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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 (월)

미, 중·러 기업에 ‘대북 제재 미흡’ 분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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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악관 “안보위험”…중 자본 M&A 거부·러시아 백신 퇴출

일각 “중·러 반대로 안보리 결의 완화…트럼프 심기 반영”

미국 정부가 중국과 러시아 기업에 대해 잇따라 불리한 결정을 내렸다. 중·러의 충실한 대북 제재 이행을 압박하는 와중에서 나온 결정이다. 미국 정부가 안보상의 이유를 들었지만 두 나라에 대한 불편한 심기가 반영된 결정이란 분석도 제기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3일(현지시간) 중국계 사모펀드의 미국 반도체회사 래티스반도체 인수를 승인하지 않았다고 백악관은 밝혔다. 래티스반도체는 지난 1일 중국계 사모펀드인 캐넌브리지에 회사를 13억달러에 매각하는 거래 승인을 행정부에 요청했지만 거부된 것이다.

백악관은 “이 거래는 중국 정부가 지원하고 있다”며 “국가 안보에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밝혔다. 백악관은 또 거래 승인 시 미국의 지식재산이 외국으로 이전된다고 우려했으며, 반도체 공급망은 미 정부에 중요하다고 밝혔다.

래티스반도체 인수건은 중국 자본의 미국 기업 인수·합병(M&A) 기회가 열릴지를 평가할 바로미터로 주목받았지만 군사기밀 유출 가능성을 이유로 일단 봉쇄됐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중국의 대미 직접투자가 460억달러에 이르면서 재무부와 의회는 미국 안보에 위협이 되는 특정 중국 관련 거래에 대한 정부 감시를 강화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또 “특히 컴퓨터, 핸드폰, 무기에 들어가는 반도체 산업에 대한 중국의 계속되는 투자 시도는 미국 관료들에게 경보를 울렸다”고 평가했다.

대북 제재에 소극적인 중국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심기가 불편해 래티스반도체가 거래 승인을 받기에는 시점상 불리한 상황이었다고 CNBC는 분석했다. 실제 중국·러시아의 반대 때문에 한층 완화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결의가 채택된 이후 미국 정부와 의회에선 북한과 거래하는 중국 기업을 독자 제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미국 정부는 또 이날 모든 연방 정부기관에서 러시아 정보기관과의 연루 의혹을 받는 러시아 업체가 제작한 컴퓨터 백신 프로그램 ‘카스퍼스키’ 사용을 중단시켰다. 국토안보부는 모든 연방기관에 카스퍼스키 사용 여부를 30일 이내에 확인하고, 60일 이내에 해당 백신의 사용 중단 및 제거 계획을 수립해 90일 이내에 계획을 시행하라고 지시했다.

국토안보부는 성명에서 해당 업체의 백신 프로그램이 정부 컴퓨터나 저장 파일에 대해 높은 접근 권한을 갖고 있어 나쁜 목적을 가진 온라인 세력이 침입할 경우 악용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라고 그 이유를 밝혔다. 국토안보부는 또 “러시아 정부가 이 회사의 제품을 이용해 미국의 국가 안보와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연방정부의 정보나 정보 시스템에 접근할 가능성이 있다”며 러시아 정보기관의 결탁 가능성을 시사했다.

카스퍼스키랩은 최근 미국 시장 점유율 확대를 추진 중이었으나 미국 정부의 사용 중단 결정으로 타격을 입게 됐다. 미국의 대표 전자제품 전문 판매업체인 베스트바이도 카스퍼스키랩의 소프트웨어 판매를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러시아가 지난해 미국 대선 당시 해킹 등을 통해 영향력을 행사하려 했다는 정보기관의 평가도 이번 결정의 배경이 된 것으로 추정된다.

<워싱턴 | 박영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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