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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2 (일)

[한가위 특집]여유로워서 낯선 서울을 누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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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타고 서울 여행… 골목골목서 만나는 도시의 4색 표정

추석 연휴가 어느 때보다 길다. 게다가 여행하기 좋은 계절이다. 서울도 볼거리가 많다. 지하철을 타고 골목골목을 누비다 낯선 공간을 만나면 사진 한 장을 남겨도 좋다. 멀리 가지 않아도 된다. 서울에서 반나절 흥미롭고 재미있게 보낼 수 있는 골목을 골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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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로 4 호선 서울역 5번 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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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로 7017’은 1970년 세워진 서울역 고가도로를 사람을 위한 17개의 보행길로 만든 도심공원이다. 남대문시장, 청파동, 중림동, 만리동 방향 등 크게 네 갈래 길인데 북적거리는 곳은 남대문시장 쪽이다. 만리동 쪽은 인적이 드문 편이다. 640여개의 동그란 화분을 따라 아기자기한 전시관, 방방놀이터, 족욕 쉼터 등 생태문화가 어우러진 공간이다. 사진은 해가 질 녘 석양을 조명 삼아 서울역과 서울스퀘어(옛 대우빌딩)를 배경으로 하거나 기찻길이 나오도록 찍으면 좋다. 매일 오후 8시부터는 서울스퀘어 벽면에서 미디어 파사드가 펼쳐진다.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걷고 뛰는 사람들의 일상적인 그림을 파노라마처럼 담아도 좋다.

맛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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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리동 쪽 고가도로 바로 밑에 있는 한식집 ‘서울화반’(02-312-1697)은 가격 대비 한 끼 식사로 손색이 없다. 한 달에 한 번 유명한 셰프들이 번갈아 가며 비빔밥(사진)을 내놓는다. 10월에는 2012 올리브TV 마스터 셰프 코리아 준우승자인 박준우 셰프의 특별한 비빔밥을 만나볼 수 있다. ‘목련다방’(02-312-5170)은 고소하고 진한 7017미숫가루와 유기농우유 아이스크림이 인기다. ‘수국식빵’(02-312-4714)은 매장에서 직접 구운 식빵으로 한국식 철판 토스트를 내놓는다. ‘장미빙수’(02-312-4971)는 국내산 단팥과 인절미가 어우러진 눈꽃빙수가 별미다. 서울화반과 수국식빵은 10월3~5일에는 문을 닫는다. 목련다방과 장미빙수는 연휴 내내 정상 영업한다.


필동 미술관 3 호선 충무로역 4번 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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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로로 불리는 중구 필동 ‘길거리 미술관’은 천천히 돌아보기에 좋다. 미술관은 8개. 남산 한옥마을과 인쇄소가 모여 있는 남산 1호 터널 주변에 있다. 무심히 지나칠 수 있는 자투리 공간과 바닥, 벽면에 있다. ‘모퉁이’는 딱 보기에도 1평인 공간이고, 삼각기둥 형태의 미술관 ‘사변삼각’은 6m 높이의 천장까지 통유리다. 남산 한옥마을 안에 있는 ‘우물’은 목을 빼고 작품을 내려다봐야 한다. 가장 인기 있는 작품은 조직폭력배처럼 생긴 배불뚝이 아저씨 조형물인데 조각가 김원근씨의 ‘순정남’ 시리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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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쉽게도 이번 추석 연휴에는 순정남을 만나지 못할 듯하다. 전국 각지의 미술관으로 출장 전시를 갔기 때문이다. 대신 골목 끝에 뚱한 표정으로 서 있는 또 다른 순정남 ‘복서’(오른쪽 사진)를 만날 수 있다. ‘그녀를 만나기 100m 전’에 서 있던 차도녀 역시 잠시 자리를 비웠다. 대신 아이를 품에 안은 조형물이 서 있다. 골목마다 설치된 조형물과 벽화 등 ‘열린 미술관’(오픈 뮤지엄)은 30여개다. ‘꼬꼬마미술관’(마이크로 뮤지엄)은 모니터로만 볼 수 있는데 13개가 별도로 있다.

맛집

‘필동食’(02-2273-2411)은 갓 지은 쌀밥을 소반에 정성스럽게 담아 한 상을 낸다. ‘동방명주’(02-2267-6335)에서는 불맛 나는 중국음식을 제대로 맛볼 수 있는데 수제 군만두가 인기다. ‘모랑해물솥밥’(02-2272-3980)은 주문 즉시 밥을 짓는 솥밥으로 유명하다. 해산물, 나물, 야채 등 재료를 푸짐하게 넣는데 맛이 담백하고 정갈하다.


