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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4 (금)

[Why] 셀프 인테리어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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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감날 문득]

식탁등을 바꿔 달기로 했다. 식탁 위 천장에 작은 붙박이 LED등이 있었는데 그걸 떼고 펜던트등이라고 부르는 조명을 달기로 한 것이다. 가장 쉬운 방법은 인테리어 업자를 불러 저 등을 이 등으로 바꿔 달라고 말하는 것이었다. 그 견적을 알아보니 수십만원이 나왔다. 등을 교체하는 작업 자체는 별것 아니지만 가벼운 LED등 대신 무거운 펜던트 램프를 달려면 추가 공사가 필요하고 또 천장 도배도 다시 해야 한다는 이유였다. "네, 그럼 해주세요"라고 말하기에는 지갑도 가벼웠지만 자존심이 울컥했다. 그 정도 못 하랴. 어렸을 때 아버지 따라 가구를 해체했고 그 가구 목재로 전혀 다른 물건을 만들기도 했다. 여름엔 농약 쳤고 가을이면 낙엽을 쓸었고 사시사철 개똥을 치웠다(물론 램프 다는 일은 낙엽이나 개똥 치우는 일보다 훨씬 어려웠다).

인터넷을 뒤져보니 '두꺼비집에서 전등 스위치를 내린 뒤 램프를 바꿔 다세요, 아주 쉬워요'라는 글이 대부분이었다. 어느 토요일 아침에 일을 시작했다. 점심 때쯤 아내가 집을 나갔다. 내가 집에 불을 지르거나 옆에 있는 사람을 무차별 폭행할 것 같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엉망이 된 천장을 보며 인터넷을 다시 뒤졌다. 석고보드와 석고보드 전용 톱, 조인트 테이프와 목공 본드, 석고보드용 앵커, 작업용 고글, 작업용 마스크, 마스킹 테이프, 핸디 코트, 샌딩 스펀지, 스패출러, 각목 등등을 구입했다. 다행히도 전동 드릴은 집에 있었다. 사무실이 없을 뿐 인테리어 창업 수준이었다.

다음 토요일 아침 다시 작업을 시작했다. 일찌감치 다들 나가 있으라고 했다. 식탁에 상처가 나지 않도록 골판지로 보양 작업을 한 뒤 마스크와 고글을 쓰고 작업을 시작했다. 천장 석고보드를 조금 잘라낸다는 게 거실 천장 절반을 뜯을 기세가 됐다.

이윽고 일이 끝났을 때 온몸에 석고보드 먼지를 허옇게 뒤집어썼고 서쪽 창문으로 해가 넘어가고 있었다. 모든 것을 정돈하고 청소까지 마친 뒤 제대로 한 것인가 싶어 다시 인터넷을 뒤졌다. 어떤 현자(賢者)의 충고가 눈에 꽂혔다. "그나마 벽 공사는 쉬운 편이에요. 천장 공사는 그냥 업자한테 맡기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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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현우·주말뉴스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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