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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 (월)

키프로스, '황금 여권' 팔아 5조원 이상 챙겨···투자 댓가로 시민권 제공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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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

지중해 키프로스의 리마솔 축제


수혜자들 목록엔 부패한 사업가·정치인 다수 포함

【서울=뉴시스】장서우 기자 = 키프로스 공화국이 해외의 고액 투자자에게 투자 이민 비자를 제공하는 '황금 비자(golden visa)' 제도를 이용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억만장자들에게 유럽연합(EU) 회원국 시민권을 판매해 최소 40억 유로(약 5조3880억원)을 챙겼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보도했다.

17일(현지시간) 가디언에 따르면 키프로스 정부는 해외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EU에서 일하고 거주할 권리를 제공해 2013년부터 40억 유로 이상의 수입을 거둬들였다. 작년 한 해에만 400건 이상의 황금 비자가 발행됐다.

2013년부터 도입된 이 황금 비자 제도는 지원자들이 200만 유로를 키프로스 내에 투자하거나 250만 유로 상당의 회사채또는 국채에 투자하면 시민권을 제공한다. 언어나 거주 요건 등은 따로 요구되지 않고 7년에 한 번 키프로스를 방문하면 된다. 2013년 이전에는 정부 각료들이 재량껏 자국의 시민권을 제공했다.

가디언 조사 결과 황금 비자 수혜자들 목록에는 러시아의 전 국회의원, 우크라이나의 최대 상업은행 창립자와 억만장자인 노름꾼 등이 포함된 것으로 드러났다.

바셰르 알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의 사촌인 라미 마클루프는 2008년에 뇌물 혐의로 미국으로부터 제재를 받았지만 2010년에 키프로스의 시민권을 구입했다. 그는 미국 외교가에서 전쟁으로 무너진 시리아의 '부패의 상징'으로 불리기도 한다. 이외에도 재산의 출처가 의심스러운 많은 러시아의 사업가나 정치인들이 키프로스의 시민권을 구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미국 대선 기간 중 도널드 트럼프 당시 대선 후보와 사적으로 만난 것으로 알려져 주목을 받았던 러시아의 미술품 수집가 드미트리 리볼로프레프는 2012년에 키프로스의 시민권을 획득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4100만 달러에 구입한 플로리다의 팜비치 맨션을 9500만 달러에 사들이기도 했다.

EU의 정치인들 사이에서는 키프로스의 이러한 제도 운용이 EU 시민권의 가치를 깎아내린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포르투갈의 유럽 의회 의원인 아나 고메즈는 이 제도를 "매우 부도덕하고 비뚤어진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예술이나 과학 분야에서 국가에 특별한 공헌을 한 사람에게 시민권이나 거주권을 제공하는 데 대해선 반대하지 않는다"라며 "(키프로스 정부가)은밀하게 행하는 것이 매우 의심스럽다"고 비판했다.

국제 반부패기구 '글로벌 위트니스(Global Witness)'는 "황금 비자를 제공하는 모든 나라는 고액 투자에 눈이 멀어 자국의 가치를 낮추는 경쟁에 몰두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며 "비자 신청자와 보호장치에 대한 엄격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키프로스의 재무부는 마클루프 경우 황금 비자 제도에 의해 시민권을 제공받은 것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또 황금 비자 제도는 키프로스에 사업 기반을 두고 항구적으로 거주하려 하는 진실된 투자자들을 위해 마련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재무부는 키프로스 은행을 통해 투자 신청을 하는 모든 사람들은 엄격한 조사를 거친다면서, 러시아의 부자들에게 시민권을 판매하는 유럽의 국가가 키프로스 뿐만은 아니라고 항변했다.

suwu@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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