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경환 특파원의 트럼프 스톡커(Stocker)
美 ‘최후의 일격’ 준비...“석유 통제권도 선택지”
이란도 협상안에 회신하며 지상군 대대적 모집
이스라엘은 혁명군 해군 사령관 제거 ‘마이웨이’
주가 내리고 유가 뛰자...증시 마감 11분 뒤 SNS
“6일까지 공격 또 보류”...변동성 계속 커질 듯
이란에 대해 협상 회유과 군사적 압박 전술을 동시에 진행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탓에 개전 이후 4주 동안 글로벌 금융시장이 연일 춤을 추고 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중대 발언이 뉴욕 증시 개장 직전이나 마감 직후에 집중되고 있어 시장에 영향을 주기 위해 고의적으로 발언을 흘리는 게 아니냐는 의심도 확산하고 있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에 긴장도가 높아져 증시는 떨어지고 국제 유가는 오르면 협상 가능성을 제시하고, 휴전 기대가 고조돼 반대 상황이 되면 강경 발언을 내놓는 식이다. 주식시장에 개별 재료가 많지 않게 된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의 한 마디에 주가가 너무 크게 움직이자 이를 악용한 선행매매 정황도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6일(현지 시간)에도 장 마감 직후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글을 올리고 이란 발전소에 대한 공격 유예 시한을 다음달 6일 오후 8시까지로 열흘간 연장한다고 밝혔다. 결과가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전쟁을 이달 안에는 종결하지 못한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 외의 사실에 대해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언제든 입장을 바꿀 수 있다는 점에서 월가도 긴장의 끈을 놓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군 ‘최후의 일격’ 준비...트럼프 “석유 통제권 장악” 발언에 주가 하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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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국영 리아노보스티통신은 26일 아랍에미리트(UAE)에서 미군 수송기 ‘C-17A 글로브마스터Ⅲ’가 이란 지상전 준비 차원으로 보이는 기동 훈련을 한 정황을 포착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지난 24일 뉴욕타임스(NYT)가 미국 육군 제82공수사단 소속 병력 약 2000명에게 중동 전개 명령이 내려졌다고 보도한 내용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은 이들과 별도로 미군 해병원정대 2곳의 병력 약 5000명을 일본 오키나와와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중동으로 옮기고 있다.
미국 온라인매체 악시오스도 26일 미 국방부(전쟁부)가 4개의 ‘최후의 일격(final blow)’ 선택지를 마련하고 있다고 알렸다. 악시오스가 전한 4개 선택지는 ▲이란의 최대 석유 수출 터미널이 있는 하르그섬 침공·봉쇄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 강화에 필요한 라라크섬 침공 ▲호르무즈 해협으로 들어가는 서쪽 입구 아부무사섬과 주변 2개 도서 점령 ▲호르무즈 해협 동쪽에서 이란산 원유를 수출하는 선박 차단·나포 등이다. 악시오스에 따르면 미군은 이와 함께 이란 내륙 깊숙이 침투해 이란이 핵시설 안에 숨겨둔 고농축우라늄(HEU)을 확보하는 지상 작전과 보관 시설을 타격하는 공습 작전 계획도 준비했다. 악시오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들 시나리오 가운데 무엇을 택할지 결정하지 않은 상태라고 전했다. 이란과 대화가 조기에 결과를 내지 못하면 공세를 강화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토요일이었던 지난 21일 48시간 안에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풀지 않으면 이란의 발전소 등 에너지 기반시설을 공격하겠다고 경고했다. 그러더니 공격 시한이 임박한 23일 월요일에는 뉴욕 증시 개장 시간에 맞춰 트루스소셜에 “생산적인 대화를 나눴다”는 글을 갑자기 올리고, 예고했던 공격 계획을 5일간 보류했다. 증시가 하락하고 유가가 급등할 줄 알았던 일반투자자들의 예측을 완전히 흔드는 행태였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23일 트럼프 대통령이 트루스소셜에 이란과 대화한 사실을 공개하기 15분 전부터 국제 원유 선물시장에서 거래가 급증했다. FT는 블룸버그 자료를 토대로 이들 거래의 명목 가치는 약 5억 8000만 달러(약 8700억 원)에 달한다고 계산했다. 누군가가 트럼프 대통령의 발표 내용을 미리 알고 베팅한 게 아닌가 의심이 드는 대목이었다.
