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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3.27 (금)

    “국민에게 대북 살상 작전” 휴민트 여단장이 본 ‘노상원 수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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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8월, 뉴스타파는 ‘노상원 수첩’ 전문을 입수해 공개했다.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이 12·3 내란 후 후속 처리 계획을 담은 것으로 의심되는 이 수첩은 내란이 사전에 계획된 것을 입증하기 위해 윤석열 내란 특검이 제시한 증거물이었다.

    노상원 씨는 12.3 비상계엄 이후 몇 가지 생각을 수첩에 끄적인 것뿐이었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12월 8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윤석열 전 대통령 내란 우두머리 혐의 사건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노 씨는 "(TV를 보는데) 야인시대 김두한 나오길래 '김두한 시대 주먹을 이용해서 좌파 놈들을 분쇄하는 방안이 없을까' 뭐 이렇게 제가 썼던 것이 기억이 돼서"라며 내란을 사전 계획했다는 의혹을 부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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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석열 내란 우두머리 재판에 증인으로 참석한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의 모습(2025.12.8.)


    윤석열의 12·3 내란 사건 재판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형사25부(지귀연 부장판사)는 ‘노상원 수첩’의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았다. 수첩이 발견된 곳이 노 씨 모친의 집인데다 조악하다는 이유에서였다. 1심 재판부는 “모양·형상·필기·형태·내용 등이 조악한 데다가, 보관하고 있던 장소·보관 방법 등에 비추어 보더라도 그렇게 중요한 사항이 담겨져 있던 수첩이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판단했다.

    노상원 수첩은 정말 실행 가능성이 없는 노상원 씨만의 망상을 적어놓은 문건이었을까. 뉴스타파는 노상원 수첩의 실체에 접근하기 위해 노상원 씨가 과거 사령관으로 근무했던 정보사의 전·현직 요원들을 접촉했다. 이들의 말은 법원의 판단과 달랐다. 노상원 수첩에 담긴 내용이 정보사 블랙요원들을 활용해 실제 실행할 수 있는 대량 살상 계획서라는 것이다.

    “대북 살상 작전을 국민 상대로 하려 한 것”
    박민우 예비역 준장은 2023년 11월부터 이듬해 6월까지 정보사 소속 휴민트 부대 900여단을 지휘하는 여단장이었다.

    1987년 육군사관학교를 입학한 그는 1991년 정보병과 소위로 임관한 뒤 1996년 HID 팀장을 시작으로 30년 가량 정보사에서 인간정보 특기 장교로 복무했다. 2015년부터 2016년까지 약 1년 간 노상원 당시 정보사령관과 함께 근무한 인연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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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민우 전 국군정보사령부 여단장


    박민우 전 여단장은 노상원 수첩에 담긴 내용 대부분이 휴민트 부대의 공작 계획이라고 말한다. 박 전 여단장은 “(노상원 수첩의) 한 10% 20%는 계엄 시 움직이는 정규군 움직임이다. 나머지는 다 우리 쪽 용어, 우리 쪽 작전. 정보사 휴민트(HUMINT·인간정보)와 관련된 내용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수첩의 내용을 한 문장으로 정리했다고 했다. “정권 유지 및 연장을 위해 좌파와 반정부 세력을 척결, 제거하기 위한 휴민트 복안”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당초 북한을 대상으로 한 휴민트 부대의 각종 살상 계획을 대상만 북한이 아닌 우리 국민으로 바꿔놓은 내용이 담겨 있다고 말했다.

    대북 휴민트 계획을 남한 계엄에 적용한 거다. 이건 정보사 휴민트만 할 수 있다. 우리는 북한의 주요 인물, 주요 시설, 북한 당·정·군, 또 주요 군사시설 핵 미사일 시설을 대상으로 임무를 한다. 여기서 ‘북한의 주요 인물 및 시설’을 대상으로 하는 휴민트의 북한 임무를 ‘우리나라’로 지역만 바꾸면 그대로 맞다. ‘좌파’, ‘반정부 세력’을 북한의 주요 인물로 볼 수 있는 거다. (노상원이 수첩에) 제목 위주로 써놨다. 정보사는 그런 임무에 숙달돼 있기 때문에 세부 계획은 금방 만든다.
    - 박민우 전 정보사 여단장


    취재진은 앞서 보도한 노상원 수첩 전문을 박민우 전 여단장에게 보여주고, 수첩에 담긴 의미가 무엇인지 물었다. 박 전 여단장 외에도 정보사 블랙요원 출신 현역군인 A씨와 전직 정보사 블랙요원 B씨를 통해 수첩 내용을 중복 확인했다.

