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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2 (일)

공화당 대권주자로 급부상 …대북제재 선봉 선 니키 헤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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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대북제재 결의안 9일만에 속전속결

존재감 없는 틸러슨 국무 대안으로 거론

CNN "공화당 대선 후보로 출마할 것"

인도계 가정 출신…하원의원·주지사 지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11일(현지시간) 대북 제재안 2375호를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새 결의안은 ^대북 원유 금수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 제재 대상 등재 등 초안에 포함됐던 내용을 크게 완화하면서 기대에 못 미쳤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그러나 지난 3일 북한의 6차 핵실험 이후 9일 만에 초고속으로 처리한 점에선 북한 도발에 대응하는 국제사회의 단합된 의지를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달의 제재 결의안 2371호는 북한의 첫 ICBM(대륙간 탄도미사일)급 미사일이 발사된 지 33일 만에 채택됐다. 지난해 1월 4차 핵실험 때에는 57일, 9월 5차 핵실험 때는 약 3달이 결의안 채택까지 소요됐다.

새 대북 결의안을 주도한 니키헤일리 유엔 주재 미국 대사는 북한의 6차 핵실험 직후 소집된 긴급회의에서 속도전을 예고했다. “이번 주 초안을 회람한 뒤 다음 주 월요일(11일) 표결을 목표로 한다”고 구체적인 시점을 못 박았다.

이틀 뒤인 6일엔 결의안 초안이 관련국들에 배포됐다. 전면적인 원유 금수와 김정은·김여정 남매 등을 제재 대상에 올리는 초강력 제재안이었다. ‘끝장 제재’와 다름없는 초안에 대해선 미국이 중국과 사전 조율을 마친 뒤에야 결의안 윤곽을 공개하는 전례를 깬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과 러시아의 반발을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강한 의지가 담긴 전략이었다는 것이다.

결국 중국과의 줄다리기 끝에 대폭 완화된 결의안이 통과되긴 했지만, 속도 면에서 헤일리 대사는 의도한 바를 이뤘다. 반발에 맞서 밀고 나가면서도, 타협을 통해 예고한 데드라인을 지켜낸 것이다.

이번 결의안으로 헤일리 대사는 존재감을 확실히 각인시켰다. 특히 북핵 문제의 또 한 축을 담당하는 렉슨 틸러슨 국무장관이 아무런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하는 가운데, 헤일리 대사의 역할은 더욱 두드러진다. 워싱턴에선 국무장관 자리가 헤일리 대사로 교체될 것이란 전망까지 나온다.

미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FP)는 지난 6일 “틸러슨은 북·미 간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데도 대중의 관심에서 빠지고, 헤일리가 그 공백을 메우고 있다”며 “헤일리 국무장관설이 지난주부터 시작됐다”고 보도했다.

헤일리 대사 본인도 7일 공개된 CNN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인 신분일 때 자신에게 초대 국무장관직을 제안했다는 사실을 밝혔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더 나은 누군가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며 제안을 고사했다고 말했다.

지금은 아니더라도 향후 얼마든지 더 중책을 맡을 가능성이 있다는 걸 스스로 드러낸 셈이다.

CNN의 선임 에디터 크리스 칠리자는 8일 “헤일리는 아니라고 말하지만, 그는 분명히 대선에 출마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놨다.

중앙일보

지난 4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가운데)이 워싱턴 백악관에서 니키 헤일리 유엔 주재 미국대사(왼쪽) 등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15개 이사국 대사들을 초청해 오찬을 하고 있다. [로이터=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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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일리 대사는 1972년 사우스캐롤라이나주의 힌두교도 인도계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났다.

대학에서 회계학을 전공한 뒤 쓰레기 재생기업과 가족이 운영하던 의류 회사, 지역 상공회의소에서 일했다. 2004년 공화당 하원의원으로 정계에 입문했고, 2011~2017년엔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주지사를 지냈다.

그가 전국적으로 주목받은 계기는 2015년 6월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찰스턴에서 발생한 총기사건. 백인우월주의자에 의한 증오범죄로 사건이 결론나면서, 그는 남부연합기의 공공장소 게양을 금지했다. 사우스캐롤라이나주는 남북전쟁 당시 남부연합군의 본산이다. 지역의 자부심과 역사 유산으로 여겨지는 깃발을 인종차별의 상징이라며 금지시키는 건 간단한 결정이 아니었다.

지난해 1월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마지막 국정연설을 할 때 공화당의 대응 연설자로 나서 당내의 확고한 입지를 전국에 알렸다.

대선에서 그는 공화당 대선후보 중 마코 루비오 상원의원(플로리다)을 지지했다.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선 “원하지 않는 모든 것을 갖춘 대선 주자”라며 혹평했다. 하지만 트럼프 당선 이후 “흥분되는 일”이라며 입장을 바꿨고, 백인 남성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트럼프 내각에서 40대·여성·비백인으로는 처음 장관급 보직을 차지했다.

홍주희 기자 honghong@joogn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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