26일 트럼프 대통령은 한 차례 보류한 공격 시한이 하루 앞으로 다가오자 워싱턴DC 백악관에서 내각회의를 주재하며 “이란은 합의를 해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미국의 계속된 맹공에 직면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 발언에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1.01%),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1.74%), 나스닥종합지수(-2.38%) 등 뉴욕 3대 주가지수는 하락하고 5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4.61%), 5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5.80%) 가격은 급등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이란은 형편없는 전사들이지만 대단한 협상가이고 그들은 합의 마련을 갈구하고 있다”며 이란의 석유 통제권을 장악하는 방안도 선택지 가운데 하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호르무즈 해협 군함 지원에 협조하지 않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들을 향해 “아주 실망했고 우리는 절대 잊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스티브 위트코프 대통령 중동특사는 내각회의에서 미국이 이란 측에 15개 항의 종전안을 건넨 사실을 확인했다. 위트코프 특사는 이란도 타협을 원한다면서도 이란에 대해 “오판하지 말라”고 공개 경고했다.
이란도 협상안에 답하면서 지상 병력 대대적 모집...이스라엘은 혁명군 사령관 제거 ‘마이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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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어도 겉으로 양면 전술을 구사하는 것은 이란도 마찬가지다. 26일 타스님통신에 따르면 이란 정부는 15개항으로 구성된 미국의 종전안 대한 공식 답변을 전달하고 회신을 기다리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이란 측은 25일 밤 답변서를 건네고 ▲적대적 침략과 테러 행위의 즉각 중단 ▲전쟁 재발 방지를 위한 객관적 여건 조성 ▲전쟁 피해에 대한 배상 보장 ▲역내 저항 세력을 포함한 모든 전선에서 종전 이행 등을 요구 조건으로 내걸었다. 특히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주권이 자국의 합법적 권리임을 재확인했다.
이란은 그러면서도 미국의 협상 제안이 ‘3중 기만 공작’이라고 규정하며 비판 수위를 높였다. 미국이 협상을 내세워 평화를 지지하는 것처럼 위장해 세계를 속이고, 국제 유가를 낮게 유지하면서 이란 남부 지상 침공을 위한 준비 시간을 벌 속셈이라는 주장이었다.
이란 타스님통신은 같은 날 군 소식통을 인용해 “지상전을 위해 100만 명 이상을 조직했다”며 “이 밖에 최근 며칠간 바시즈 민병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정규군에 동참하겠다는 이란 청년들의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소식통은 “미국이 이란 남부 전선에서 지상전을 전개하는, 어리석은 일을 범할 수 있다는 추정이 확산함에 따라 지상군 사이에서는 우리 영토를 미국인들에게 역사적 지옥으로 만들겠다는 열의가 넘친다”고 덧붙였다.
예멘의 친(親)이란 후티 반군도 중동 전쟁 상황에 따라 이란의 편에서 군사적 대응을 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AFP통신에 따르면 후티 반군 지도자 압둘 말리크 알후티는 26일 연설에서 “예멘 인민으로서 우리는 의리에는 의리로 보답한다”며 “군사적 대응이 필요한 상황이 되면 즉각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후티 반군은 지난해 가자지구 전쟁이 발발하자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를 지원한다는 명분으로 수에즈 운하와 이어지는 홍해 입구 바브엘만데브 해협을 지나는 상선을 공격했다. 이번에도 같은 방식으로 이란을 지원한다면 호르무즈 해협과 바브엘만데브 해협이 동시에 봉쇄될 가능성이 있다.
