로 확대하고, 원료의약품(DMF) 등록 기준을 강화하는 등 인허가 문턱을 글로벌 수준으로 높여왔다. 사실상 규제 준수를 위한 기업의 비용 부담은 이미 최고치에 달했다는 불만이 들끓고 있다. 하지만 약가 산정률만 일방적으로 인하하는 것은 막대한 임상 비용을 들여 품질을 입증해도 합당한 수익성을 보장받기 어렵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질 수 있을 것으로 지적된다.

    실제로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제약·바이오 상장사 30곳 중 76%에 달하는 23개 사가 지난해 R&D 투자를 확대했다. 총 투자 규모는 전년 대비 10.2% 증가한 2조 9168억 원을 기록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셀트리온을 비롯해 종근당·보령·JW중외제약·대원제약 등 조사 대상의 76%가 넘는 기업들이 두 자릿수 이상의 투자 증가율을 기록하며 혁신 의지를 보였다. 어려운 경영 여건 속에서도 차세대 먹거리 발굴을 위한 투자 공세를 이어온 셈이다.

    이에 따라 이번 약가 개편이 이 같은 투자 기조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을 것으로 우려된다. 신약 개발의 핵심 자금줄 역할을 하는 제네릭 수익성이 악화될 경우, 중장기적인 R&D 투자 여력이 급격히 축소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복지부는 이날 약가 인하 의결과 맞물려 혁신형 제약기업의 R&D 투자 비중 기준을 기존 5%에서 7% 이상으로 상향하고, 리베이트 적발 시 즉각 인증을 취소하는 등 사후 관리를 대폭 강화하는 안을 예고했다. 강화된 혁신형 인증 기준을 맞추기 위해 투자를 늘려야 하지만, 수익원인 제네릭 약가는 오히려 깎이면서 업계의 투자 동력을 약화시킨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수익 구조가 취약한 중소 제약사를 중심으로 사업 전반에 대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이번 개편으로 약가 인하가 현실화될 경우, 마진율이 낮은 저수익 품목부터 순차적으로 생산을 중단하거나 라인업을 축소하는 등 강도 높은 품목 구조조정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한 대형 제약사 관계자는 “상당수 기업이 이미 내부 수익성 시뮬레이션에 착수한 것으로 안다”며 “규제 준수 비용은 상승하는 반면 약가 보전책은 축소되는 상황에서 사업의 지속성 자체를 고민해야 할 처지”라고 토로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조치가 국내 제약 산업의 기초 체력 약화로 이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한 업계 고위 임원은 “단기적인 재정 수치 확보에 치중하기보다 혁신 성장을 이어가려는 기업들에 실효성 있는 지원책이 병행되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지수 기자 syj@sedaily.com박시은 기자 good4u@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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