성북동 4 호선 한성대입구역 6번 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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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북동은 ‘지붕 없는 박물관’이다. 지하철역에서 내려 걸어도 되지만 마을버스 3번을 타면 1930년대 만해 한용운, 간송 전형필, 서예가 오세창, 시인 조지훈 등이 시를 쓰고 붓을 들어 창작의 혼을 불살랐던 흔적을 더듬을 수 있다. 독립운동가이자 승려, 시인이었던 한용운(1879~1944)의 ‘심우장’(사진)은 만해가 1933년부터 입적할 때까지 마지막 11년을 살던 집이다. 1919년 ‘3·1 독립선언서’의 ‘공약 삼장’을 작성한 민족대표 33명 중 한 사람으로 “조선총독부와 마주 보고 싶지 않다”며 북향으로 집을 냈다. 시인 조지훈(1920~1968)은 자신이 32년간 머물던 성북동 집을 ‘방우산장’이라고 불렀는데 옛 집터가 남아 있다. 간송 전형필(1906~1962)은 1934년 성북동에 북단장이라는 집을 지었는데 1938년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식 사립 미술관인 보화각, 지금의 ‘간송미술관’을 세웠다. 소설가 이태준(1904~미상)의 집 ‘수연산방’은 차 한잔을 마시기에 좋다. 이태준은 100평이 조금 넘는 한옥에 안채, 사랑채, 아담한 꽃밭을 두고 ‘실락원 이야기’ ‘문장 강화’ 등을 썼다. 심우장은 추석 연휴 내내 문을 열지만 수연산방은 5~8일까지만 영업한다.

맛집

성북동에는 오래된 맛집이 많다. 45년 전 문을 연 ‘쌍다리 돼지불백’(02-743-0325)은 연탄불에 고기를 구워 내 양념이 무겁지 않고 야채를 무제한으로 먹을 수 있다. ‘금왕 돈까스’(02-763-9366)는 양이 푸짐하고 맛은 담백하며 깔끔하다. 한우 쇠고기 국밥집 ‘마전터’(02-765-7575)는 쇠고기 살점은 부드럽고 콩나물은 아삭아삭, 딱 먹기 좋은 5㎝로 잘라 식감이 좋다. ‘하단’(02-764-5744)은 특별한 고명이 없는 평안도식 칼국수집이다. 맑고 깔끔한 국물 맛이 끝내준다.


해방촌 4 호선 숙대입구역 3번 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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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방촌은 ‘서울 남산 하늘 아래 첫 동네’다. 2번 마을버스를 타면 골목골목을 누빌 수 있다. 해방촌 5거리 신흥시장은 최근 연예인 노홍철의 서점 ‘철든 책방’으로도 유명세를 타고 있다. 인스타그램(rohongchul)을 확인하라는 메모가 적혀 있지만 문이 닫혀도 상관없다. 시장을 둘러보는 재미가 있다. 신흥시장은 대낮인데도 어두컴컴하다. ‘모든 고기 양념함’이라고 쓰인 ‘충남정육점’은 불고기건 양념갈비건 1000원씩만 더 주면 40년 전통의 오래된 손맛을 느낄 수 있다. 바로 옆 ‘일성상회’는 햇볕에 말린 국수를 신문지로 돌돌 말아 파는데 옛맛 그대로다. ‘호성반찬’은 섞박지와 갓김치는 아삭아삭하니 달고 양념은 깊은데 짜지가 않다. 인사만 잘하면 신김치를 덤으로 챙겨준다. 시장 한복판 커피전문점 ‘오랑오랑’은 짙은 회색 콘크리트벽으로 둘러싸여 있다. 쓰러질 듯 가파른 계단을 오르면 3층 루프톱이 환히 펼쳐지는데 언제나 사람들로 북적거린다. ‘아이브’ 가죽공방은 이탈리아에 온 것처럼 색상과 모양이 독특한 가죽제품들이 즐비하다. 무인 가게 ‘4평 학교’는 따뜻한 마을회관처럼 무료로 차를 마시고 인터넷과 복사를 공짜로 이용할 수 있는 사랑방이다.

맛집

해방촌 거리에는 맛집들이 즐비하다. 외국인들이 몰려 있는 곳을 찾아야 후회하지 않는다. 1998년 문을 연 ‘필리스’(02-793-2548)는 미국식 버거와 감자튀김이 인기 메뉴인 원조 맛집 중 한 곳이다. ‘보니스 피자펍’(02-792-0303)은 길게 줄을 서야만 하는 피자집이다. ‘카사블랑카’(02-797-8367)는 모로코 샌드위치 전문점. 바게트 사이에 모로코식 고로케, 양고기, 새우 등을 듬뿍 넣어 주는데 한국인의 입맛에도 잘 맞는다.


<정유미 기자 youm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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