이스라엘 역시 그들만의 길을 가고 있다. 이스라엘은 이날 이란 혁명수비대의 해군 사령관 알리레자 탕시리 제독과 해군 고위 지휘관들을 사살했다고 밝혔다. 탕사리 제독은 호르무즈해협을 건너는 선박을 차단하는 폭격 작전을 지휘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스라엘은 이란의 편에서 참전한 무장정파 헤즈볼라의 위협을 제거한다는 명분으로 이날 제162사단을 레바논 남부 지역에 추가로 투입하기도 했다. 이로써 레바논에 투입된 이스라엘군 병력은 총 5개 사단으로 늘었다. 이스라엘군은 또 정예 공수부대와 특공부대로 구성된 제98사단을 추가로 투입할 준비를 마쳤다.
유가 뛰자 증시 마감 11분 뒤 또 SNS...전쟁 책임 면피 모색하며 “6일까지 공격 보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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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장이 고조되고 주가는 떨어지는 와중에 증시가 마감할 무렵 트럼프 대통령은 또 다시 예정에 없던 일정을 공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뉴욕 증시가 마감한 지 11분이 지나자 마치 예약 전송 기능이라도 걸어 놓은 것처럼 트루스소셜에 글을 올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루스소셜에서 “이란 정부의 요청에 따라 발전소 파괴의 기간을 다음달 6일 오후 8시로 열흘간 중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가짜 뉴스 매체와 다른 이들이 잘못된 주장을 하고 있으나 현재 대화가 아주 잘 진행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정부의 요청에 따랐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미국이 합의를 먼저 구걸하지 않았음을 부각했다.
다음달 6일은 개전 6주차에 해당한다. 트럼프 행정부가 당초 거론한 전쟁 기간인 4∼6주의 끝자락이다. 만약 이때까지 전쟁을 끝내지 못하면 트럼프 대통령은 약속을 어긴 게 될 수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25일 트럼프 대통령이 참모진에게 이란 전쟁을 애초 설정한 기간에 맞춰 끝내라는 지침을 내렸다고 보도했다. 이는 전날 백악관이 트럼프 대통령의 방중과 미중 정상회담 일정을 5월 14∼15일로 다시 확정한 점과도 연관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란 전쟁에 대한 미국 내 여론이 좋지 않은 데다 국제 유가와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이 들썩이고 있어 사태가 장기화될수록 트럼프 대통령이 얻을 정치적 이익은 줄어든다.
뉴욕포스트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23일 테네시주 멤피스에서 열린 공군 주방위군 행사에서 피트 헤그세스 국방부 장관이 이란과 전쟁을 처음 주장한 인물이라고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헤그세스 장관을 가리켜 “당신이 가장 먼저 목소리를 냈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당신은 그들에게 핵무기를 쥐어줄 수는 없다면서 ‘해보자’고 말했다”고 말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의 옆자리에 앉아 있던 헤그세스 장관은 고개를 끄덕이며 희미하게 미소를 지었다.
미국 정치전문 매체 더힐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24일에도 백악관에서 열린 마크웨인 멀린 국토안보부 장관 취임식 직후 취재진에게 헤그세스 장관과 댄 케인 합동참모의장에 대해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과의 휴전 협상에) 매우 실망한 유일한 두사람”이라며 “그들은 타협에는 관심이 없었고 이 싸움에서 이기는 것에만 관심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다음달 6일이라는 시한을 줬지만, 국제 원유와 금융시장은 그때까지 연일 흔들릴 가능성이 아직 높아 보인다. 주가와 유가가 조금이라도 불안한 흐름을 보이면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뒤집는 메시지를 던질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른바 최후의 일격을 위해 협상이라는 연막 작전을 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난달 28일 개전 당시 때처럼 말이다. 이란 전쟁이 주변 중동 국가들에도 번져 확전되지 않으리라는 보장도 없다. 이미 전쟁은 트럼프 대통령의 마음대로 끝내기에는 너무 복잡한 길을 걸은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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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0조? 트럼프가 폭격 버튼을 멈추고 ‘5일’을 기다리는 진짜 이유
뉴욕=윤경환 특파원 ykh2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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