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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3.27 (금)

    유관순 이어 안중근 ‘방귀 열차’까지⋯처벌 못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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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요시사

    지난 26일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가 공유한 안중근 의사 관련 생성형 AI 영상 캡처본 ⓒ서경덕 교수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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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요시사 취재2팀] 김준혁 기자 = 유관순 열사에 이어 안중근 의사를 생성형 AI로 희화화한 영상이 SNS 등에서 확산되며 공분을 사고 있다.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27일 페이스북에 “안중근 순국일(지난 26일)을 맞아 누리꾼들이 제보해 줬다”며 “틱톡에 생성형 AI로 제작된 안중근 방귀 영상이 5개나 올라왔고 누적 조회수는 약 13만회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틱톡의 한 계정에선 지난 15일부터 21일까지 안중근 의사 관련 영상이 총 5편 업로드됐다. 제작엔 오픈AI의 영상 생성 모델 ‘소라(SORA)’가 사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영상에선 안중근 의사 얼굴을 전면에 붙인 기차가 방귀를 뿜으며 출발하는 과정에서 탑승객들이 코를 막다가 쓰러지는 장면이 담겼다. 또 다른 영상에선 의사의 얼굴을 한 풍선이 하늘 위로 올라가다가 터지는 모습도 연출됐다.

    계정주는 직전 유관순 열사 방귀 로켓 영상 제작자와 동일 인물로 추정된다. 그의 프로필 메시지엔 “뉴스에 또 제보하라”는 취지의 글이 적혀있다.

    해당 영상은 온라인 커뮤니티 등으로도 확산됐다. 누리꾼들은 “순국 선열에 대한 모욕이다” “대체 저런 영상의 웃음 포인트가 어딘지 모르겠다” “대한민국 국민 맞나?” “제작자 부모에게 알려야 한다” “빨리 관련 법을 만들어서 처벌하라” 등 제작자를 맹비난했다.

    서 교수는 “틱톡에서 유관순, 윤봉길, 김구 등 사진으로 제작한 악성 콘텐츠도 다수 찾아볼 수 있었다”면서도 “이에 대한 실질적인 처벌은 어려운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현재로선 악성 콘텐츠를 발견하게 되면 누리꾼들의 적극적인 신고로 영상 노출이 될 수 없도록 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며 “틱톡 측도 이런 일이 다시는 재발하지 않도록 모니터링을 강화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법조계에선 해당 영상의 제작·유포 행위가 도덕적으로는 비판받을 소지가 크지만, 현행법상 형사처벌로 이어지긴 어렵지 않겠느냐는 해석이 나온다. 형법 제311조 모욕죄는 살아있는 사람을 전제로 한 규정이고, 서거한 독립운동가에 대해선 사자 명예훼손죄 적용 가능성을 검토해볼 수 있으나 성립 범위가 제한적이다.

    형법 제308조에 따르면 공연히 허위 사실을 적시해 사자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대법원 역시 사자 명예훼손죄에 대해 “허위 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과 같은 법리를 적용해야 한다”고 판단해 왔다.

    결국 단순히 고인을 희화화하거나 조롱하는 수준만으론 부족하고, 표현된 구체적 사실에 대한 허위성이 인정돼야 처벌 가능성을 따질 수 있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일각에선 생성형 AI 기술 확산 속도에 맞춰, 공개된 사진·음성 등을 활용한 악성 콘텐츠 제작과 유포에 관한 규율 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지 않겠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일명 ‘AI 기본법’으로 불리는 ‘인공지능 발전과 신뢰 기반 조성 등에 관한 기본법’이 지난 1월22일부터 시행되긴 했지만, 이는 딥페이크(AI를 활용해 실제와 구분하기 어렵게 만든 가짜 음성·사진·영상물) 등에 대한 표시 의무를 둔 수준으로 악성 콘텐츠 제작·유포 행위를 직접 처벌하는 법은 아니다.

    관련 처벌안도 국회에서 제기된 바 있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고동진 국민의힘 의원 등 12인은 앞서 지난 2024년 9월, 당사자 의사에 반한 딥페이크의 제작·유포·소지 등에 대해 처벌 조항을 신설하자는 취지의 형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같은 해 더불어민주당에서도 김현정 의원 등 11인이 온라인상 비난·비하성 허위 콘텐츠 게시와 이른바 ‘사이버 불링’ 등을 형사처벌 체계에 명시하자는 안을 냈다.

    다만 이들 개정안은 모두 국회에 계류 중이다. 또 이번 사안처럼 순국선열을 희화화한 AI 합성물을 겨냥한 조항으로 보긴 어렵다는 점에서, 여전히 입법 공백이 남아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편, 안중근 의사의 유해는 지금까지도 찾지 못한 상태다. 그는 생전 중국 뤼순 감옥에서 “우리 국권이 회복되거든 고국으로 옮겨달라”는 유언을 남겼으나 정확한 매장 위치는 확인되지 않고, 서울 용산구 효창공원엔 유해를 모시지 못한 채 가묘만 마련돼있다.

    이규수 전 히토쓰바시대 교수는 안중근 의사 서거 116주기를 하루 앞둔 지난 25일, 1910년 9월10일자 <오사카마이니치신문>(현 <마이니치신문>) 기사를 처음 공개하며 묘소 위치를 추정할 단서를 제시했다. 해당 기사에선 뤼순 감옥에서 약 1km 떨어진 지점에 묻혔다는 내용이 실렸다.

    이 전 교수는 “매장지의 구체적인 거리 정보와 위치 특정에 도움이 될 일본인 사형수의 실명이 포함돼있어 유해 발굴 작업에 중요한 전기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kj4579@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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