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회는 리비아로 해군함 파견 승인…지난달 유입 난민 수 급감
이탈리아 해안경비대는 2일 독일의 난민구조 비정부기구(NGO)인 유겐트 레테트가 운영하는 선박을 지중해에서 제지, 이탈리아 남단 람페두사 섬으로 호송해 승조원들을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탈리아 언론은 이 단체 소속의 선박 이우벤타가 사실상 몰수됐다며 이번 조치를 이탈리아 정부가 지중해에서 활동하는 NGO 단체들의 적극적인 난민 구조 활동을 막기 위해 제정한 '행동 규약'의 본격적 집행을 알리는 신호탄이라고 보도하고 있다.
람페두사항에서 몰수된 독일 NGO 선박 [EPA=연합뉴스] |
이탈리아 정부와 유럽 국경 보안 기구인 프론텍스는 지중해에서 난민 구조 활동을 벌이는 NGO 선박들이 더 많은 목숨을 구할 목적으로 리비아 해역에 너무 바짝 다가가 구조활동을 벌임으로써 유럽으로 향하는 난민들의 출발을 부추기는 역할을 하며, 결과적으로 난민 밀입국 조직의 이득에 기여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이탈리아에서는 이와 관련, 일부 NGO 단체의 경우 난민 밀입국 조직으로부터 재정 지원을 받는 등 '짬짜미' 의혹이 있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일기도 했다.
유겐트 레테트는 경찰이 구조선에 동승하고, 구조한 난민들을 다른 배에 옮겨 태우는 행위 등을 금지한 조항에 반발하며 행동 규약에 서명하지 않은 NGO 중 하나다.
이탈리아 정부는 행동 규약을 수용하지 않는 단체의 선박은 이탈리아 항구로의 입항이 거부될 수 있다고 경고했으나, 9개의 난민구조 NGO 가운데 국경없는의사회(MSF) 등 6개 단체는 이 규약에 서명을 거부했다.
유겐트 레테트는 이탈리아 언론의 보도 직후 트위터에 글을 올려 "이우벤타는 몰수당한 게 아니며, 승조원들도 체포되지 않았다"며 "이번 조치는 통상적인 절차로, 우리는 (이탈리아 당국으로부터)추가 정보를 기다리고 있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이탈리아 경찰은 이후 이 선박이 불법 이민을 방조한 혐의로 몰수된 게 사실이라고 확인했다.
경찰은 성명에서 "유겐트 레테트가 운영하는 이우벤타 선박이 시칠리아 섬 트라파니 검찰의 명령으로 람페두사 섬에서 압수 조치됐다"고 설명했다.
2014년 이래 현재까지 지중해를 건너 60만 명의 아프리카, 중동 난민이 쏟아져 들어온 이탈리아는 난민 행렬이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으며 사회적, 정치적인 부담이 가중되자 올해 들어 리비아 해안경비대의 인력을 훈련시키고, 장비를 제공하는 등 난민 유입 차단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내년 초 총선을 앞두고 있는 터라 난민의 끝없는 유입은 정부와 집권 민주당에게도 막대한 정치적인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아프리카와 중동 난민들이 집결해 이탈리아행 배를 타는 난민들의 최대 출발지인 리비아 당국이 직접 난민들을 차단하게끔 하는 방법이 효과를 거둔 덕분인지 지난 달 이탈리아에 도착한 난민 수는 전년 같은 달의 절반에도 못미치는 1만1천193명에 그친 것으로 집계됐다고 이탈리아 정부는 이날 밝혔다.
지중해에서 구조를 기다리는 난민선 [AP=연합뉴스] |
이에 따라 올해 들어 이날까지 이탈리아에 입국한 난민 수는 총 9만5천215명으로 작년 같은 기간의 9만7천892명에 비해 2.7%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당국은 덧붙였다. 올 들어 줄곧 증가 곡선을 그리던 난민 수가 전년비 줄어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런 가운데, 이탈리아 상원과 하원은 이날 난민 저지 활동을 펼치는 리비아 해안경비대를 지원하기 위해 리비아 해역에 이탈리아 해군 함정을 파견하는 내용을 담은 정부 결의안을 표결에 부쳐 통과시켰다.
파올로 젠틸로니 내각은 지난 주 "리비아가 난민 밀입국 조직 등 인신매매 조직 퇴치를 위해 우리 해군 함정을 자국에 파견해달라고 요청해왔다"고 말하며 리비아에 해군 함정을 파견하는 결의안을 승인한 바 있다.
이탈리아는 리비아 수역에 이탈리아 병참 지원함과 순찰함 등 해군 함정을 보내 리비아 해안경비대의 불법 난민 저지 활동을 지원함으로써 유럽행 난민이 획기적으로 줄어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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