    “정보사 활용해 ‘인간 수거’ 계획”
    뉴스타파가 접촉한 전현직 정보사 블랙요원들은 "노상원 수첩 속 작전을 간단히 말하면, 계엄 상황에서 정치인과 시민사회 인사 등 이른바 ‘좌파’로 분류한 인사들을 ‘수거’한 뒤 ‘수집소’에 격리하고, 섬으로 이동하는 배에서 사고로 위장해 ‘제거’하는 구상"이라고 말했다. 노상원 수첩에는 이 작전이 ‘행사’라고 적혀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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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상원 수첩에는 민간인을 '수거 → 수집소 → 제거'하는 구체적인 계획이 담겨 있다.


    노상원 수첩 곳곳에는 ‘수거’ 명단이 등장한다. 명단에 있는 인사들을 10여 차례로 나눠 잡아들인다는 뜻이다. 전직 정보사 블랙요원 B씨는 “이 ‘수거’라는 단어는 다 잡아들인다는 소리다. 좌파 세력은 전부 잡아들인다는 말이다”고 말했다.

    수첩 속 A급 수거 대상은 국회의원 30여 명, 언론인 100여 명, 민주노총, 전교조, 민변, 판사 등 500여 명이다. B급부터 D급은 1만 명에 육박한다. A급이 포함된 1·2차 수거는 방첩사가, 3차부터 10차 수거는 경찰이 담당한다.

    여기서 ‘매복점령’이라는 말이 등장한다. 사복으로 위장한 요원들이 방첩사와 경찰의 수거 임무를 지원한다는 뜻이라고 한다.

    박 전 여단장은 “매복점령은 납치 호송을 위한 거다. 국회에 아무도 모르게 쥐도 새도 모르게 숨어있다가 이재명(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 나타나면 (잡고) 우원식(국회의장) 나타나면 (잡는 것). 이건 휴민트 특기다”고 말했다.

    1차 수거에서 잡아들인 A급 인원은 구치소로 보내 분산 수용하고, B부터 D급 인원은 ‘수집소’로 격리시킨다. 노상원 수첩 13, 67페이지에 등장하는 수집소에는 화천군 오음리, 인제군 현리 등 강원 북부 지역과 울릉도, 마라도 등 도서 지역의 명칭이 적혀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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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천군 오음리, 현리, 인제, 울릉도, 마라도에 B~D급 수거 인원을 수집하는 '수집소'를 마련하려 한 정황.


    이 지역들은 정보사의 과거 안가가 있었던 곳이다. 정보사 요원들이 잘 아는 지역에 수집소를 마련하려 한 정황이다. 박 전 여단장은 “옛날에 이쪽에 HID가 (주둔해) 있었다. HID가 전선 부대에서 숙식을 하고 훈련을 하고 그런 거 하던 건물이다”고 말했다. 전 정보사 요원 A씨도 “노상원 씨가 거기서 연대장을 했다. 그쪽 지형에 대해서 잘 알고 확실한 인적 네트워크들도 있다”고 말했다.

    수집소와 구치소에 모은 수거대상, 즉 A부터 D급 인원들은 어떻게 되는 걸까. 노상원 수첩을 본 정보사 전현직 관계자들은 실미도, 연평도, 제주도 등 섬으로 가는 길 수집소에 모은 인원들을 대량 살상하는 계획이 담겨 있다고 공통적으로 말했다.

    노상원 수첩 32페이지부터는 ‘수거 처리 방안’이 적혀 있다. 수거인원을 인천항에서 실미도로 이동시킨다. 여기서 집행 인원들만 내린 뒤 다시 배를 연평도로 보낸다. 그러고선 그 배를 ‘폭파’시킨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전 정보사 요원 B씨는 “실미도에 집행요원들은 다 내리고, 그럼 이제 배 타고 연평도 쪽으로 이동을 한다. (배에) 시한폭탄을 설치해놨기 때문에 5분 후에 터진다 하면 5분 후에 자동적으로 터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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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상원 수첩에는 수거한 인원(A~D급)을 처리하는 '수거 처리 방안'이 구체적으로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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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천항→실미도→연평도로 향하는 배에 수거인원을 태워 해상에서 폭침시키는 대량 살상을 계획했다


    실미도에서 집행 인원은 하차시키고 연평도로 수거 인원을 배에 태워 보낸 뒤 지정된 시간이 지난 후 폭탄이 터지게 하는 ‘시한장입(또는 시간장입)’ 방식으로 폭탄을 터뜨리는 방안을 모색한 것으로 보인다. 박 전 여단장은 이를 “시간장입”이라고 말했다. 시간장입으로 터뜨리는 이유에 대해 “우리가 설치하고 나가야 되니까 나갈 시간을 벌기 위해서 시간장입을 한다는 거다”고 설명했다.

