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6.02 (일)

이슈 불법촬영 등 젠더 폭력

올 여름철도 ‘몰카’ 조심…전신 촬영한 몰카범 무죄인 현실은 여전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세계일보

연일 이어지는 폭염으로 옷차림이 가벼워지면서 ‘몰카(몰래카메라)’ 범죄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경찰도 여름철마다 대형 물놀이 시설이나 해수욕장 등에서 활개치는 ‘몰카범’을 잡기 위해 최첨단 장비를 동원해 ‘변태’ 색출에 나서고 있다.

21일 경찰청에 따르면, 몰카 범죄는 2011년 1523건에서 매년 증가해 2015년에는 7623건으로 6배가 늘어났다. 지난해에는 5185건으로 다소 감소했지만, 카메라의 소형화와 기능발달로 몰카범죄에 대한 우려는 상존하고, 특히 여름철에 몰카범죄가 집중되는 경향을 보이면서 이에 대한 걱정도 여전하다.

경찰은 이달 전국 지방경찰청에 전파 탐지기 16대와 렌즈 탐지기 70대를 지급하며 몰카범죄 차단에 대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전파 탐지기는 휴대전화는 물론 시계와 라이터 등으로 위장한 몰카의 전파를 찾으면 작은 소리와 함께 강한 진동을 통해 경찰관에게 이를 알릴 수 있는 기능을 가지고 있다. 렌즈 탐지기는 적외선으로 몰카 렌즈에서 반사하는 빛을 포착할 수 있어 몰카의 전원이 꺼져 있어도 렌즈가 외부로 노출돼 있으면 탐지가 가능한 첨단 장비다.

세계일보

경찰은 또한 ‘몰카범’을 신고하는 경우 신고보상금을 주는 제도도 운영중이다. 경찰청 범죄신고자 등 보호 및 보상에 관한 규칙에 따르면, 2년 전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워터파크’ 몰카 사건과 같이 조직적이고 반복적인 사건의 경우에는 2000만원 이하, 영리목적의 몰카 사건에 대해서는 1000만원 이하, 기타 일반 몰카 사건은 100만원 이하의 신고보상금을 지급한다. 112‧사이버경찰청 외에도 ‘경찰청 신고 앱(목격자를 찾습니다)’의 몰카 신고 접수코너를 통해서도 신고가 가능하다.

정부도 몰카범에 대한 경각심에서 지난 18일 국무회의에서 화학적 거세 대상에 몰카범을 추가하는 법률 일부 개정안을 의결하기도 했다. 화학적 거세란, 성 충동을 억제하도록 주기적으로 주사를 놓거나 약을 투여해 남성 호르몬 생성을 억제하고 성욕을 감퇴시키는 것이다. 개정안은 국회의 심의와 의결 등을 통과하면 확정·공포된다. 몰카범 모두가 대상은 아니고, 성도착증 환자이고 재범의 위험성이 있다고 법원 또는 법무부가 결정하면 최장 15년 동안 약물치료를 받게 된다.

하지만 이보다 시급히 몰카범죄의 처벌 범위와 관련한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은 계속되고 있다. 현행 법률 상 타인의 신체를 동의 없이 촬영한 모든 행위가 규율대상은 아니다. 몰래 촬영당한 피해자가 있더라도 성적 수치심을 유발하는 타인의 특정신체 부위를 찍지 않고, 옷을 입은 몸 전체를 찍을 경우엔 처벌이 불가하다. 타인의 신체를 동의 없이 촬영한 행위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4조의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타인의 신체” 또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서 규정하고 있는 “음란한 화상·영상”에 해당될 경우만 처벌할 수 있다고 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1월 아파트 엘리베이터 안에서 몰래 여성의 상반신을 찍어 기소된 남성에 대해 대법원은 유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무죄 취지로 사건을 고등법원에 돌려보낸 바 있다. 대법원은 사진 속 여성의 모습이 얼굴과 손 외에는 신체 노출이 없다는 점을 들어 “피해자와 같은 연령대의 일반적인 여성의 관점에서 해당 사진이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신체’에 해당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국회입법조사처의 법제사법팀 박혜림 입법조사관은 이에 대해 “이는 성적 자기결정권이라는 보호법익 침해에 이르지 않고 촬영당하지 않을 자유만을 침해할 경우에 형사적 제재가 이뤄지지 않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조사관은 “성적 자기결정권과 별개로 본인의 의사에 반해 촬영당하지 않고 프라이버시를 지킬 이익을 형사상의 보호법익으로 검토할 수 있다고 본다”며 “현행 성폭력처벌법 제14조 적용에 있어서도 특정 신체 부위 여부 외에도 촬영각도나 촬영 의도 등 당시 정황을 고려해 처벌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선영 기자 007@segye.com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 Segye.com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