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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다. 아무리 좋은 약도 제대로 먹지 않으면 무용지물. 오히려 병을 키우거나 합병증을 부른다. 전문가들은 정확한 진단과 적절한 처방 외에 치료 결과를 결정짓는 요소로 ‘복약순응도’를 꼽는다. 복약순응도는 환자가 의사의 처방에 맞춰 약물을 복용하는 정도를 말한다. 자신의병을 치료하기 위한 것인데 얼마나 제대로 못 먹겠나 싶지만 복약순응도를 떨어뜨리는 행위는 부지불식간에 이뤄진다. 그리고 이로 인해 초래되는 결과는 생각보다 심각하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003년 복약순응도를 ‘환자가 동의한 의사의 제안과 환자의 행동이 일치하는 정도’로 정의했다. 얼마나 정해진 대로 약을 먹는지를 뜻한다.복약순응도를 떨어뜨리는 행위는 다양하다. 약을 아예 먹지 않거나 거르는 것만이아니다. 복용을 중단하거나 증상이 심하다고 약을 더 먹고, 처방약 외에 다른 약을함께 복용하는 것도 해당한다.
중증질환일수록 문제는 심각하다. 권모(56)씨는 만성골수성백혈병 진단을 받은 뒤 의사가 처방한 표적항암제를 하루네 알씩 8개월 동안 꾸준히 먹었다. 권씨의상태는 좋아졌고 담당의사는 치료 결과가아주 좋다고 했다. 그러자 권씨는 나았다고 생각해 복용량을 두 알로 줄였다. 5개월이 지나자 내성이 생겨 약이 더 이상 듣지 않았다.
안모(62)씨는 12년 전 동네 병원에서 당뇨병 진단을 받고 당뇨약을 처방받아 먹었지만 3~4개월 후부터 약을 거르기 시작했다. 몸은 점점 무거워졌고 공복 혈당이340㎎/dL(100㎎/dL 이하가 정상)까지 치솟았다. 안씨는 당뇨로 인해 양쪽 위아래어금니가 모두 빠지고 일상생활을 제대로할 수 없게 됐다.
당뇨·고혈압 환자 복약순응도 낮아
낮은 복약순응도로 인한 문제는 단순하지않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낮은 복약순응도로 인해 사망하는 사람이매년 약 12만5000명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교통사고 사망자의 두 배에 달하는 수치다. 게다가 입원 환자의 약 11%는낮은 복약순응도를 원인으로 보고 있다.
복약순응도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크다. 서울대 보건대학원 연구진은 2003년부터 2011년 사이 당뇨병(2형) 진단을 받고 약을 먹기 시작한 환자 1만3848명을 대상으로 복약순응도를 조사했다. 그 결과약을 제대로 먹는 환자는 40.4%에 불과했다. 그리고 복약순응도는 처음 처방 후 6개월, 12개월이 지나면서 급격히 감소했다. 이에 따른 합병증 발생 위험은 약을 제대로 먹을 때보다 30.5% 높았고, 당뇨병이나 합병증으로 인한 입원 위험은 32.3% 높았다. 당뇨병이나 합병증으로 인해 사망할위험은 2.2배에 달했다. 다른 연구에서는고혈압이 조절되지 않는 환자의 60% 이상이 낮은 복약순응도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혈압 조절에 실패하면 허혈성 심장질환 위험이 3~4배, 뇌졸중 위험은 8배 높아진다. 단국대병원 가정의학과 정유석 교수는 “매일 먹어야 되는 약은 약의 효과가하루 동안 유지되기 때문”이라며 “바쁘거나 몸이 좋아졌다고 약을 제대로 안 챙겨먹으면 질병이 재발하고 합병증이 생기기때문에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알람·앱 활용해 약 복용시간 맞추길
핑계 없는 무덤은 없듯 복약순응도가 낮아지는 데도 이유와 사연은 있다. 크게 다섯가지로 분류된다. 첫째는 단순히 약 먹는걸 잊어버리거나 바쁘다는 핑계다. 보통 만성질환처럼 증상이 없는 질환일수록 흔하다. 둘째는 방심이다. 통증이나 증상이 있을 땐 꼬박꼬박 챙겨 먹지만 증상이 사라지는 시점부터 복약순응도는 떨어진다. 셋째는 부작용이다. 일부 약의 경우 피로감·무력감·구역감 등 부담스러운 부작용이 있는데, 이는 약에 대한 거부감으로 이어진다.넷째는 약 개수가 많거나 복잡해서다. 특히노인 환자의 경우 앓고 있는 질환이 많아먹는 약이 많고 저마다 복용시간이 제각각이다. 제때 챙겨 먹기 쉽지 않다. 마지막 원인은 약 자체에 대한 반감이다.
복약순응도를 높이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강북삼성병원 순환기내과 김병진 교수는 “복약순응도는 80% 이상은 좋다고하고, 40% 이하는 안 좋다고 본다”며 “고혈압 환자의 경우 1년이 지나면 복약순응도가 평균 50%에 그친다”고 말했다.
뾰족한 방법은 없지만 알람을 맞춰 두는것이 도움이 된다. 복용시간이 서로 다르거나 복용약이 많을 때 시간을 놓치는 것을막아준다. 약마다 먹는 시간을 챙겨주는앱(애플리케이션)을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의사와 상담을 통해 처방약 개수를 줄이거나 제대로 먹지 않는 경우 솔직히 고백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의사는환자가 약을 제대로 먹는다는 전제 아래용량을 늘리게 된다. 김 교수는 “약을 먹는것에 대해 스스로 동기부여를 하는 것이가장 중요하다”며 “약을 제대로 먹지 않아생기는 문제를 인지하고 최대한 용법·용량을 지키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류장훈 기자 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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