    폭발 후 잔해조차 남기지 않기 위한 조치까지 계획한 걸로 보이는 대목도 있다(노상원 수첩 58페이지). 수첩에는 “시간을 동시에 맞추어야 증거물이 잔해로 남지않게”라고 쓰여있는데, 이에 대해 박 전 여단장은 “한 발 떨어지고 한 발 떨어지면 그렇게 한꺼번에 몰살이 안 된다. 이걸 또 TOT(동시 폭발)로 해서 한 방에 배를 날려버려야 된다. 잔해로 남지 않을 정도로 잔해가 가루가 될 정도로”라고 말했다.

    북한을 이용해 수거한 인원을 처리하는 방법을 고려한 흔적도 보인다. 노상원 수첩 51페이지에는 “北(북)의 침투로 인한 일제 정리 방법”이라며 “北과 접촉 방법”, “무엇을 내어줄 것인가”라고 쓰여 있다. 이에 대해 박 전 여단장은 “(북측에) 사전에 ‘여기 좌파들 올려 보낼 테니까 그쪽에서 좀 알아서 해 주세요. 원하는 거 다 드릴게요’ 뭐 그런 얘기하는 거다. 그리고 북한은 단위 부대식으로 상부 모르게 (용역을 줘서) 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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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군을 이용한 수거 인원 처리 방법도 등장한다.


    노상원 수첩 50페이지를 보면, 우리 요원이 직접 임무를 수행하는 대신 제3국에게 용역을 맡기는 방안도 고려했던 것으로 보인다. 박 전 여단장은 “우리가 북한 임무를 하거나 중국 임무를 할 때는 다 현지 용역업체를 우리가 고용하거나 또 자금을 주거나 또 그쪽에서 원하는 조건을 제시하면 거기에 맞춰서 용역업체를 활용한다”고 말했다. 용역업체를 활용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내부(국내)에서 하면 안 되고 외부 침투를 가장해서 사고가 난 것처럼 해야 되기 때문에 용역 업체를 활용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직 정보사 요원 B씨 역시 “선수 뽑기가 너무 어렵고 복잡하니까 전문 프로가 필요해서 외국 중국 용역업체. 중국에 이런 깡패 업체들을 쓴다. 들은 얘기로는 노상원이 (정보사 시절) 중국 조직폭력배에 돈을 엄청 많이 쓴 것으로 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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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출처를 숨기기 위해 제3국의 '전문 프로(용역 업체)'를 활용하는 방안도 담겼다.


    노상원 수첩 56페이지에는 '토사구팽'이라는 말이 등장한다. 전현직 정보사 요원들은 이 말이 작전을 수행한 요원을 몰살시키려 한 계획이라고 해석했다.

    박 전 여단장은 “토사구팽은 폭탄 조끼 같은 것”이라고 말했다. 박 전 여단장은 과거에도 실제 노상원 씨로부터 북한에 침투했다가 돌아오는 HID요원들의 조끼에 폭탄을 심으라는 지시를 받은 적이 있다고 했다. 당시 노상원 정보사령관은 박민우 당시 부대장에게 “심어서 임무 끝나고 들어오기 전에 다 제거해라”고 말했다고 한다.

    박민우 전 여단장은 노상원 수첩은 결국 노상원 씨가 대북 작전에 쓰여야 할 정보사를 계엄에 동원하려 한 강력한 정황이라고 강조했다.

    모든 군 부대는 작전 계획이 다 있어요. 정보사는 대북 평시 임무가 있다. 그런데 모든 군 조직은 평시에 계엄 임무가 다 있다. 그래서 어떤 부대를 동원이 가능하다. 그런데 정보사는 계엄 임무가 없다. 그래서 계엄에 관련될 수도 없고 관련돼서도 안 된다. 우리는 유사시에 북한 임무를 해야 되니까 계엄 임무가 없는 거예요. 계엄 임무가 있으면 북한 임무를 못 하잖나.
    - 박민우 전 정보사 여단장


    그는 12·3 내란 사태에서 노상원이 정보사를 이용하려 한 의혹을 철저히 파헤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전 여단장은 “노상원 수첩은 계엄과 관련된 유일한 기록이다. 거기에 어떻게든 수사팀을 집중해서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서라도 그것을 규명해야 한다. 그런데 (법원에서) 증거도 채택도 안 되고 수사도 제대로 안 되고 하면 본말이 전도되는 것이다. (12·3 비상계엄) 기획이 담긴 수첩일 가능성이 있다면 최우선으로 수첩 먼저 규명하는 게 순서다. 다 하고 나중에 끼워 맞추기 식으로 하면 무슨 의미가 있겠나”고 말했다.

    촬영 : 김동진, 김희주
    편집 : 윤석민
    C.G. : 정동우
    디자인 : 이도현
    출판 : 임승은

    뉴스타파 박종화 bell@newstap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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