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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2 (일)

“임신한 몸으로도 토막시신 수사 … 여자라 더 잘한다 들으려 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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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첫 치안정감 이금형 석좌교수

“솔선수범하면 주변서 먼저 인정”

1만 명 후배 여성 경찰관에게 당부

여성 경찰관 1만 명 시대 <하> 조직의 꽃 아닙니다
중앙일보

여성 최초 치안정감 역임한 이금형 전 부산경찰청장이 1일 서울 종로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최승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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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경찰관들에게 이금형(59·사진) 서원대학교 경찰행정학과 석좌교수는 롤모델로 통한다. 1977년 순경으로 시작해 여성 최초로 치안정감까지 올랐다. 경찰청장인 치안총감 바로 아래 직급이다. 여성 치안정감은 지금까지도 이 교수가 유일하다.

최근 만난 이 교수는 남성 중심 문화가 강한 경찰 조직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에 대해 “일에 대한 열정” 덕분이라고 말했다. 임신 상태에서 토막시신의 지문을 채취한 일, 동료 모르게 홀로 병원에 가 수술을 받고 다시 출근해 맡은 업무를 마무리한 것 등은 지금도 여성 경찰관들 사이에서 회자된다. 광주지방경찰청장으로 일할 때는 영화 ‘도가니’의 모티브가 된 광주 인화원 사건을 재수사해 피의자들을 뒤늦게 처벌하기도 했다.

이런 그도 ‘여자’라는 이유로 차별을 받았다고 했다. 경감 시절 채증 계장(범죄 현장의 지문·족적 등 증거물 분석 담당) 발령을 원했지만 “여성 채증 계장은 없었다”는 이유로 여러 차례 다른 부서로 발령이 나기도 했다. 2010년 서울청 생활안전부장 시절엔 G20 정상회의 경호 업무에서 배제될 위기에 놓이기도 했다고 한다. 두 업무 모두 결국 떼를 쓰다시피 맡았다.

그는 “지금은 여성 경찰관 수가 1만 명이 넘지만 내가 경찰에 입문할 때만 해도 500명에 불과해 편견이 더 많았다”며 “그래서 ‘여자라서 안 돼’를 ‘여자라서 더 잘한다’로 바꾸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그는 “경찰 업무에 남성의 일, 여성의 일이 구분돼 있진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성 경찰관을 직급 등으로 부르지 않고 ‘미스’나 ‘여사’로 부르는 게 대표적이다. 그는 “여성 동료를 ‘여사’라고 부르는 직원들에게 ‘제대로 호칭을 해 달라’고 말해 왔다”고 했다. 그는 1만여 명 후배 여성 경찰관들에게도 당부했다. “여성 경찰관은 경찰 발전을 위해서도 꼭 필요한 존재다. 자신감을 가지고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고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보이면 주변에서 먼저 인정해 줄 것이다.”

◆특별취재팀=최모란·이은지·김호·백경서 기자 kim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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