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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7 (월)

"학생 자율성 인정하는 학교, '놀이'가 그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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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중요한 줄 알아도 시간이 없다." 아동 놀이의 중요성을 집중 조명한 머니투데이 '놀이가 미래다, 노는 아이를 위한 대한민국' 기획기사를 접하고 많은 부모들은 이렇게 하소연했다. 아이들이 빼앗긴 시간을 돌려주려면 결국 교육시스템이 움직여야 한다. 성장의 중요한 열쇠인 놀이를 보장하기 위해 학교부터 놀이를 품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조언이다. 그 첫걸음으로 초등학교 시간표부터 바꾸자는 제안이다.

[[놀이가 미래다2- 초등학교 시간표를 바꾸자①-3]정선아 숙명여대 아동복지학부 교수 인터뷰]

머니투데이

정선아 숙명여대 아동복지학부 교수/사진=진달래 기자




"기존의 우리 학교는 규율과 통제의 공간이에요. 학생의 자율성과 능동성이라는 가치를 키우지 못했죠. 학교 안에 놀이를 인정하는 것은 이런 학교 운영의 전체 틀을 바꾸는 것과 통합니다."

정선아 숙명여대 아동복지학부 교수는 학교와 놀이의 관계를 보다 큰 틀에서 설명한다. 정 교수는 초등학교 제도 안에서 놀이를 보장하는 방향을 연구하며 현재 서울시교육청 등과 함께 초등학교에 적절한 놀이 공간을 만드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정 교수는 놀이가 아이의 성장 과정 그 자체라는 점을 가장 먼저 언급했다. 아이들의 성장을 돕는 '학교'라는 기관 안에 놀이가 들어가는 것이 자연스럽다는 의미다. 놀면서 자란다는 인식이 없고 학교는 교과서를 보고 공부하는 곳으로만 여기는 우리 현실이 문제라는 지적이다.

"교과서 수업은 말 그대로 공부죠. 삶은 놀면서 배울 수 있어요. 의견이 충돌하면 조정하고 타인과 관계를 맺고 하는 것이 놀이에 담겨 있어요. 요즘 아이들이 갈등 해결에 어려움을 겪고 소위 '살아가는 역량'이 줄어든 이유는 '안 놀아서'입니다."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고 변화무쌍한 놀이의 특성에서 아이들이 삶을 배운다는 설명이다.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어려운 상황을 맞닥뜨렸을 때 알맞게 대응할 줄 아는 힘을 키울 수 있다는 얘기다.

아이들이 놀이 시간과 공간을 자율적으로 찾아 나갈 수 있도록 학교 환경부터 개선해야 한다고 정 교수는 말한다. 이를 위해 학교가 아이들의 자율성을 허용하는 방향으로 일종의 '패러다임 전환'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놀이의 핵심은 자율성입니다. 누구와 무엇을 하고 어떤 방식으로 놀까를 아이들이 직접 결정해야 하는데, 기존 우리 학교 제도는 그것을 허용하지 않아요. 이를테면 위험한 것은 안전문제로 막는 게 한 사례죠. 시간과 공간 모두 어른들이 통제하고 있어요."

능동적인 학생을 부담스럽게 생각하는 우리 학교 모습은 안전 문제에서 잘 드러난다. 약간은 위험한 놀이를 하며 아이들이 자기를 보호하는 법을 배우고 자신의 몸을 감당할 줄 알게 되는데, 안전을 이유로 학교가 이를 원천봉쇄한다. 그 배경에는 학교 관계자들이 오롯이 안전을 책임져야 하는 현실이 있다.

정 교수는 궁극적으로 교과서 중심 교육에서 벗어나 수업 시간에도 아이들이 자발적으로 경험하면서 학습을 이끌어나가도록 자율성을 줘야 한다고 진단한다.

놀이시간 보장은 그 첫 단계인 셈이다. 최근 1, 2학년을 중심으로 시도되는 놀이와 수업의 접목도 비슷한 맥락이다.

"프로젝트 중심 수업 방식이 되면 교사도 준비가 많이 필요하고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수업이 교사가 아는 것을 가르치는 시간이라는 생각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교사와 학생이 함께 배워가는 시간으로 바꿔가야 합니다."

진달래 기자 aza@, 방윤영 기자 by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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