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이'·'레모니 레드' 등 신작 통해 색과 신체, 공기의 감각 탐색
'이소바스 인 다운'…리안갤러리 서울서 4월 30일까지
김춘미 개인전 '이소바스 인 다운' 전시전경 |
(서울=연합뉴스) 박의래 기자 = 유화 하면 보통 두껍고 질감이 강한 물성이 떠오른다.
하지만 작가 김춘미(43)의 추상 회화는 기존 유화의 특징과 다른 결을 보여준다. 그의 회화에서 가장 큰 특징은 '투명함'이다. 얇게 스며든 색층과 빠르게 지나간 붓질은 화면 위에 투명하게 겹치며, 물감의 흔적과 신체의 제스처를 고스란히 드러낸다.
그의 회화는 완결된 이미지라기보다 공기와 빛, 시간의 흐름이 머무는 하나의 '상태'처럼 펼쳐진다.
리안갤러리 서울에서 열리고 있는 김춘미 개인전 '이소바스 인 다운'(Isobars in Down)은 이러한 작가의 최근 작업을 집중적으로 조망하는 자리다.
'이소바스'는 일기예보에 쓰이는 등압선을, '다운'은 겨울 패딩을 뜻한다. 지난 겨울 추운 작업실에서 작업하던 작가는 신체가 공기의 흐름 속에 놓인 듯한 감각을 느꼈고, 이를 화면에 색과 선으로 풀어냈다.
김춘미 작 '시-이' |
'시-이'는 '그리기'와 '쓰기'의 경계를 탐구하는 작업이다.
푸른색의 거친 붓질 위에 붉은색으로 쓰인 '시', '이'는 문자로 식별되지만, 특정한 의미를 전달하지는 않고, 신체의 움직임이 남긴 흔적으로 읽힌다.
어린 시절 서예를 배운 작가는 붓을 들며 글을 써야 한다는 감각을 떠올렸고, 이를 화면 위에 옮겼다.
김춘미 작 '저기압' |
'저기압'(Low Pressure)은 전시 제목과도 직접 연결되는 작품이다.
작가의 신체가 공기와 대기의 흐름 속에서 하나의 무대처럼 작동하는 장면을 보여준다. 차갑고 옅은 공기층 위로 두 개의 붉은 얼룩이 떠오르며 긴장감을 형성한다.
'레모니 레드'(Lemony Red)는 색채의 부재와 존재를 동시에 환기하는 작업이다.
화면에는 강렬한 붉은색과 녹색, 청색만 존재한다. 제목이 암시하는 '레몬빛'은 보이지 않지만 어딘가에 자리하는 것 같아 부재한 색이 오히려 강한 존재감을 형성한다.
김춘미 작 '레모니 레드' |
이번 작업에 대해 유진상 계원예술대 교수는 "의미를 드러내기보다 의미가 발생하는 조건을 포착한 그림들"이라며 "무심함, 서투름, 해독 불가능한 잔해의 장면들로 완결되지 않은 상태 속에서 낯선 감각과 사건이 발생하는 지점을 보여준다"고 해석했다.
작가는 홍익대 회화과를 졸업하고 한국예술종합학교와 골드스미스대에서 석사 과정을 마쳤다. 현재 런던을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뉴욕 폴 소토 갤러리, 런던 지니 온 프레데릭 등에서 개인전을 열었다.
전시는 4월 30일까지.
김춘미 개인전 '이소바스 인 다운' 전시전경 |
laecor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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